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스위스에서 모든 성인에게 매월 2500스위스프랑(약 2800달러· 한화 약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국민발의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어 국민투표에 부쳐지게 되었다. 과연 스위스에서 실현이 될 수 있을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일단 이 소식은 전 세계적으로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대안을 모색하고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몇 해 전부터 기본소득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그 열매로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가 결성되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도 스위스처럼 구체적으로 기본소득 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어 그 실현을 눈앞에 두는 상황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꿈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이것은 전 세계의 빈곤을 종식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에 의하면,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어떠한 자산 심사와 노동 요구 없이, 국가 또는 사회공동체가 지급하는 조건 없는 소득"이다. 그리고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가 제안하는 기본소득의 재원은 토지세(실제로는 부동산보유세), 금융세(금융거래세, 자본이득세), 환경세(생태세), 부자 증세 등이다. 기본소득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들이 떠오를 수 있는데,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가
'기본소득 30문 30답'을 만들어 잘 해명하고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 글에서는 기본소득의 가장 중요한 재원인 토지세에 초점을 맞추어 '지대 기본소득'의 논거와 그 추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지대 기본소득의 논거지대(地代)는 '토지 사용의 대가'로서, 일반적으로 연간 토지사용료, 또는 연간 토지임대료를 가리킨다. 그런데 지대는 기본소득을 위한 합법칙적이고 정의로운 재원이다.
헨리 조지(Henry George, 미국의 경제사상가, 1839-1897)에 의하면, 인구가 증가하면 지대도 증가하고, 인구가 감소하면 지대도 감소한다. 이는 사회법칙이다. 그러므로 지대는 인구 1인당 일정한 기본소득 공급을 위한 합법칙적인 재원이다. 인구와 지대의 관계에 대해 헨리 조지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현재의 설명에 의하면 인구가 증가하면 생존물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현재보다 더 열등한 토지 또는 열등한 생산점으로 생산이 확장되기 때문에 지대가 상승한다고 한다. 일정한 인구 규모에서 경작의 한계가 30에 위치한다고 하면 생산력이 30을 초과하는 모든 토지에서 지대가 발생한다. 인구가 두 배로 불어나면 추가 공급이 필요하게 되며 이로 인해 경작이 확대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과거에 지대가 발생하지 않던 토지에 지대가 발생한다. 경작의 확대가 20까지 이루어지면 20에서 30 사이의 모든 토지에서 지대 즉 토지가치가 생기며 30을 넘는 토지에서는 지대 즉 토지가치가 상승한다."(헨리 조지 지음, 김윤상 옮김, <진보와 빈곤>, 비봉출판사, 1998, 220쪽)."인구가 증가하면 경작의 한계가 낮아져서 지대가 상승하지만, 인구 증가에 따라 지대가 상승하는 경로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인구가 증가하면 경작의 한계가 낮아지지 않아도 지대가 상승한다. 맥컬로크(John R. McCulloch, 1789~1864) 같은 학자는 동일한 질의 토지가 무한히 존재하면 지대가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지만 인구가 증가하면 자연적인 토질과 관계없이 지대가 상승한다. 인구 증가에 따라 협동과 교환의 힘이 커지는데 이는 토지 능력이 향상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유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실제로 '향상된다'고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내 말은, 인구 증가와 더불어 힘이 증가하면 생산 방법이나 도구가 개선된 것처럼 같은 노동에 의해 더 많은 결과가 나옴으로써 토지의 자연적 힘이 향상된 것과 같이 될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노동의 우월한 힘이 발현되고 그 힘이 특정 토지에 국지화된다는 ― 즉 증가된 힘이 노동 일반에 결부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토지에 투입되는 노동에만 나타난다는 ― 것이다. 따라서 이 힘은 토질, 기후, 광물자원 기타 자연적 상황과 마찬가지로 토지에 내재한 것처럼 되고 또 토지소유권과 더불어 이전한다."(같은 책, 224쪽).또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또 모여서 사회를 이루어야만 지대가 발생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그 사회의 지대를 만들어내는 주체이다. 그런데 생산자가 그 생산한 결과를 소유하는 것이 정의(正義)이다. 그러므로 지대를 만들어내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지대를 기본소득으로 나눠 갖는 것은 정의로운 것이다. 곧 지대는 기본소득 공급을 위한 정의로운 재원이다.
지대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을 '지대 기본소득'이라 칭한다. 그럼 한국 사회에서 지대 기본소득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될까?
지대 기본소득의 추정치지대에 대한 직접적인 통계자료가 없기 때문에, 지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대를 추계할 수밖에 없다. 지가를 통해 지대를 평가하는 방법을 적산법이라고 한다.
"평가대상물의 매매가격을 통해 임대가격을 평가하는 평가법을 '적산법'이라고 하는데 적산법에 관해 한국감정평가협회가 정한 '토지보상평가지침' 제49조 제4항을 보자.
