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휘말린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가운데 현직 교사 3명이 사실상 내용 수정 거부 의사를 밝히는 문서를 교학사에 보낸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교육부가 10월 중순까지 계획한 교학사 교과서 수정 작업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25일 교학사 고위 관계자는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 6명 가운데 현직교사 3명이 우리 회사에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그들은 교과서 필진 명단에서 자신들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수정작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소리도 나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교학사 집필진 사이에 내분이 일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에는 권희영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대표저자)와 이명희 교수(공주대) 말고도 1명의 연구소 연구원과 3명의 현직 역사교사들이 참여했다. 그런데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란 여론에 부담을 느낀 현직 교사들이 '수정 거부'라는 카드를 빼 들어 더 이상 교학사 교과서 제작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직 교사 집필진 가운데 2명은 기자와 통화에서 "선생님들에게 죄송하다, 죄책감이 든다"면서 괴로운 심경을 일부 털어놓기도 했다. 이들의 주변 인사들도 "3명의 교사들이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더 이상 교과서 수정에 협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교학사 고위 관계자는 "<한국사> 집필진이 의견 조정에 실패해 수정작업을 못한다면 교육부가 검정 합격을 취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것은 우리가 바라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학사 교과서는 집필진 별로 단원을 나눠 서술했다. 따라서 3명의 교사가 내용 수정을 거부하기로 한 이상 대표 저자인 권 교수 등이 임의로 자신이 집필하지 않은 단원을 손질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원별 집필자가 수정을 거부하는 상태에서 대표 저자가 임의로 내용을 고칠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명희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교사 집필진들이 수정을 거부하기로 했는지 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권희영 교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