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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축소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에서 유성애 <오마이뉴스> 기자가 기초연금에 대한 노인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있다.
이날 유기자는 기초연금 수령 노인 대상으로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최초공약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과 국가 재정을 고려해 소득하위 70-80% 차등 지급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 맞는지를 물었다.
▲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수정 어떻게 생각하나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축소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에서 유성애 <오마이뉴스> 기자가 기초연금에 대한 노인들의 의견을 물어보고 있다. 이날 유기자는 기초연금 수령 노인 대상으로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최초공약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과 국가 재정을 고려해 소득하위 70-80% 차등 지급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 맞는지를 물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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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오랫동안 노인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아왔다. 신뢰와 원칙을 그의 강점으로 꼽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취임 7개월 만에 불거진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은 그의 지지층과 정치적 자산을 흔들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24일 서울 종로·강남·동작·마포구 일대에서 노인 97명을 만났다.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지급한다'는 공약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쪽과 여러 사정을 고려해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44명(45.36%)-51명(52.57%)으로 팽팽하게 맞섰다(무응답 2명). ▲ 박 대통령이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했고 ▲ 믿었는데 실망이라는 지적은 '공약 수정' 찬반 양쪽 모두에서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말도 마찬가지였다.

잇따른 공약 후퇴로 점수를 잃은 박 대통령은 오는 9월 26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그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파문 당시 임기 첫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은 26일 두 번째 대국민 사과를 내놓을까. 많은 눈이 바라보고 있다.

[종로구] "대선 공약은 그대로 지켜야" vs. "공약은 공약일 뿐, 바뀔 수도"

▲ "공약 지켜야한다", "공약 바뀔 수도 있다" 종로 일대에서 66명의 노인들로부터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대통령 공약이었던 만큼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33명의 의견과 "공약은 공약일 뿐, 바뀔 수도 있다"는 32명의 의견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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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축소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뒷 골목에서 호주머니가 가벼운 노인들이 값싼 식당을 찾아 대포 한 잔을 나눠 마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축소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뒷 골목에서 호주머니가 가벼운 노인들이 값싼 식당을 찾아 대포 한 잔을 나눠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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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에도 24일 종로 3가에선 많은 노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날 <오마이뉴스>는 지하철 3호선 종로 3가역과 안국역 일대를 오가는 노인 65명에게 두 시간여 동안 기초연금 공약 수정 여부를 두고 의견을 물었다.

'원안파'와 '수정안파'의 숫자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33명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초 약속했던 대로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했지만, 나머지 32명은 '하위 70%에게 월 최고 20만 원까지 차등지급'으로 알려진 수정안을 지지했다. 종로 3가역 안에 모인 노인들은 한때 이 문제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찬반을 떠나 "나라에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은 비슷했다. '수정안파'조차 "공약은 공약일 뿐,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유은상(80·남·서울시 강동구)씨는 "공약은 정치 이벤트일 뿐"라며 "국민이 먼저 국가를 위해야지, 노인들이 나라에 돈만 달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함께 사는 자녀들에게 용돈을 받는 김봉학(80·여·경기도 의정부시)씨도 "나라에서 20만 원씩 준다면 아플 때 병원도 갈 수 있고 좋겠지만, 뭐 예산이 없어 못 준다는 데 노인들이 어떻게 하겠나"라고 말했다.

'선거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란 비판 역시 어김없이 등장했다. 김봉학씨는 "맨날 노인들 준다고 말만 하지 언제 한 번 진짜로 줘본 적 있느냐"고 말했다. 꽃배달을 하며 스스로 생활비를 번다는 김아무개씨(82·남)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전부 20만 원씩 지급을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처음부터 그 공약을 100% 믿지는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라에 돈이 없다는데 국민들이 그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안파'들은 같은 이유로 "공약은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줄곧 원칙을 강조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달라진 모습에 실망했다는 이도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그를 지지했던 박아무개(80·남)씨는 "여자 대통령이 나와서 노인 복지 하겠다기에 당연히 믿었다"면서 "그래서 표를 준 건데, 표만 쏙 받고 이제 와서 말 바꾸기 하는 거 보면 기가 찬다"고 말했다. 또 "공약을 걸기 전에 미리 재정이 충분한지 계획을 다 짰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건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할 게 아니라,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과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안국역 근처에서 만난 홍세민(77·남)씨도 "원래 공약했던 대로 주는 게 맞다"며 "선거 때 국가에서 20만 원씩 준다고 해서 박근혜 뽑은 사람을 여럿 봤는데 이제 와서 그러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핀란드나 스웨덴을 보면 나라에서 노인들에게 필요한 만큼 다 해주는데, 우리나라 복지는 아직도 멀었다"는 말을 남겼다.

