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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집 없는 사람의 비중은 46% 정도다. 수도권은 부동산 주택 가격이 비싸 무주택자 비중이 53%나 된다. 2000만 명이 넘는 수도권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무주택자인 것이다. 주택은 50대 이상 부모 세대의 20% 가량이 전체의 70%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30~40대 자식 세대의 태반은 전세나 월세를 산다. 빚 내기가 힘들어서 '하우스 푸어'조차 되지 못한, 이른바 '렌트 푸어'다.

우리나라 취업자 중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500만 명이 넘는다. 전체 취업자의 5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전체 자영업자 중 월평균 순이익이 200만 원 이하인 비율은 80%나 된다. 자영업자의 순이익이 200만 원 이하라는 것은 자영업자들이 자기 인건비도 제대로 벌지 못한다는 말이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사업 경험이 없는 사람이 64%다. 그래서 문 연 지 3년 이내에 폐업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조그만 민간 경제연구소, '대국민 사기극' 고발하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쓴 <경제쇼> 표지.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쓴 <경제쇼> 표지. ⓒ 황의 서재
책 <경제쇼> 곳곳에 등장하는 우울한 내용들 중 일부다. 이 책의 저자인 김광수경제연구소는 2000년 5월에 설립된 대표적인 민간경제연구소다. 정부나 대기업체가 주로 운영하는 대다수 경제연구소와 달리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가능성이 높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이 책을 통해 정부나 대기업 등 기득권 세력들의 진실 왜곡에 맞선다.

이 책은 일반서민들의 경제적 삶의 문제에서 왜곡되고 있는 진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좋아진다, 잘하고 있다, 올라갈 것이다, 등등 온갖 진실을 왜곡하는 주장과 정책과 기사들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진짜 진실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려고 한 것입니다. 일반 서민들에게 진짜 올바른 정보가 무엇인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했습니다...(중략)...총체적으로 경제적 진실을 왜곡하는 거대한 기득권들이 장악하는 현실 경제 속에서 우리 연구소와 같은 조그만 연구소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일반 서민들을 위해 진짜 진실을 연구하고 올바른 정보를 생산하며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일이 얼마나 험난한 형극의 길인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공감을 해 주신다면 다행이겠습니다. (11~13쪽 '머리말'에서)

이 책의 뒤표지에는 "국가의 무지·과장, 대기업의 횡포·엄살, 언론의 침묵·왜곡"이라는 홍보 문구가 진한 글자체로 박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국가와 대기업, 언론이 삼위일체가 되어 벌이는 '대국민 사기극'에 대한 고발이자 왜곡된 진실을 바루기 위한 조그만 민간경제연구소의 외침으로 볼 수 있다.

진실은 누가, 어떻게 왜곡할까. 전기나 가스 등 공공 요금이 오를 때마다 자주 듣는 소리 중 하나가 있다. "원료비 상승으로 도시가스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와 같은 소리가 그것.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이런 말은 실제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공공요금 폭등을 사업성을 무시한 공기업들이 빚을 내 방만한 투자를 많이 한 결과로 해석한다. 4대강 사업을 담당한 수자원공사의 예를 보자. 이 책에 따르면,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으로 2009년부터 8조 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고 있다. 연간 이자가 3500억 원, 하루 이자만 약 9억8000만 원이나 되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래서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6월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발생한 수자원공사의 부채 감축을 위해 물값이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국토부와 수자원 공사는 법령 체계상 4대강 부채를 갚기 위한 물값 인상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책 사업 재정과 관련한 정부의 무책임(정부 재정으로 해야 할 국책 사업을 공기업 재정으로 떠넘긴다는 점에서 그렇다)과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 등으로 불거진 부채 문제를 국민 부담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장관의 인식을 온전히 받아들일 국민은 거의 없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돈이 도는 경제민주화' 부르짖는 이유

박근혜 대통령이 작년 대선에서 주요 슬로건으로 내걸어 재미를 본 '경제민주화' 문제도 살펴보자. 저자는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자본의 정의, 곧 지배 구조의 정의에 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소유 구조의 정의를 실현하여 재벌그룹이 상호 출자를 근간으로 산업과 경제를 장악하고 동네 상권까지 무차별적으로 넘보는 잘못된 지배 구조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차없는 '경제쇼'가 벌어진다. 저자의 말을 빌려 설명해 보면, 여기에는 "투자, 경기 활성화를 위해 경제민주화를 중단해야 합니다"와 같은 말이 따라붙는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돈이 도는 경제민주화'니 '경제 살리는 경제민주화'니 하는 말들을 부르짖는 맥락도 마찬가지다. 왜 그럴까.

이들 슬로건들의 바탕에 깔린 전제 자체가 문제다. 경제민주화는 거칠게 말하면 경제 정의를 통해 경제를 더 튼튼하고 알차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돈이 건강하게 순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위의 말들에는 경제민주화가 오히려 돈의 순환을 막고 경제를 죽일 수도 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그러니 이러한 말들에 경제민주화의 반경제적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하면 지나칠까. 작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우릴 대로 우려 재미를 보고는 상황이 바뀌자 교묘한 말법으로 재벌이나 대기업 친화적인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동양그룹 사태가 심각하다. 언론보도를 보면 피해규모가 4만여 명에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동양그룹 사태의 배경과 원인 분석에 대한 이런저런 분석이 많다. 내가 보기에 이번 사태의 핵심에는 경제민주화 문제가 있다. 금융 당국의 관리 부실과 묵인 아래 힘있는 대기업이 서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의롭지 못한 갑을 관계의 문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진실 왜곡의 문제는 심각하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경제 전체의 자원 배분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엄청난 부실과 혼란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번 동양그룹 사태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주류 지배층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깊은 통찰력과 비판적인 시선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경제쇼> (김광수 지음 | 왕의서재 | 2013. 9. 18. | 261쪽 | 1만 4천 원)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제쇼 -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불변의 프레임

김광수경제연구소 지음, 왕의서재(2013)


#<경제쇼>#김광수경제연구소#경제민주화#동양그룹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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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민주주의의 불한당들>(살림터, 2017)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살림터, 2016) "좋은 사람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제도가 좋은 사람을 만든다."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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