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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전력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는 아오야기 유키노부씨와 기념촬영을 하는 장시원 울진군의원
 규슈전력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는 아오야기 유키노부씨와 기념촬영을 하는 장시원 울진군의원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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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군에는 한울원자력본부가 있다. 이곳에는 현재 6기의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2기가 건설 중이고, 2기는 건설계획이 확정됐다. 울진군에 들어서는 원전은 전부 10기다.

그런데 지난 2011년, 울진군은 추가로 4기의 원전을 더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울진군의 원전 추가유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울진군의회에서 장시원 의원이 반대를 했기 때문이다. 2011년 2월의 일이었다. 당시 장 의원은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원전을 찬성하면 애국자, 반대하면 매국노라는 분위기였다. 그것 때문에 힘이 많이 들었다. 젊은 사람이 지역 발전을 위해서 찬성하지 않고 반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달 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지면서 장 의원에 대한 비난은 사라졌다. 후쿠시마의 원전사고는 원자력발전소가 인류에게는 엄청난 재앙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증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에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에 출마했던 장 의원은 낙선했지만 2010년, 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두 번 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장 의원은 지방선거에 출마, 의원이 된 것에 대해 "밖에서 아무리 (원전유치) 반대 목소리를 높여도 결국 결정은 의회에서 하기 때문에 의원이 돼서 원전반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울진군의회는 현재 8명의 군의원이 있는데 6명은 새누리당 소속이며, 2명이 무소속이다. 8명의 울진군의원 가운데 장 의원만이 '탈핵'을 주장하면서 '핵 없는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1년, 원전 추가 유치를 막았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한이 없다."

의원 한 명의 역할이 아주 크다는 것을 장 의원이 직접 보여준 것이다. 장 의원은 9월 29일부터 10월 5일까지 진행된 일본 서부지역원전 투어에 참여했다. 핵발전소 반대 싸움은 운명이라는 장 의원은 "후쿠시마와 같은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탈핵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핵 운동 욕하던 사람들, 후쿠시마 이후 변했다"

장시원 울진군의원
 장시원 울진군의원
ⓒ 장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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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은 울진에서 2012년와 2013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일에는 1인 시위를 하면서 핵의 위험을 경고해 왔다. 장 의원과 인터뷰는 원전투어 3일째인 지난 1일 저녁, 숙소인 마츠야마 교회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장 의원과 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반핵운동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90년대 초에 지역의 선배들이 핵발전소 반대운동을 하면서 싸우는 것을 봤다. 광주의 학생들이 청소년기에 선배들이 최루탄을 맞으면서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지듯이 나 역시도 지역 선배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선배들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경북 울진에서 태어나 울진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장 의원은 서울로 올라와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뒤 왕피천 댐 건설 반대운동을 하기 위해 다시 고향인 울진으로 내려간다. 처음에는 한두 해 정도 머물 생각이었으나, 결국 그는 울진에서 뿌리를 내리게 됐고, 반핵운동을 시작한다.

- 2006년과 2010년에 지방선거에 기초의원선거에 출마했다. 동기는 무엇인가?
"2005년인가, 핵폐기장 유치 반대를 할 때 울진은 의회에서 부결돼 주민투표를 하지 못했다. 그걸 보면서 우리가 아무리 밖에서 반대를 해도 결정은 의회에서 하기 때문에 의원이 돼서 원전 반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2006년에 출마를 결심했다. 처음에는 당선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2006년 선거 당시 36세의 청년이었던 장 의원은 "젊은 혈기라서 가능했다"며 "그 때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면서 웃었다. 낙선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지지를 얻은 것에 희망을 갖고 장 의원은 2010년에 다시 도전해 당선됐다.

- 원전반대운동을 계속했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을 때 무슨 생각을 했나?
"체르노빌 사고 이후에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도 원전이 안전하다고 했다. 특히 일본은 원전에서 사고가 날 확률이 백만분의 1이라고 공언해 왔다. 일본의 기술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사고가 났다. 문제는 사고가 아니라 사고 수습이었다. 일본 정부가 (원전사고를) 수습하고 제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어불능 상황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걸 보면서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울진 지역에서 장 의원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것 같다.
"그렇다. 원전 유치 반대를 했을 때는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젊은 사람이 지역 발전을 위해서 (원전 유치를) 찬성하지 않고 반대했다면서. 한 달 뒤에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나니 사람들이 '역시 젊은 사람이라 다르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원전 찬성인데 후쿠시마를 보고 마음을 돌렸다'는 얘기를 내게 했다. 내가 원전 유치를 반대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핵발전소 사고 한번 나면 끝... 우리나라 멸망할 수도"

이와이시마로 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장시원 의원
 이와이시마로 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장시원 의원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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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아니었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핵발전소 건설 광풍이 불었을 것"이라며 "후쿠시마 이후에 독일이 탈핵 선언을 하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 울진의 원전현황은 어떻게 되나?
"현재 6기가 가동 중이다. 2기는 건설 중이고, 2기는 건설계획이 세워졌다. 다시 4기를 추가로 건설하려고 신청했다가 실패했다. 그걸 추가로 유치했다면 울진에만 14기의 원전이 들어서게 됐을 것이다. 울진 원전 바로 옆에 신울진 1, 2, 3, 4호기를 건설하는데, 우리는 그걸 울진 7, 8, 9, 10호기라고 부른다. 원전이 가까이 붙어 있으면 불안하니까 불안감을 희석시키려고 이름을 '신울진'이라고 지은 거다. 최소한 신울진이라면 울진 원전과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가까이 붙여서 지으면서 이름만 바꾼 것이다."

