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과 달리 기초노령연금 인상 계획이 대폭 수정되었다. 지난 대선 시기, 모든 노인에게 두 배 인상된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은 박근혜 후보의 주요 복지공약이었다. 사실 그 공약은 그녀를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솔깃하게 만들었던, '보편적 복지'의 비전을 담고 있는 제안이었다.
그런 공약이 빈말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복지지출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인빈곤율이 심각한데 비해 노인복지지출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라는 점, 기초연금을 두 배 인상해도 들어가는 예산은 현재 GDP의 1%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문제는 예산 부족이 아니라, 보다 나은 연금제도와 노인빈곤문제 해결에 대한 정책적 의지와 배려의 부족이라는 점이 명백해 보인다.
기초연금의 인상과 보편적 지급은 보다 나은 연금제도와 노인빈곤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
특히 여성노인에게 기초연금은 중요한 문제이다. 여성노인의 경우,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사회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안정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부족하다. 대부분 육아문제 때문에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다 보면, 나이가 들어 저축이나 보험은 물론이고 국민연금의 혜택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기초연금 인상은 노후의 생활안정과 좀 더 인간다운 삶의 지속이라는 의미와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이다.
그렇다면 왜 보편적으로 지급해야 하는가?이 문제에 대해서는 복잡한 배경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자. 사실 기초연금은 2007년 연금개혁 당시 향후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삭감한 데 대한 보완책으로 도입되었다. 예를 들어, 월평균소득이 100만 원이었던 사람이 받게 되는 국민연금이 6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된데 대해 20만 원(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액=A값의 10%)의 기초연금을 지급함으로써 감소될 소득대체율을 보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기초연금의 지급액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로 떨어지는 시점인 2028년도에 20만원이 되도록 2009년부터 점차적으로 늘려가기로 한 것인데, 최근 5년 동안 거의 인상되지 않았다. 어쨌든 기초연금은 여성노인을 비롯하여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의 기초적인 생계를 보장하는 한편, 국민연금 수급자의 감소된 소득대체율을 보완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이다. 이렇게 보면 기초연금은 빈곤노인의 생존과 연계된 권리이자, 성실히 국민연금을 납부한 모든 사람들의 권리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소득과 국민연금 수령액에 따라 기초연금을 차등지급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공약후퇴일 뿐만 아니라, 공약과 상관없이 원래 2028년부터 모든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기로 한 2007년 연금개혁의 사회적 합의를 깨뜨린 것이다. 만약 이 방안이 확정된다면 일정 수준의 국민연금 수급자는 상당히 적은 액수의 기초연금만 수령하게 된다. 또한 사실상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노인이라 하더라도 서류상으로 이를 증명하기 어렵다면 감액된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 이는 기초연금 도입의 기본취지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노인빈곤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 마련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언제까지 국가재정 부담을 이유로 국민들의 안정된 노후생활에 대한 권리를 외면할 것인가? 공적연금(국민연금+기초연금) 지출이 GDP대비 14~15%에 달하는 서구 국가들의 국가재정은 아직 건재하다. 한국은 현재 GDP대비 0.9%의 수준에 불과하며, 보편적 기초연금을 도입하더라도 그 수준은 약 9.8%(국민연금 5.5%+기초연금 4.3%, 2050년 기준)로 현재 서구 국가들의 지출 수준에 비해 낮은 편이 될 것이다. 재정부담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고 심각한 노인빈곤의 현실을 방기할만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정부는 기초연금 공약의 성실한 이행을 통해 열악한 노인복지 환경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참고자료>
김연명. 2013. "한국 노후소득보장제도의 현황과 과제". 시민사회단체활동가 교육자료(참여연대)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문화주 기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입니다.
* 여성연합 사이트와 블로그에 중복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