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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5일 화천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요리 콘테스트에 화천 관광해설사인 김순동씨도 참가했다.
 지난 9월25일 화천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요리 콘테스트에 화천 관광해설사인 김순동씨도 참가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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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음식이 화천 대표음식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김순동씨는 강원도 화천군 문화관광 해설사다. 남편이 군인인 그녀는 군사지역인 화천을 관광객들에게 보다 리얼하게 설명하는 데 본인이 적격이란 생각에 해설사로 나섰단다. 어언 5년 이 일을 해 오다보니 담당 공무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난 9월 25일 화천에서 요리 콘테스트가 열렸다. 지역 브랜드인 애호박과 토마토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대회였다. 대상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150만 원, 금상과 은상은 각각 120만 원과 100만 원의 시상금이 주어졌다. 30개 팀 45명이 참여했다. 지역에서는 음식에 관한한 내 놓으라는 사람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 음식은 6000원을 받으면 딱 일 것 같아요."

이 대회의 목적은 지역 농산물 소비촉진과 다양한 요리법 개발을 통한 지역 대표음식 개발. 그러다 보니 (음식업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아닌) 일반인의 참여도 허용됐다. 김순동씨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앞에 놓인 재료를 보니 들깨와 밀가루·호박 등 토마토 몇 개가 보인다. 묻지도 않았는데, '이건 도토리 가루'라고 말한다. 도토리와 들깨가루·토마토가 어울린 수제비를 만들 계획이란다. 별로 믿음이 가지 않았다. "혹시… 만약 수상을 하면 제게 연락 주세요"라는 형식적인 인사가 필요했기에 그렇게 말했다.

김순동씨가 만든 '도토리 애호박 토마토 임자탕'이라 이름 붙인 '순동표 수제비'가 장려상을 획득했다.
 김순동씨가 만든 '도토리 애호박 토마토 임자탕'이라 이름 붙인 '순동표 수제비'가 장려상을 획득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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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장려상 받았어요"

오후 5시께, 그녀로부터 뜻밖의 문자가 왔다. 장려상이면 5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고 개발자의 동의에 따라 지역대표 음식으로 선정된다.

화천에는 '지역 음식'이 없다

지역대표 음식 선정을 위한 요리 경연대회. 수십 명의 참가자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음식 만들기에 신중을 기했다.
 지역대표 음식 선정을 위한 요리 경연대회. 수십 명의 참가자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음식 만들기에 신중을 기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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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는 비빕밥, 춘천은 닭갈비 내지는 막국수, 안동이란 말을 들으면 찜닭이 연상된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천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없다. "화천 그러면 연상되는 음식이 뭔가요?"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농담이겠지만) "군인들이 많으니 '짬밥' 아닌가요"라는 말을 한다.

각 지역마다 크고 작은 대표음식들이 있지만 화천에는 그런 게 없다. 관광객들이 물었을 때 "강을 끼고 있기 때문에 민물회와 매운탕이 유명합니다"라는 말도 즉흥적으로 만들어낸 억지성 발언이다. 전통성을 지닌 음식이 없다.

왜 그럴까. 군사시설보호·하천보호구역 등 중복으로 규제된 면적이 140%를 넘는다. 여건이 그렇다 보니 상인들의 소망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 대도시로 나가는 게 목적이었다. 군인들(3만5000여 명)이 지역 주민수(2만5000명)보다 많다. 상인들은 경쟁적으로 갖은 양념과 조미료를 넣은 음식으로 군 장병과 면회객들을 유도했다.

화천군은 지역 대표음식을 개발하고자 지난 2009년 처음으로 '요리 경연대회'를 열었다. 지역내 수십 개의 업소에서 참가했다. 대상과 금상 등 장려상이 결정됐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수상을 한 음식을 판매하는 업소는 거의 없었다. 그들은 상금이 목적이었던 셈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대회에 참여했던 음식을 고집하는 유일한 집은 '콩사랑'이란 식당(국산 콩만 고집해온 할머니... FTA파고 걱정)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 음식을 찾는 사람이 없었단다. "나름대로 홍보도 하며 끝까지 버텼더니 이젠 '콩모듬'음식을 즐기기 위해 멀리 서울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주인의 설명이다.

