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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감사동종을 보호하고 있는 종각. 사방을 판벽으로 처리를 했다.
 보물 감사동종을 보호하고 있는 종각. 사방을 판벽으로 처리를 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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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범종은 범종각이라는 전각 안에 불교의 사물인 북, 운판, 목어 등과 함께 배치한다. 범종은 절에서 쓰는 종을 말한다. 범종의 '범(梵)'이란 범어에서 '브라만(brahman)'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청정'이라는 뜻이다. 순수한 우리말로 '인경'이라고 하는 범종은 은은하게 울려 우리의 마음속에 잇는 모든 번뇌를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범종 소리는 우리의 마음속 깊이 울려 어리석음을 버리게 하고, 몸과 마음을 부처님에게로 인도한다고 한다. 종을 울리는 이유는 지옥에 있는 영혼들을 위함이기도 하다. 이러한 범종은 만든 연대나 제작을 한 장인들이 밝혀지고 있어서, 철조구조물 등을 연구하는 데 있어 소중한 가치를 가진다.

중생의 번뇌를 가시게 하는 범종

갑사동종은 조선조인 선조 17년인 1584년에 만든 종으로, 국왕의 만수무강을 축원하며 제작했다.
 갑사동종은 조선조인 선조 17년인 1584년에 만든 종으로, 국왕의 만수무강을 축원하며 제작했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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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종을 칠 때는 그저 치는 것이 아니다. 새벽예불 때는 28번, 저녁예불 때는 33번을 친다. 새벽에 28번을 치는 것은 '욕계(慾界)'의 6천과 '색계(色界)'의 18천, '무색계(無色界)'의 4천을 합한 것이다. 즉, 온 세상에 범종 소리가 울려 중생들의 번뇌를 가시게 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저녁에 33번을 울리는 것은 삼십삼천이라는 도솔천 내의 모든 곳에 종소리를 울린다는 뜻이다. 지옥까지도 그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어느 절이나 범종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 종이 언제 조성이 되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종소리를 듣고 지옥에 있는 영혼들이 지옥에서 구제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기에 안성 청룡사의 종에는 '파옥지진언(破獄地眞言)'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지옥을 깨트릴 수 있는 범종의 소리,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갑사동종은 용뉴에 음통이 없고 두 마리의 용이 종을 붙들고 있다.
 갑사동종은 용뉴에 음통이 없고 두 마리의 용이 종을 붙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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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을 판벽으로 처리해 촬영하기가 수월치가 않다.
 사방을 판벽으로 처리해 촬영하기가 수월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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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만수무강을 위한 종

충남 공주시 계룡면 중장리에 소재한 갑사. 천년고찰인 갑사에는 보물 제478호인 '갑사동종(甲寺銅鐘)'이 있다. 갑사동종은 조선조인 선조 17년인 1584년에 만든 종으로, 왕의 만수무강을 축원하며 갑사에 매달 목적으로 제작됐다. 높이 131㎝, 입지름 91㎝로 전체적으로 어깨부터 중간까지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으며, 중간 지점부터 입 부분까지 직선으로 되어 있다. 종 꼭대기에 조성한 용뉴는 음통이 없고, 2마리 용이 발로 종을 붙들고 있는 형태다.

지난 7일 찾아간 갑사. 초가을 날씨지만 한낮에는 기온이 높다. 경내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흥건히 배어 나온다. 동종각 바로 옆에 물이 있어 찬물을 한 바가지 떠 마신다. 내장 속까지 시원해지는 듯하다. 이렇게 물 한 모금이 고마울 수가 없다. 동종은 전각을 지어 보관하고 있는데, 사진 촬영이 만만치가 않다.

사방에 구름 위에 올라선 지장보살을 새겼다.
 사방에 구름 위에 올라선 지장보살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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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 안에는 아홉개의 유두를 조성했다.
 유곽 안에는 아홉개의 유두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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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출되었던 수난의 갑사동종
     
전각의 사방을 모두 나무판벽으로 막고, 위는 살창으로 꾸며놓았다. 쉽게 접근을 할 수가 없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보면서 살창 틈으로 카메라를 들이 밀어 본다. 갑사동종은 종의 어깨에는 물결모양으로 꽃무늬를 둘렀고, 바로 밑에는 위아래로 나누어 위에는 연꽃무늬를 아래에는 범자를 촘촘히 새겼다.

그 아래 네 곳에는 사각형 모양의 유곽을 만들고, 그 안에는 가운데가 볼록한 연꽃 모양의 유두를 9개씩 두었다. 딴 곳의 종들이 유두가 많이 훼손되었지만, 갑사 동종은 유두도 깨끗하게 잘 보존이 되어있다. 종의 몸통 4곳에는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를 따로 두었고, 그 사이에는 구름 위에 지팡이를 들고 있는 지장보살이 서 있다. 종의 아랫부분은 덩굴무늬 띠를 둘렀다.

종의 몸통 4곳에는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를 따로 두고, 아랫부분은 덩쿨무늬 띠를 둘렀다.
 종의 몸통 4곳에는 종을 치는 부분인 당좌를 따로 두고, 아랫부분은 덩쿨무늬 띠를 둘렀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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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은 일제시대에 헌납이라는 명목으로 공출되었다가 광복 후 다시 갑사로 옮겨온 민족과 수난을 같이 한 종이다. 크지는 않지만 조성연대가 뚜렷하고, 동종 조성의 목적이 전해지고 있는 갑사동종. 자칫 사라질 뻔한 문화재이기에, 더욱 그 가치가 더욱 소중한 것인지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불교문화신문과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갑사동종, #보물, #공주, #공출, #국왕의 만수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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