장 의원은 원전이 가까이 붙어 있으면 그만큼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험을 분산하려면 원전 분산정책을 써야 하는데 한 지역에 10개를 붙여서 짓는 건 문제라는 것이 장 의원의 지적이다.

"세계 최고 원전 밀집단지가 바로 울진이다."

- 원전 가까이에 어린이집이 있는 게 울진의 현실이라고 하는데, 어떤 상황인가?
"지난 6월, 일본에서 한국으로 원전투어를 온 일본인들이 원전 가까이에 어린이집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본은 그렇지 않다면서 당황스럽다고 했다. 울진은 원전과 주택가 사이에 천(川)이 있다. 천 건너편에 상가와 주택가가 밀집되어 있고, 어린이집도 있다. 우리는 원전 옆에 사람들이 사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일본에 와서 보니 이해가 된다. 그만큼 우리는 안전불감증이 있는 거다."

- 안전불감증이라기보다는 핵과 원전 그리고 방사능에 대한 무지 때문인 것 같은데?
"그렇다. 우리는 몰랐고, 정부나 한수원에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장 의원은 '방사능 안전기준치'에 대해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노인이나 어린이 등에 대해서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장 의원은 "방사능은 기준치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금이라도 방사능에 피폭이 되는 것은 유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현재 울진에 들어서 있는 원전 6기는 안전하다고 생각하나?
"안전하지 않다."

장 의원은 "원전이 현재 위험시설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면서 "하루 빨리 원전을 위험시설로 분류해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울진 1호기의 수명은 몇 년인가? 30년?
"이게 헷갈린다. 우리는 30년으로 알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40년으로 고정화됐다."

- 울진의 원전이 25년이 됐다면 노후화를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닌지?
"원전의 증기발생기는 원자로와 수명이 같아야 하는데, 1호기와 2호기의 증기발생기를 교체했다. 3호기와 4호기도 하려고 하고 있다. 수명연장에 대해 의혹이 있다. 혹시 위조부품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생긴다. 수명의 반을 겨우 가동하고 증기발생기를 교체하는 건 걱정스럽다. 3, 4호기는 반도 가동하지 못한 상태에서 에러가 생겨서 (증기발생기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수명연장이 문제가 아니라 발전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면서 걱정이 된다.

핵발전소는 한 번 사고가 나면 끝이다. 우리나라가 멸망할 수도 있는데 대책을 미흡하게 하면 안 된다. 일본은 후쿠시마에서 사고가 났어도 국토가 길기 때문에 전국으로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울진에서 사고가 나면 직선거리로 300~400km 안에 다 포함이 된다. 다 영향권이라는 얘기가 된다."

탈핵이 자연스러운 시대, 한국에도 곧 온다

장시원 의원
 장시원 의원
ⓒ 장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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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의 집은 울진 원전에서 5km 안의 거리에 있다. 울진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 피해가 직접 미치는 지역이다.

- 불안하지 않나?
"불안하다. 그러나 고향이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어디에서 사고가 나도 국운이 걸려 있다. 서울 인구가 천만이 넘는데, 먹거리가 다 어디서 오나? 울진에서 200km 안에 있는 지역에서 쌀이나 야채, 고기 등의 먹거리가 생산되고 그걸 수도권에서 먹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나기 전에는 원전 문제가 지역민들만의 문제였다면 지금은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가 됐다.

원전 건설을 찬성하면 애국자, 반대하면 매국노라고 매도할 것이 아니라, 핵발전소와 에너지 정책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탈핵정책으로 가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본에서만 일어난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장 의원은 서울이나 수도권의 대형빌딩에 벽면이나 옥상 등에 태양광을 설치해 빌딩이 소비하는 에너지의 1%라도 생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기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단 1%라도 생산해 준다면 원전을 줄일 수 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 빌딩이 얼마나 많은가. 그 많은 건물들이 최소한 복도의 조명만이라도 자체 생산해서 해결한다면 최소한 핵발전소 1개는 줄일 수 있고, 전기대란이나 블랙아웃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탈핵 원전투어 소감은?
"지금 우리가 와 있는 지역(마츠야마)은 오염되지 않았다고 해도 우리가 먹는 음식은 후쿠시마 산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 오늘 우리가 먹은 음식도 오염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나만 살겠다고 나만 안 먹을 수 없다.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게 슬프다. 우리는 음식물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데 일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이런 상황이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기도 해 서글프다.

특히 오늘(1일) 갔던 이카타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부산과 거리가 얼마 안 돼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대로 고리에서 사고가 나면 규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도 일본도 피해자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결국 국가에너지 정책은 탈핵으로 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장 의원의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장 의원은 낙관론을 펼쳤다.

"결국 언젠가는 '탈핵'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될 것이다. 무상급식을 예로 들면 된다. 처음 무상급식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어땠나? 반발이 엄청났고 심지어는 '빨갱이'라는 말까지 했지만 지금은 무상급식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탈핵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핵심이슈가 '탈핵'이 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 일본은 원전사고가 난 뒤 50기의 원전이 전부 멈췄지만 에너지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원전 없이 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전을 일시에 가동 중단하는 것이 어렵다면 서서히 준비를 하면 된다. 더 이상 핵발전소를 건설하지 말고,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하나씩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 된다."

장 의원은 "핵발전소 싸움은 내게 있어 운명"이라며 "핵의 위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유해서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게 운명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인터뷰를 끝냈다.


태그:#장시원, #원전, #울진, #후쿠시마,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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