순동씨표 수제비 요리법을 공개합니다

"내가 만들 음식은 반죽이 중요한기다" 순동씨표 수제비엔 도토리 가루와 밀가루의 비율은 7:3 이다.
 "내가 만들 음식은 반죽이 중요한기다" 순동씨표 수제비엔 도토리 가루와 밀가루의 비율은 7:3 이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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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수제비 조리법을 설명 드릴게요"

순동씨는 평소 집에서 건강식으로 만들어 먹던 음식을 소개하기로 했단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레시피를 공개했을 경우 일반 음식점에서 가격도 6000원선에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조리법을 공개해 줄수 없냐는 질문에 순동씨는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먼저 들깨 빻은 것과 토마토·호박·도토리가루·밀가루를 준비해 놓고 육수를 끓이세요. 육수에는 무·양파·토마토를 넣어야 합니다."

이어 도토리가루 7에 밀가루 3의 비율로 반죽을 한다고 덧붙인다. 도토리는 매년 가을 뒷산에서 주워온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도토리 고유의 쌉쌀한 맛과 신선함이 뛰어나단다. "다람쥐나 산짐승들의 먹이를 갈취하는 것 아니냐"는 말에 "산에 오르면 도토리가 지천이다"는 말로 받는다. 등산로인 산길에서 줍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 다음 육수에 들깨가루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이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반죽을 해 놓은 것을 떼어 넣으면 수제비 완성입니다."

끓이는 시간은 '이 정도면 됐다'는 감각이란다. 유일한 조미료는 소금. 호박은 맨 나중 넣은 것이 맛을 내는 비법 중 하나라고. 그렇게 만든 순동씨의 음식에 대해 심사위원들은 "맛의 깔끔함 정도와 담백함이 최고"라는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간단한 미니 인터뷰를 통해 수상소감 등 '순동씨표 수제비'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 다수의 참가자들은 팀을 꾸려 출전했다. 주어진 시간에 혼자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수상에 대한 기대는 했었나.
"집에서 식구들을 위해 보양식으로 해 먹던 음식이다. 도우미가 있었다면 오히려 번거로웠을 것 같다. 수상에 대한 욕심은 있었지만, 다수의 참가자들이 몇 년 내지는 몇 십년간 음식업을 해 오던 사람들이란 소리를 듣고 참가하는데 의의를 뒀다."

- 수제비는 어느 정도 크기로 떼어 넣어야 하는지도 독자들이 궁금해 할 수도 있겠다.
"같은 재료인데도 칼로 잘라 넣는 것과 손으로 떼어 넣은 것과는 맛이 다르다. 이것을 손맛이라고 한다. 반죽에 도토리를 많이 넣었기 때문에 너무 얇게 떼어 넣었을 경우 쉽게 흐물흐물해 진다. 따라서 손에 잡히는 대로 좀 두텁게 떼어 넣는 것도 하나의 비법이다."

- 해설사 활동을 하시면서 요리까지 섭렵,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군인인 남편과 학생인 딸 뒷바라지, 농사일 등 관광 해설사를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자랑 같지만) 부지런한 천성 탓에 무리 없이 잘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은 직접 지은 농산물을 이용해 나만의 다양한 음식을 개발하고 있다. 물론 맛에 대한 평가는 가장 먼저 가족들이 내린다."

- 마지막으로 수상하신 '순동씨표 수제비'는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레시피를 주최 측에 넘겼다. 지역 내 어느 음식점에서나 내가 개발한 수제비 음식을 만들어 판매해도 무관하단 의미다. 또 일반 가정에서 구체적인 요리법 설명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알려 줄 생각이다. 국민건강 웰빙식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관광기획 담당입니다.



태그:#화천군, #김순동, #순동씨표 수제비, #화천군 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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