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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축소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노인들이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축소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에서 노인들이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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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25일 "상위 30%를 제외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10만 원~20만 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기초연금 대상자 90%에게는 월 20만 원씩 지급'이란 방법을 짜냈지만, '국민연금 가입자 역차별' 논란엔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자연스레 기초연금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이날 오후 배포한 자료에서 "기초연금 재원은 모두 조세로 충당하겠다"면서도 재정 여건 등을 감안,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해 소득 수준 하위 70%(2012년 노인 인구 기준 391만 명)까지는 매월 최대 20만 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자의 90%인 353만 명에게는 내년 7월부터 공약대로 월 20만 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지만 나머지 38만 명은 국민연금 등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지급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이 최종안에 따라 기초연금제를 시행한다면 2014~2017년 동안 39조 6000억 원이 쓰일 것으로 추산했다. 공약을 실현할 때보다는 비용이 17조 원 가량 줄어든 셈이다.

복지부는 또 '국민연금 가입자 역차별' 논란을 잠재우려는 듯 "(기초연금) 산정식을 국민연금 장기 가입자에게 보다 유리하게 바꿨다"고 강조했다. 정부안이 시행되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년 증가할 때마다 기초연금액은 월 6700원씩 감소한다. 복지부는 "그러나 국민연금에서 지원받는 금액이 월 1만 원 이상"이라며 "실제로 지원 받는 공적연금액은 더욱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 "미래세대는 현재 노인들보다 가입기간이 짧아도 기초연금을 20만 원씩 수령한다"며 '현재 30~50대가 공약 후퇴의 가장 큰 피해자'란 비판을 반박했다.

"국민연금 계속 늘면 기초연금 깎여도 괜찮다? 전제가 잘못"

보건복지부는 25일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기초연금 지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소득 하위 70%에게 최고 20만 원까지 차등지급'하는 방침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재정여건 등을 감안,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25일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기초연금 지급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소득 하위 70%에게 최고 20만 원까지 차등지급'하는 방침으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재정여건 등을 감안,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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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차별 문제가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복지부는 '국민연금을 계속 내면 기초연금이 깎여도 국민연금액이 늘어서 괜찮다'는데,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지금껏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해왔다. 현재 9만 4600원인 기초노령연금액은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라 매년 인상, 2028년에는 약 20만 원이 된다. 이때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받는 공적연금액은 '국민연금 + 20만 원'이다. 하지만 정부안은 '20만 원'을 기초연금으로 바꾸고, 이 돈을 소득수준에 따라 삭감한다는 내용이다. 20년, 30년 후 국민연금을 수령할 사람들에게서 '국민연금액 증가를 떠나 기초연금이 줄어드니 결국 손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을 계속 낼 경우 돌려받는 돈이 1만 원씩 늘어날 때마다 기초연금은 약 7000원씩 감소한다, 그 정도 차이라면 누가 국민연금을 내겠냐"고도 말했다. 인센티브가 적은 만큼 아예 국민연금 납부를 포기하고, 기초연금 20만 원을 모두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하위 70% 노인 대부분에게 20만 원을 주는 부분은 신경쓴 것 같지만, '지금 당장'보다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까'가 더 중요하다"며 국민연금제도 전반이 흔들릴 가능성을 걱정했다.

기초연금 공식 바뀌어서 괜찮다? "기준 불분명... 논란 반복될 것"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축소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를 규탄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더 적게 기초연금을 받는 것은 국민연금 성실가입자를 차별하는 개악안이다"고 주장했다.
▲ 민주노총, "박근혜 정부의 짝통 기초연금 반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축소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를 규탄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더 적게 기초연금을 받는 것은 국민연금 성실가입자를 차별하는 개악안이다"고 주장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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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산정방식도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정부는 '1.2(A+B)(1+0.05n)/12개월'인 현재 방식을 '(기준연금액-2/3A)+국민연금수급자 부가연금액'으로 바꿨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A는 은퇴 직전 국민연금 가입자의 3년 평균 소득액, B는 가입자 본인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평균 소득액, n은 20년을 넘긴 가입기간(개월 수)다. 새 공식에서 '기준연금액'은 2014년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20만 원이며 '국민연금수급자 부가연금액'은 10만 원을 뜻한다.

A값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3년 평균 소득액이기 때문에 매년 달라진다. 그런데 만약 새로운 공식에서 '20만 원'과 '10만 원'이 변하지 않는 숫자라면? A값이 높아지더라도 기초연금액의 가치가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기준연금액'이란 표현 대신 'A값'으로 명확히 정해놔야 한다고 봤다. '20만 원, 10만 원'식으로 숫자를 정해두면 소득수준 변화 등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어서다. 그는 "당장 (기초연금 액수를) 20만 원으로 해두고 5년마다 한 번씩 재평가한다는 얘기도 있다는데, 그 폭을 결정하는 데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결국 전체적으로 기초연금 재정을 가능한 줄이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 "정부안에는 기초연금액이 고정된 것인지, 임금인상에 따라 올라가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기준 없이) 기초연금 급여를 5년마다 재평가한다면 매번 논쟁이 증폭되고, 국민들은 불안할 것"이라며 정부에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태그:#기초연금,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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