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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풀과 만발한 꽃들이 여행자를 반기는 시골 외갓집 같은 북촌 서울 게스트하우스.
수풀과 만발한 꽃들이 여행자를 반기는 시골 외갓집 같은 북촌 서울 게스트하우스. ⓒ 김종성

서울의 한복판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랑하는 색다른 숙박 공간이 있다. 주변의 고층건물들과 수많은 자동차가 무색할 정도의 고요함과 한적함이 사람을 차분하게 하는 곳. 서울 종로구 북촌의 한옥 게스트 하우스들이 그곳으로 조용함과 북적임이 공존하고, 국적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색다른 경험을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고색창연한 고택 같기도 하고 정겨운 시골집 같기도 한 독특한 매력을 지닌 한옥이 '서울 게스트하우스'다. 10여 년 전 생긴 외국인 대상 한옥 게스트하우스라고 한다.

북촌 한옥마을 중에서도 특별한 '계동'길에도 이런 한옥 게스트하우스들이 많다. 흔히 북촌 한옥마을로 유명한 가회동 만큼 유명세는 없지만, 오르막 없는 일직선 길 양 옆에 자리 잡은 나지막한 건물들과 아기자기한 가게들 그리고 골목길로 이어지는 한옥들의 풍경은 관광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계동길은 안국역 3번 출구로 나와, 현대 빌딩을 오른쪽에 끼고 중앙고등학교에까지 이르는 일직선 길이다.

 잎맥같은 좁은 골목을 따라 흥미로운 곳들이 많은 북촌 계동길.
잎맥같은 좁은 골목을 따라 흥미로운 곳들이 많은 북촌 계동길. ⓒ 김종성

 오래된 고택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 서울 게스트하우스.
오래된 고택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 서울 게스트하우스. ⓒ 김종성

북촌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이 바로 이 계동길이다. 단언컨데, 북촌에서 가장 아기자기하고 사람냄새 나는 정다운 골목길이다. 계동길 양 옆으로 공방과 카페, 가게들을 품고 잎맥처럼 뻗어 나간 좁은 막다른 골목들, 숨바꼭질하듯 이어지는 골목 언덕 끝에 한옥 게스트하우스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 중 서울 게스트하우스의 대문으로 들어가는 초입길이 가장 인상적이다.

계동길에서 골목을 따라 5분 남짓이나 걸었을까. 마치 시골집을 들어서는 기분이 드는 작은 오솔길이 나타나 깜짝 놀라게 된다. 집 앞 골목 좌우로는 풀이 무성하고 나무에는 호박이 매달려 있다. 시골집에서나 봄직한 꽃들도 방문객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마치 어릴 적 시골 외갓집에 가던 길이 떠오르고 여기가 서울 한복판임을 잠시 잊게 한다.

'운당(雲堂)'이라는 옥호가 걸린 집에서 먼저 손님을 맞는 건 복실복실한 털에 가려 눈이 안 보이는 삽살개 한 마리. 순둥이라는 이름의 이 집 삽살개는 이제 명물이 다 되어서 이 집에 묵고 간 외국 손님들이 귀국 후 편지나 엽서를 보내올 때 사람보다 개의 안부부터 물어올 정도라고 한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아저씨에 의하면 삽살개는 김치, 태권도, 온돌과 맞먹는 우리나라의 자산이란다.

삽살개의 '삽'은 쫓아낸다는 뜻이고 '살'은 귀신이나 액운을 의미한단다. 따라서 삽살개는 집안의 귀신이나 액운을 쫓아내는 수호견이라고 할 수 있다고. 순둥이는 손님들과 동네 산책도 하고 숙박을 마치고 떠나는 손님들을 배웅하기도 하는 점잖고 영민한 개다. 나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한옥 툇마루에 올라 포즈를 취해 주기도 했다.

 영민한 집 지킴이 삽살개, 순하고 착해서 정이 간다.
영민한 집 지킴이 삽살개, 순하고 착해서 정이 간다. ⓒ 김종성

 외국인이 주로 찾아오는 민박집 답게 각양각색의 편지와 엽서들이 재밌다.
외국인이 주로 찾아오는 민박집 답게 각양각색의 편지와 엽서들이 재밌다. ⓒ 김종성

든든한 삽살개가 있어서인지 언제나 집 대문을 열어두는 친절한 주인장 아저씨는, 알고 보니 현대판 의인이셨다. 그는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삼청동 감사원에서 근무하다가 1996년 효산그룹이 YS정권 실세들과 결탁하여 건축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로비를 한 혐의를 포착했단다. 이와 관련, 상부에 보고해도 소용이 없자 기자회견을 열어 양심선언을 한 것. 요즘에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내부 고발자' 혹은 '공익 제보자'는 용기 있는 의인의 대접은커녕 오히려 파면과 고소를 당해야만 했다.

찐 옥수수를 건네며 얘기를 나누던 초로의 안주인이 생활을 꾸리느라 무척 힘들었겠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대화가 이어지다 보니 군사기지가 들어서는 제주 강정 마을을 걱정하고 (제주도에도 게스트하우스가 있단다) 나꼼수, 주진우 기자를 좋아하는 등 세계관이 뚜렷한 분이었다. 이런 분이 아내이다 보니 바깥분이 의로운 일을 결행하실 수 있었겠다.

10여 년 전 생기기 시작한 한옥 게스트하우스는 외국인 여행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했고, 세계 배낭여행족들의 교과서 <론리플래닛>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특히 일본과 독일, 프랑스인 등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한옥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어 북촌 한옥마을 게스트하우스에 여장을 푸는 경우가 많단다. 한옥은 잠 잘 때는 각자 방에서 따로 자지만 툇마루 등 공유공간에서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어 만나자마자 금세 친해질 수 있다고. 그게 한옥의 매력이란다.

 한옥 게스트 하우스 별채 앞에서. 안주인도 바깥분 못지않은 의로운 세계관을 지닌 분이다.
한옥 게스트 하우스 별채 앞에서. 안주인도 바깥분 못지않은 의로운 세계관을 지닌 분이다. ⓒ 김종성

 해가 저물면 더욱 고즈넉해지는 한옥만의 매력이 풍겨온다.
해가 저물면 더욱 고즈넉해지는 한옥만의 매력이 풍겨온다. ⓒ 김종성

이 게스트 하우스는 100년이 넘은 한옥으로 전통 주거 공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한옥 체험의 진수를 느끼기에 적합하다. 그렇게 오래된 고택이다 보니 이곳 저곳 손 볼 곳이 많이 생긴다. 특히 기와가 낡아 갈아야 하는데 요즘 조선기와를 구할 수 없어 표준기와를 쓰고 있다며 안주인이 못내 아쉬워한다. 지리상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하므로 고궁 나들이를 겸해 다니기도 편리하다.

특히 본채와 떨어져 있는 별채는 대갓집 사랑채같은 이채로운 분위기를 띠어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겠다. 100년이 넘은 오래되고 낡은 집이지만 어디에다 내놔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요즘은 주변에 많은 한옥 게스트하우스들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북한과의 안 좋은 뉴스가 날 적마다 외국 손님들이 예약을 취소해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외국인 대상의 게스트하우스지만 국내 손님도 숙박이 가능하다고 한다. 답답한 도시를 떠나려고 해도 시간이 없다면 도심 속 한옥고택에서 색다른 하룻밤을 즐겨 보자.

덧붙이는 글 | ㅇ 위치 ; 3호선 안국역 3번 출구 도보 10분
ㅇ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 135-1
ㅇ 문의 ; 02-745-0057 (www.seoul110.com)



#북촌#계동#서울 게스트하우스#삽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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