[강남구] 대부분 수정방침에 공감하면서도... "이번 일로 실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축소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찾은 노인들이 비를 비해 팔각정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축소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찾은 노인들이 비를 비해 팔각정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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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새누리당을 지지해온 강남 노인들의 민심은 어떨까. <오마이뉴스>가 24일 인터뷰한 6명 가운데 4명은 기초연금 공약 수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가 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날 논현동 가구거리 부근을 지나던 백효룡(75·남·대기업 중역 출신)씨는 원안을 두고 "원래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수정 방침에) 전혀 이의가 없다. 이건희도 준다고 했으니 말이 안 되지. 우리나라 예산 상황에, 인구가 얼마나 되는데 다 줘요?"

그는 다만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2011년에 복지 관련 공약을 지키기 어렵겠다고 발표했던데 박근혜 대통령도 사과는 해야 한다"고 했다.

김아무개(75·여)씨 또한 "나라에 돈이 없다는데 어떻게 하겠냐"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20만 원을 받지 못해 아쉽지만 이때까지 안 받고도 잘 살았다"며 "(대통령이) 약속을 했어도 정부가 빚을 내 연금을 줄 순 없다"고 이야기했다. 박차웅씨는 "나라가 잘 살아서 부유한 사람에게도 연금을 주면 좋지만, 아니라면 없는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다"며 "나라가 잘 돼서 빚이 없어진 뒤에라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잘못된 공약을 추진했어도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이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여성(65)은 "이전 대통령 중에 누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환수했나"라며 "예산을 생각해서 기초연금제를 적절히 고쳐나가야 한다, 아마 박 대통령은 5년 동안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효룡씨는 기초연금 공약이 표심만 노린 것임을 지적하면서도 "예산을 낭비하는 공약은 문재인 전 후보가 더 많이 했다"며 박 대통령 편을 들었다. 박차웅씨 역시 "박근혜 대통령 5년 동안 나라가 일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망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부부는 "정부에서 20만 원을 주면 매우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대통령이 되자마자 안 된다고 하니까 '역시 우리나라 대통령은 매번 거짓말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인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약 후퇴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는 이야기를 두고 "자기가 한 거짓말을 왜 장관 탓을 하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명숙(88·여)씨 역시 "박 대통령이 정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39년째 논현동 주민인 그는 "우리는 기초연금 공약 그런 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거기에 기대했던 사람이 많았다"며 "(원래대로) 안 준다고 하니까 야단이 나는 것"이라고 했다.

[동작구] 서울에서 '소득 없는 노인 비율 1위'인데도 '차등지급' 우세

지난 대선기간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축소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공약을 믿고 투표했던 수혜 대상자인 노인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에서 한 노인이 수거한 폐휴지를 정리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기초연금 공약 파기? 지난 대선기간 모든 65세 이상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축소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공약을 믿고 투표했던 수혜 대상자인 노인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에서 한 노인이 수거한 폐휴지를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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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011 서울서베이'(Survey)에 따르면 동작구는 '월 평균 소득이 없다'고 답한 노인 인구 비중이 43.0%로 가장 높았다. 소득이 있는 경우는 50~100만 원이 가장 많았고(25.8%), 그 다음으로는 300만 원 이상 12.0%, 100~150만 원 8.9%, 50만 원 미만 5.2%, 200~250만 원 3.3%, 250~300만 원 1.8%순이었다. 통계상으로는 동작구 안에서도 노인 소득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4일 오전 서울시립동작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노인 13명의 사정도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절반 이상(7명)은 소득 수준을 떠나 '기초연금 공약 수정'에 표를 던졌다. 반대 뜻을 나타낸 사람은 4명이었고, 의견을 밝히지 않은 이도 두 사람 있었다.

차등지급에 찬성하는 사람들 가운데 세 명은 상대적으로 형편이 넉넉해보였다. 예금으로 생활하며 자녀들은 생일·명절 등 특별한 날 용돈을 챙겨주는 정도라는 박순이(86·여)씨는 "20만 원 받으면 상당히 도움은 되겠지만 나 같이 자기 돈 쓸 수 있는 사람은 (기초연금) 받지 말고, 진짜 어려운 사람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후를 대비해둔 돈으로 생활한다는 김옥인(78·여)씨도 "모든 노인에게 어떻게 (기초연금을) 다 주냐, 어려운 사람만 줘야지"라는 반응이었다. 한 80대 남성은 "(기초연금 공약 관련해서) 의견 없다, 나는 재산 있는 사람이고 연금도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몇몇은 이번 논란과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 박근혜'를 두고 선을 그었다. 구석모(76·남)씨는 "돈 없는데 준다고 한 게 잘못이지만, 어느 후보라도 (선거 때는) 그렇게 말한다"고 말했다.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않은 한 남성은 "약속은 100에서 50%만 실천해도 성공하는 것"이라고 했고, 김아무개(75·남)씨 역시 "임기 초반에는 실수가 있을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을 두둔했다.

