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일 합동 법회가 열리는 동국사 대웅전
한·일 합동 법회가 열리는 동국사 대웅전 ⓒ 조종안

일본 불교사연구소(소장 김호성)가 주최하고 군산 동국사(주지 종걸 스님)가 후원하는 제1회 한·일 학술세미나가 '군산의 근대문화 그리고 일본불교'라는 주제로 지난 28일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2층 규장각실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국내 유일의 일본식 사찰 동국사(東國寺) 창건 104주년을 맞아 일본에서 참석한 스님 일행과 학술세미나 관계자들, 신도들이 오전 10시 30분 법당에서 한·일 합동 법회를 봉행하고, 근대역사박물관으로 이동, 경술국치 103주년 추념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전시장을 돌아봤다.

원영상·김춘호 원광대 교수 사회(통역)로 진행된 학술세미나는 박진석 군산시 문화체육과장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김광식·한상길 동국대 교수, 다이토우 사도시(大東仁) 일본 원광사(圓光寺) 주지, 이치노헤 쇼고(一戶彰晃) 일본 운상사(雲祥寺) 주지 스님의 주제발표와 제점숙(동서대), 이태승(위덕대), 원영상(동국대) 교수 논평으로 구성됐다.

한일 양국의 학문적·문화적 교류 확대가 필요한 때

 제1회 한·일 학술세미나가 열리는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규장각실
제1회 한·일 학술세미나가 열리는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규장각실 ⓒ 조종안

김광식 교수는 '일본불교의 영향을 받은 근대불교의 다면성'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일본 불교 유입으로 한국 불교의 전통이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11년 6월 3일 일제가 공포한 조선사찰령(朝鮮寺刹令) 이후 시행된 본·말사 제도(30본산 체제)와 승려들이 모여 의제를 토의하고 결정하는 '산중공의제도' 소멸, 권력 지향성 등을 예로 들었다.

자료에 의하면 일제는 '조선사찰령'을 공포한 그해 9월 시행규칙을 발표한다. 이 법령은 식민지 종교정책의 하나로 30본산(三十本山)을 정해서 전국의 1,300여 사찰을 분할 관리하게 하고, 본사와 말사(末寺)에는 주지를 두되, 본사 주지는 총독의 인가를, 말사 주지는 각 도지사의 인가를 얻어 취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근대 불교에서는 생소했던 본·말사 제도는 1911년부터 시행돼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다. 그 결과 모든 사찰이 본사와 말사로 대별되고, 본사와 말사 간의 위계질서가 생겼다. 또한, 이 제도로 인해 본사 주지의 권한이 막강해졌다. 본사 주지의 증대된 권한은 일제로부터 부여되었기에 자연 국가권력, 위정자에게 예속되는 현실이 노정됐다."
  
김 교수는 "일제의 본·말사 제도 시행으로 전 근대기 종파, 사상별의 관리 시스템이 무너지고, 지역적 행정적 편의제도에 의한 관리가 구현됐으며 불교의 전통 사상은 후퇴하고 사찰과 승려들은 행정 위주로 관리됐다"고 덧붙였다. 이는 본사 주지의 권한 강화, 국가 권력에 의존, 주지 연임을 위한 부정·부패 등이 속출해 1600여 년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한국 불교의 존재, 가치가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근대불교 학문과 한·일 양국 불교 발전, 선린 우호 진전을 위해서는 일본 불교에 대한 폭넓은 접근, 일본 불교가 유입되는 과정과 영향 등에 대한 평가와 연구, 한국에 들어온 일본불교 활동상을 보여주는 자료 수집, 한·일 양국의 학문적, 문화적 교류 확대 등이 필요하다"며 "관련 분야 학자·학계·불교계 등에서 진지하게 검토 수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본 승려들, 일본군 전쟁 승리를 유묵으로 축하해

 이치노헤 스님이 족자 두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치노헤 스님이 족자 두 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조종안

이치노헤 스님은 '유묵에 나타난 일본 고승의 군국주의 연구'라는 주제의 강연에 앞서 "일반적으로 야스쿠니 신사가 전쟁에 협력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실제 내용을 찾아보면 불교가 전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신사는 고개 숙이고 기도하는 정도였지만 불교는 전쟁에 앞장서고 이웃 나라 침탈을 찬양했다는 것.

스님은 낙관이 선명한 족자 두 점을 소개했다. 그중 하나는 일본 불교 최대 종단인 조동종 관장이던 다카시나 로센(高階瓏仙·1876~1968)의 친필로 중일전쟁 발발 이듬해(1938) 정월 초하룻날 휘호한 호일성만악진(虎一聲萬岳震). 그는 "서예, 즉 글이란 자신의 사상과 신념이 담겨 있는데, 유묵 내용으로 당시 불교 지도층(리더들)이 일본의 전쟁 승리를 찬양하고 선무공작에 앞장섰던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글을 풀이하면 '호랑이 일성으로 모든 산악이 진동했다'는 뜻으로 '황군의 놀라운 전과로 온 중국이 떨었다'는 의미다. 본문 옆에는 '황군전승지춘'(皇軍戰勝之春)이라 적어 일본군의 전쟁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다카시나 로센은 조선포교총감을 역임했으며, 1944년부터 1968년까지 조동종을 대표했던 인물이라 한다. 또한, 1967년 10월 조동종 종정 자격으로 한국을 다녀간 적이 있다. 

두 번째 소개한 유묵은 대형 족자로 대본산 총지사(總持寺) 관수(貫首)였던 후쿠야마 가이주(福山界珠·1881~1943)가 1942년에 쓴 괄착진용래(括捉眞龍來). 이치노헤 스님은 "진짜 용을 괄착하여 오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이 글이 태평양전쟁 중에 휘호한 것을 고려하면 여기에서 말하는 '진짜 용'은 미국과 영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연을 마친 이치노헤 스님은 일제의 군국주의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이웃 나라 침탈을 찬양했던 일본의 고승들을 '바보 같은 스님들'로 표현해서 딱딱하고 무거워진 실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완시켜 주기도 했다.

종걸 스님은 처음 하는 행사여서 불편하고 부족한 점이 많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어 "학술회의를 100년, 200년 지속해 '근대 일본 불교를 알려면 군산으로 오라'할 정도로 자료가 축적되기를 바란다"며 "일본 내 한국인 유골 봉환문제도 유골이 왜 일본에 있는지 그 원인부터 찾아내고, 반성과 참회가 전제돼야 한다는 게 이치노헤 스님과 공통된 생각"이라며 내년을 기약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1회 한일 학술대회#군산근대역사박물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