토지보상평가지침
제49조 [토지사용료의 평가]
④ 적산법에 의하여 적산임료를 구하는 경우에 적용할 기대이율은 당해 지역 및 대상토지의 특성을 반영하는 이율로 정하되 이의 산정이 사실상 곤란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이율을 기준으로 한다. (중략)
1. 대(상업용) 및 이와 유사한 토지: 연 8퍼센트 이내
2. 대(주거용 및 주상복합용) 및 이와 유사한 토지: 연 5퍼센트 이내
3. 전․답 및 이와 유사한 토지: 연 2퍼센트 이내
4. 임야 및 이와 유사한 토지: 연 1퍼센트 이내위 인용 조문에서 적산임료는 연간 지대를, 이율은 지대/지가의 비율을 의미한다. 1998년의 경우 상업용과 주거용을 포함한 대(垈)의 가격이 지가총액의 약 50%, 전·답의 가격이 지가총액의 약 15%, 기타토지의 가격이 지가총액의 약 35% 이다. 지목이 대인 토지 중 상업용과 기타의 비율을 알 수 없으므로 대 전체의 이율을 상업용과 주거용의 중간인 6.5%로 보자. 그러면 연간 지대총액의 상한액을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연간 지대총액 ≤ 지가총액 × (0.065 × 0.5 + 0.02 × 0.15 + 0.01 × 0.35)
= 지가총액 × 0.039"(김윤상, <토지정책론>, 한국학술정보(주), 2002, 287-288쪽).그런데 2013년 전국 3157만8711필지에 대한 개별 공시지가의 총액은 3879조8062억 원이다(국토교통부 보도자료, "2013년도 개별지가 전년대비 전국평균 3.41% 상승", 2013년 5월 30일). 그리고 2012년 공시지가를 그 해에 거래 신고한 실거래지가와 비교한 결과, 공시지가의 전국 평균 실거래가격 반영비율은 59.8%이다(양승철, "부동산 공시가격의 불형평성 실태와 문제점",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부동산 공시가격 형평성 제고 방안' 정책세미나, 한국부동산분석학회, 2013년 5월 9일). 그러므로 실거래지가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실거래지가 = 공시지가 ÷ 0.598
2013년 실거래지가 총액 = 3,879,806,200,000,000원 ÷ 0.598 = 6,487,970,234,113,713원이 값을 위에서 인용한 계산식에 대입하면 2013년 한 해의 실제 지대 총액은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2013년 실제 지대 총액 ≤ 6,487,970,234,113,713원 × 0.039 = 253,030,839,130,435원그런데 한국 인구는 2013년 기준, 5021만9669명으로 추계된다(출처: 국가통계포털). 그럼 2013년 한 해의 인구 1인당 지대와 4인 가구당 지대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연간 한국 인구 1인당 지대 ≤ 253,030,839,130,435원 ÷ 50,219,669명 = 5,038,480원
연간 4인 가구당 지대 ≤ 5,038,480원 × 4 = 20,153,920원요컨대, 대략 공시지가 총액은 4천조 원이고, 실거래지가 총액은 6500조 원이며, 연간 실제 지대 총액은 최대 250조 원이고, 한국 인구는 5천만 명이므로, 연간 1인당 지대는 최대 5백만 원이고, 연간 4인 가구당 지대는 최대 2천만 원이다. 이것이 바로 지대 기본소득의 추정치이다. 만약 스위스처럼 모든 사람이 아니라 성인으로 국한한다면, 성인 1인당 지대 기본소득은 더 커질 것이다. 나는 기본소득의 원래 취지에 맞게 그 대상을 성인으로 국한하지 않고 모든 사람으로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해마다 최대 5백만 원의 지대를 만들고 있다.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가족들은 모두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4인 가구 기준으로 해마다 최대 2천만 원의 지대를 만들고 있다. 생산자가 그 생산한 결과를 소유하는 것이 정의로운 것처럼, 지대를 만들어내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지대를 기본소득으로 나눠 갖는 것이 정의로운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토지 소유자들이 이 지대를 모두 도둑질해가고 있다. 이것은 지주의 지대 전유를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토지사유제 때문이다. 토지사유제는 강도 화적의 토지제도인 것이다.
정의의 이름과 민주주의의 힘으로 토지사유제를 무력화시켜서 지주의 지대 도둑질을 막아내자.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각자가 만들어낸 지대만큼을 기본소득으로 나눠주자. 이것이 정의로운 경제체제의 근간이다. 이것만으로 빈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 없이는 빈곤을 없앨 수 없다. 약육강식의 정글 자본주의가 심화되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빈곤으로 점점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는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지대 기본소득은 빈곤 종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대 개혁 과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