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는 그 발생빈도가 나날이 증가하는 추세이고, 범죄의 잔혹성 또한 강해지고 있다. 또한 범죄의 피해대상도 점점 확대되어 이제는 누구도 쉽게 안심할 수 없는 불안함이 만연한 상태다.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추적>은 다양한 강력범죄를 분석하고 그 사건들의 정보를 열거해놓은 책이다. 단순히 간추린 선을 넘어서 자세하게 기록한 노력이 드러나며, 다채로운 각도로 사건과 범인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관점이 돋보인다.
한국에서 벌어진 희대의 사건들
책의 본문에서는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희대의 사건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아동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린 김부남 사건을 비롯해서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제주 여교사 살인 사건 등 20여 가지 강력범죄의 사례가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각 사건별로 사건의 발생배경과 진행과정, 수사의 방향과 해결되기까지의 전체적인 맥락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또한 비슷한 부류의 사건들을 묶어 '아동 성폭력', '묻지마 범죄', '어린이 유괴살인', '가족 살인' 등으로 분류해 놓아서 읽기에도 편하다.
뿐만 아니라 각 분류의 마지막 장에는 유사한 해외의 사례도 덧붙임으로써 한국과 해외의 사건 해결이 어떻게 비슷하고 또 다른가 비교할 수 있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전문용어들은 이어지는 페이지에서 쉬운 단어들로 친절하게 설명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끔찍한 사건들의 충격적인 면을 부각하는 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사와 판결의 과정에서 아쉬운 점을 짚어내면서 그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또한 가해자를 단순히 정신이상자·괴물로 묘사하지 않고 프로파일러로서 냉철하게 그 심리를 분석하여 원인을 지적하는 시각도 흥미롭다.
범죄와 범죄자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러저자는 사건을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범죄와 범죄자를 분석한다. 표면적으로 사건의 발생과 결과만을 보도하는 단계가 아니라, 더욱 깊이 사건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핵심적인 원인을 고찰하는 자세라고 볼 수 있다.
올해 MBC의 <시사매거진 2580>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알려진 사건인 여대생 공기총 살인사건의 경우에서는 그 복잡한 사건의 이해관계를 파헤치면서 '판사 장모의 편집증이 빚은 죽음'이라고 썼다. 돈과 권력의 잘못된 만남이 무고한 여대생을 살해당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수의 사람을 무차별 살해하는 방식의 '묻지마 살인'의 경우에서는 사회의 무관심을 지적한다. 갑자기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을 칼로 찔러 살해한 범인들의 대다수는 "그들이 행복한 모습에 분노하고 질투가 났다"고 증언한 것과 그들의 삶이 차별과 냉소로 얼룩진 것을 통해서 보면 사회가 소외계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의 경우에는 기관사와 관계자의 엉터리 대응이 참사를 키웠다고도 적었다. 이러한 사건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예방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인다.
"아무 이유 없이 공격을 가하는 '묻지마 범죄'는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재앙'이라 할 수 있다. 공공정신보건 체계와 치안 시스템 개선 및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공격성과 충동성, 반사회성이 강해 '시한폭탄'과도 같은 잠재적 묻지마 범죄자들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적절한 상담과 치료, 보안 조치를 취해야 한다." (본문 63쪽 중에서)미군이 저지른 범행에 제대로 된 책임을 묻거나 법적처벌도 불가한 현실도 지적한다. 분명 살해당한 피해자는 있었건만 살인자는 없었던 '이태원 살인사건'은 영화화되면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사법체계의 무능도 거론되었지만, 주한미군은 미국 재판부에 의해 재판을 받는 'SOFA(주둔군지위협정)'가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악영향을 고발한 대표적인 사례였다.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범죄, 예방이 중요하다<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추적>은 어린아이와 여자를 노리는 범죄에서부터 학대를 당하다 가족을 살해한 사건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범죄를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권력형 사기사건과 미군의 범죄에서는 국가의 대책마련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저자는 유형별로 사건의 쟁점을 언급하면서 인식의 변화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장마다 첨부된 해외사례를 보면 한국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범죄에는 국경이 없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고, 부끄러운 사회의 현주소를 직시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증거 위주의 과학수사 관행의 정착이 중요하다는 저자 표창원의 주장과 함께 우리 모두가 생각을 바꾸어가야 할 이유는, 이러한 사건이 곧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의 분노는 극대화되고, 언론과 공권력은 범인을 '괴물'로 규정하면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하지만 이미 피해자가 발생한 뒤에서야 처벌을 극대화하는 것이 범인에 대한 화풀이 외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그보다는 저자처럼 사건의 핵심적 원인과 발생배경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끔찍한 범죄는 애초에 벌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누구든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덧붙이는 글 |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추적> (표창원 씀 | 넥서스 | 2013.08. |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