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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임 의사를 공식 표명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은 지난 3월 6일 국회 인사청문회 때 모습.
 결국 사임 의사를 공식 표명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은 지난 3월 6일 국회 인사청문회 때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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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7일 오후 1시 55분]

사퇴설이 제기됐던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결국 사임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복지부 장관직을 맡아 취임 6개월여를 맞는 진 장관은 최근 기초연금 공약 후퇴를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측근들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 장관은 27일 기자들에게 보낸 사퇴서를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에 사임하고자 한다"면서 "그동안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드린 점에 대해서 송구하게 생각하며 국민의 건강과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진영 장관의 사퇴를 두고 "사기극의 2막이냐"며 "부적절한 시기의, 부적절한 방식"이라고 반발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장관 사퇴로 대통령의 무너진 신뢰를 수습할 수 없다"며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초연금 공약 후퇴 발표한 26일 사퇴서 작성... "무기력·한계 느껴 사의 검토"

진영 장관의 사퇴는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진 장관의 국회 보좌관실이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사임하면서'란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알려졌다. 두 문장으로 된 짤막한 사퇴서에서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이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특히 사퇴서 말미에는 '2013. 9. 26. 진영 드림'이라고 명기돼있어, 사퇴서를 작성한 시점이 하루 전임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노인 전체에게 20만 원씩 주겠다던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는 달리,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도 소득 하위 70%에게 최대 20만 원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차등 지급하는 내용의 기초연금 실행방안을 확정해 발표한 날, 진 장관은 사퇴서를 작성한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직접 "어르신들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진 장관의 사퇴서가 전날(26일) 작성됐다는 점에서 이미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의 사퇴 배경에 대해 최성락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사퇴서에 나온 그대로다"라면서 "저도 (사퇴서를) 방금 받았다, 이 내용 이대로, 다른 말씀 드릴 거 없다"고 말을 아꼈다.

진 장관은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기초연금 공약 수립을 총괄해왔으며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전날 발표된 기초연금 도입안은 대선 때 했던 약속에서 한참 후퇴한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기초연금 정책이 발표되기 전 언론을 통해서 먼저 사퇴설이 불거졌고, 이로 인해 일찌감치 공약 후퇴 논란이 촉발됐다는 점도 진 장관의 사퇴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진 장관의 사퇴 논란이 불거진 것은 그가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중이던 지난 22일이었다. 당시 진 장관 측근의 입을 통해 기초연금 후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귀국 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전달된 것.

앞서 진 장관은 이달 들어 측근들에게 무력함과 업무 피로를 호소하며 사의를 내비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직전인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혼란스러운 심경을 피력했다.

진 장관은 "복지부는 진주의료원 문제, 보육문제 등의 주무부처였지만 오히려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가 힘을 가지고 있었다"며 "지난 시간 (권한도 없는 일에)신경만 쓰고 생산적이지 않은 시간을 지냈다"고 밝혔다.

'실세 장관'이란 별칭에 어울리지 않게, 지방의료문제, 보육재정 문제, 기초연금 등의 문제가 연달아 터지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고, 결국 장관직을 포기하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진 장관은 지난 25일 새벽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2주전 쯤 무기력, 한계를 느껴 사의를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약 후퇴 책임에 따른 사퇴 얘기는 많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와중에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진 장관을 불러서 "사의는 없던 일로 하겠다"며 사의를 반려했다.

그럼에도 진 장관이 27일 전격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초연금 공약 후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권 "부적절한 시기·방식, 인물세탁용 사의표명" 반발... 여권, 당혹

진영 장관의 사퇴 소식이 알려진 시각,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기초연금 공약 철회에 반발하면서 단독으로 보건복지위를 열고 있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과 진영 장관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 후퇴와 진영 장관의 사퇴 논란을 집중 공격했다.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은 "진영 장관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했을 때 상당히 문제 많다는 게 확인이 돼서 연계하지 않는 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다시 검토하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것 같다"면서 "결국 이번에 국민연금 연계안을 발표했는데 진영 장관의 행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본인이 무기력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오락가락했는데, 오늘 같은 자리에 나와서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 국회와 머리를 맞댔어야 했다,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언주 의원은 "며칠 전부터 진영 장관이 국민연금 때문에 사퇴를 고려한다 어쩐다 하면서 언론에 나오기 시작했다"며 "문제가 있다면 소관 부처 장관으로서 소신을 갖고 대통령과 관계자들에게 자기 주장을 했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런 주장을 하지 않고 이상한 발언만 언론에 흘리면서 국민을 혼란스럽게 했다"면서 "보건복지부가 무정부 상태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발언 도중 진영 장관의 사퇴 소식을 접하자, "이는 시기적으로 매우 부적절하다"며 "최선을 다한 다음에 사퇴를 하더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용익 의원도 "이건 사기극의 2막인가 싶다"면서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방식의 사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중요한 발표를 해놓고 장관이 설명도 없이 사퇴한다는 건 상상도 하기 어렵다"면서 "타의에 의해서 경질되는 것이라면 이것도 또 이해하기 어렵다. 이 정부의 인사가 어떻게 이렇게 돌아가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이날 회의에 새누리당이 불참한 것을 두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다른 의견은 있을 수 있지만 정부가 최종안을 내놓은 상황에서 국회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해 기초연금 공약에 대해 시급히 논의해야 함에도 (새누리당의 일방적 불참으로) 상임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통령 공약 파기 행위를 장관 사퇴로 무마할 일이 아니다"면서 "복지 공약 파기로 복지부 장관이 사퇴하면 보육 공약 파기로 교육부 장관이 사퇴할 거고 경제민주화 후퇴는 경제부총리가 사퇴할 거냐, 이런 식이면 남아날 장관이 어디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내고 "책임지고 복지공약 후퇴를 막아야 할 이 시점에 뜬금없는 사의 표명을 접한 국민은 현 정부의 무책임함의 극치를 보고 멘붕에 빠질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국면 전환을 위한 인물세탁용 사의표명은 국민의 더 큰 분노를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공식반응을 내놓지 않은 채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다. 취재진들은 진영 장관의 직접적인 설명을 듣기 위해 보건복지부로 몰려들고 있지만, 진영 장관을 비롯해 측근들 모두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태그:#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기초노령연금, #복지공약 후퇴, #박근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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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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