'공약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도 온도 차는 있었다. 한쪽은 '그래도 예산이 없으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중 하나가 김을용(80·남)씨다. 김씨는 자신의 건물 임대료로 생활하고 있지만 노후 보장제도가 미비한 만큼, 기초연금제가 공약대로 시행되기를 원한다. 그는 "20만 원이면 용돈은 (충분히) 된다, 여기서 2500원짜리 밥 먹고 사는데…"라며 "포크댄스 수업 등을 들으러 여기 오는 이유도 사당동에 있는 구립노인복지관에 비해 무료 프로그램이 많아서"라고 말했다.

"(나라) 형편이 안 되어서 못 주면 할 수 없다. 그래도 (공약대로 기초연금을 준다면) 몇 번이나 받다 (세상을) 떠날지는 모르지만, 병이 들었을 때엔 얼마나 좋겠냐."

김점순(81·여)씨도 "욕심대로야 다 주면 좋은데, (나라에서 재정이) 모자란다고 하니까…, 정부에서 하는 대로 해야지, 별 수 있냐"는 쪽이다. 그가 원래 공약을 선호한 이유는 형편때문이다. 김씨의 딸은 멀리 전라남도에 있고, 아들만 가까운 곳에 산다. 그는 "자영업 하는 아들에게 의지하는데, 애가 둘이나 되고 요즘 일이 줄어서 저도 복잡한 모양"이라며 "기초연금이 뭔지 잘 모르지만 준다고 했으니까 지키든가"라고 말했다. 김씨는 목이 아파서 수술을 하고 싶은데도 비용이 부담스러워 지난해부터 복지관에서 침을 맞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원안파'들은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쓴소리를 남겼다. 강아무개(81·남)씨는 "대선 때는 이렇게(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선…, 대통령이니까 말한 건 집행해야 한다"며 "(이 공약에) 서민들이 다 좋아했을 것 아니냐, 그러니까 찍었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한테도 대책이 있다고 하지 않았냐"고 꼬집었다. 김용구(78·남)씨 또한 "당연히 (공약대로) 해야 한다, 정부에서 쓸데없이 돈 주는 데가 많으니 그런 것 깎으라고 해"라며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포구] "약속 어긴 것 문제"이긴 한데... '신뢰도 잃어'-'지켜봐야' 엇갈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노인들이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노인들이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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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파크 아파트단지는 '내 집'을 가진 사람부터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골고루 있다. 서민층과 중산층이 어우러져 사는 이곳 노인들은 기초연금 공약 논란을 어떻게 바라볼까? <오마이뉴스>가 24일 임대아파트인 월드컵파크 1단지와 민간아파트인 2·4단지에서 만난 노인 7명은 찬반을 떠나 하나같이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약속'을 강조했다.

사립학교 서무과장을 지낸 연금생활자 송완규(80·남)씨는 "먹고사는 데 문제없어서 크게 바라진 않는다, 20만 원 안 받아도 된다"면서도 "일단 공약한 것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천 못할 공약은 아예 하지를 말았어야 한다"며 "만약 실천을 못하면 국민들 앞에서 사과해야 해"라고 했다.

경로당에서 만난 조병엽(73·남)씨는 "경제 사범들 돈 다 추징하고, 재벌 기업 세무조사도 철저히 하면 충분히 (모든 노인에게) 20만 원씩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월남전에 참전한 공로로 국가보훈처 연금을 받고 있고, 국민연금에 자녀들 지원으로 생활한다. 조씨는 기자에게 "재정이 부족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칼을 세게 휘둘러야지, 왜 그런 것은 못 뺐냐"고 되묻기도 했다.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조아무개(72·여)씨는 공약 자체가 문제라는 편이다. 그는 "요새 같은 고령화시대에 65세 이상인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닌데… (박 대통령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때 자영업을 했던 2단지 주민 문한근(72·남)씨 역시 "우리나라 경제사정이 좋은 것도 아닌데 '우선 표 얻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그런 공약을 내세우니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며 "애당초 공약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기초연금 공약 후퇴가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몇몇은 이번 공약 후퇴가 박 대통령에게 악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쪽에선 "남은 임기를 지켜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김아무개(80·여)씨는 "노인 입장에서 아쉽긴 하지만 나라에 돈이 없는 상황에서 빚이 더 늘어날까 걱정"이라며 "(박 대통령이) 남은 재임 기간 동안 잘 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가 24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기초연금 수령 대상인 66명의 노인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공약 수정과 관련해 의견을 물어본 결과 "대통령 공약이었던 만큼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33명의 의견과 "공약은 공약일 뿐, 바뀔 수도 있다"는 32명의 의견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오마이뉴스>가 24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기초연금 수령 대상인 66명의 노인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공약 수정과 관련해 의견을 물어본 결과 "대통령 공약이었던 만큼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33명의 의견과 "공약은 공약일 뿐, 바뀔 수도 있다"는 32명의 의견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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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기초연금, #박근혜,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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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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