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에서 '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규탄 대책위원회'의 주도 하에 <민주수호 코스프레 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약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민주주의 파괴, 민생파탄, 국정원 정치공작 규탄, 민주찾기 국민행진' 결의대회와 그에 이은 거리행진으로 이루어졌다. 결의대회엔 약 100여 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결의대회에선 공안탄압 관련 얘기 뿐만 아니라 밀양 송전탑 공사, 한미일 군사훈련 문제 등에 관한 이야기들도 나왔다.
이날 집회 사회를 맡은 서울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정종성 공동대표는 "이번 내란음모, 조작사건이 통합진보당에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다. 지금 전교조 선생님들에 대해서도 탄압을 가하고 있다. 게다가 통일운동을 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에게서도 연일 압수수색과 구속 소식이 들리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자신들의 '반대세력'들을 입 막고 싶어한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그러면서도 박근혜 정부는 불법적으로 NLL 회의록을 열람한 김무성, 권영세, 이들한텐 왜 아무 말도 못하나"라며 박근혜 정부의 이율배반적 행태에 대해 규탄했다.
"반대세력들 입은 막으면서 대놓고 '범법' 저지른 김무성과 권영세는..."'국정원 내란음모정치공작, 공안탄압규탄 대책위원회' 장대현 집행위원장은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물타기 수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 위원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서 (10.4) 정상회담 회의록 무단 공개한 거나,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 조작한 것이나,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낸 것이나, 지금 (10.4 정상회담) 대화록 없다고 떠드는 것이나 한 뿌리에서 나온 거다. 그것은 국정원이 선거 개입하고 결과 조작한 것 숨기고자 아무 짓이나 다 하는 거다"라고 규탄해 참가한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예수살기 최헌국 목사는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고자 싸우고 있는 할머니들에 대한 발언을 했다. 최 목사는 "할머니들이 밧줄에 목을 매고 있다. 할머니들이 무덤을 파고 그 안에서 휘발유통을 가지고 누워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 직원들과 경찰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참하게 공권력으로 그들을 짓밟았다"고 밀양의 상황에 대해 호소했다. 이어 밀양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이제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래저래 죽을 바에야 우리 자손들에게, 우리 후손들에게 암과 같은 병을 유발할 수 있는, 또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저런 것(송전탑)을 내 한 목숨 바쳐서 막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며, 밀양 송전탑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은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강화와 그 과정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실현될 위험성이 커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권 명예회장은 "며칠 전(10월 1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가 있었다. 여기서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연기하는 것, 한미일 해상훈련,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허용이 논의되었다. 이로 인해 남북 간에 전쟁이 날 시 일본이 한국전쟁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내란음모 사건 관련해서는 "이 사태는 통합진보당만 없애려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바라는 모든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민중 생존권과 사회진보를 부르짖는, 자주와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모든 양심세력들을 없애려는 의도가 이번 통합진보당 공안 탄압으로 나타난 것이다"라고 했다.
결의대회가 끝나고 나서 거리행진이 시작되었다. 행진이 시작되자 재미있는 복장을 갖춘 행사 참가자들이 거리로 나섰다. '국정원 해체'란 글자가 한 글자씩 적힌 다섯 '촛불'들이 먼저 눈에 띄었다. 당연히 촛불시민들을 상징한다. 그 옆엔 영화 <브이 포 벤데타>와 <스크림>에 등장하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 "국정원을 해체하자! 느낌 아니까!", "매주 토요일 범국민촛불 함께해요" 등의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그런가 하면 군복을 입은 남자들과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자들이 나란히 걸어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여자들 얼굴엔 하나같이 박근혜 대통령의 가면이 씌어져 있었다. 군복을 입은 남자들은 '5.16 쿠데타와 유신의 주역'으로서 박정희를 상징하는 것이고, 박근혜 가면을 쓰고 한복을 입은 여자들은 '패션쇼 정치'를 일삼는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한 젊은 남성은 "(이 군복을 입고 행진함으로써) 유신 망령이 아직도 이 사회에 배회하고 있다는 것, 김기춘 같은 유신잔당들이 아직도 활동하는 것, 그리고 박정희, 즉 다카키 마사오가 아직도 살아남아 영향을 미침으로써 딸(박근혜 대통령)의 공안통치가 가능하다는 것 등을 표현하려 했다"고 했다. 옆의 한복 입은 여성들은 박근혜 가면을 쓴 채로 계속 박 대통령처럼 손을 흔들며 행진했다.
중간대열에선 한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두 여성이 각각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선녀복장이었다. 그 중 한 명인 '유권자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모임(유권소)' 오다빈 씨는 한복 입고 행진하면 덥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 덥다. 날아갈 것 같다. 우리는 국정원 대선개입에 분노해 하늘에서 선녀옷 입고 내려온 선녀들이다. 선녀들도 국정원 규탄하러 하늘에서 내려와 집회 간다"며 즐겁게 행진을 계속했다.
행진대오는 풍물패의 타악에 맞춰 5시에 영풍문고 앞을 출발해 을지로입구역, 롯데백화점, 한국은행, 회현역을 지나 약 6시경에 서울역 광장에 당도했다. 대오는 정리집회를 마치고 휴식을 가진 후 7시부터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14차 범국민 촛불대회'에 합류했다. 한편, 이날 많은 시민들이 길을 가다 행진대오를 구경하거나 사진을 찍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