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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서구의 한 단독주택가에 위치한 우리집.
대전 서구의 한 단독주택가에 위치한 우리집. ⓒ 오마이뉴스 장재완

지지난주 이사를 했다.

결혼 이후 13년 동안 아파트만을 '전전'(전세에서 전세로)하다가 드디어 단독주택, 그것도 건축한 지 30년이나 된 노후된 단독주택을 사서 이사했다. 아파트 전세의 장점이 적은 돈으로 새 집에 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면(우리는 주로 미분양된 새 아파트에 살았기에), 자가 단독주택은 많은 돈으로 낡은 집에 산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내 집이 생겼다는 데 위안을 얻을 뿐이다.

2년의 기간이 주어지는 전세. 이사한 다음 날부터 다음 전셋집 구하는 걱정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나의 아내는 걱정이 좀 많은 성격이다.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 탓인지 아니면 정부 정책의 실패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갈수록 전세 구하기는 어려워지고 있다.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우리 같은 서민들은 갈 곳이 없다.

처음 아내가 단독주택을 사서 가면 어떻겠느냐고 말을 꺼냈을 때 나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장인·장모님이 살고 있는 노후된 단독주택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이런 곳에 못 살겠다고 생각해왔다. 들어갈 때부터 나는 퀴퀴한 냄새, 그리고 불편한 구조, 매일 쓸어야 하는 낙엽…. 난 비록 좁고 비싸지만 아파트가 가장 내 생활에 적합한 주거형태라고 생각해왔다. 특히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라면 말이다.

그런데 아내가 단독주택을 사서 가자고 했다. 그래서 물었다.

"대체 뭐가 좋은데?"

아내는 답한다.

"우리가 가진 돈으로 갈 곳이 없어서…. 싸잖아…. 전세기간 끝났다고 쫓아내지도 않으니…."

아~ 결국 이유라는 게 돈 때문이었다. 가진 돈은 없고, 결혼 13년 동안 6번이나 간 이사에 이제는 지쳤다. 그렇다고 방 3개 있는 아파트를 사는 것은 우리 형편에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러나 단독주택이라면 다르다. 아파트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그밖에도 마당도 있고, 햇볕도 잘 들고, 아래층 신경 안 써도 되고…. 여러 장점을 아내는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지만, 나는 돈 없는 내 신세만 한탄하면서 등 떠밀리다시피 단독주택도 알아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집 알아보기부터 만만치 않네

 이사오기 전 살았던 대전 유성구 도안신도시의 한 아파트.
이사오기 전 살았던 대전 유성구 도안신도시의 한 아파트. ⓒ 오마이뉴스 장재완

단독주택을 알아보기로 한 뒤, 아내는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그런데 아파트를 알아볼 때와는 사뭇 다르다. 아파트는 거기에서 거기라고 할 만큼 대충 인터넷으로 알아볼 만큼 알아볼 수가 있다. 우선 아파트 매물이 있으면, 포털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통해 집의 위치와 주변 환경을 그 자리에서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집 내부 구조도 웬만하면 검색만 해보면 도면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기도 하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에 가면 곧 바로 도면을 보여준다. 13년 동안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우리는 도면만 봐도 쉽게 집 구조를 알 수 있다. 거의 딱 한 번만 가보면 된다.

그런데 단독주택은 일단 인터넷에 매물이 많지 않다. 매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진도 없다. 사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으로 그 집에 대한 정보를 얻을 게 없다. 결국 우리는 단독주택 밀집지역 부동산을 돌고 돌아 발품을 팔아야 했다. 아파트라면 여러 집 보는 데 30분도 안 걸리는데, 단독주택은 한 집 보는 데 30분이 걸린다.

또 조건이 마음에 들어서 실제 집에 방문해 보면 실망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다. 노후된 단독주택 살이를 각오는 했지만, 우리가 가진 돈으로 소개받는 집의 수준은 정말 처참했다.

"아~ 이게 현실이구나."

집을 보러 다니면서 아내와 묘한 감정싸움이 일었다. 아내가 기껏 힘들여서 몇 군데를 골라 보여주면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내는 '단독주택이 그렇지, 그럼 얼마나 좋을 줄 알았느냐'고 핀잔을 주고, 나는 그런 현실을 알면서도 '그래도,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살아'라고 생각하면서, 영혼 없는 코멘트를 날렸다.

"응, 이 집도 괜찮네~."

그렇게 수십 채의 집을 보러 다니던 중 아내가 좋은 집이 나왔다며 오전에 시간을 달라고 했다. 나는 바쁘니까 1시간만 내겠다고 약속하고서는 함께 부동산을 찾았다. 단독주택가에 있는 부동산까지 허름했다. 왠지 꺼벙해 보이는 공인중개사의 안내를 따라 4-5채의 집을 돌아다녔다. 아내가 나름 좋은 집이라며 추천한 집들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이 집은 너무 낡았고, 저 집은 구조가 이상하고, 또 저 집은 2층이 마음에 안 들고, 또 저 집은 단층이라 마음에 안 들고…. 아, 어찌하리 이 내 변덕스런 마음을….

아내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즈음. 중개사는 "그럼 이 집은 어떻겠어요? 지금 두 분이 자꾸 이야기 하시는 것으로 봐서는 이 집에 제일 잘 맞을 것 같네요"라면서 또 다른 집을 소개해줬다.

이 집은 골목 입구부터 달랐다. 울타리 없는 집 9채가 나란히 서 있고, 집집마다 나무와 화초가 심어있다. 이 골목은 구청에서 내 집 주차장 갖기 시범사업으로, 각 집에서 자기 땅을 내놓으면 도로를 집 안쪽까지 넓혀서 주차공간을 마련하게 해준 동네다. 또한 그 공사를 하면서 구청에서 돌로 축대를 쌓아주고, 감나무도 심어주었다.

집은 건축한 지 30년이 되었지만 살던 주인이 수리를 싹 해놔서 깨끗하고, 내부 복층 구조로 되어 있어서 방이 5칸이나 됐다. 아내는 나무와 꽃, 화단에 반하고, 나는 나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는 2층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 집으로 결정했다. 중개사는 우리 마음이 바뀔까봐 주인과 협상해서 500만 원이나 깎아주기까지 했다. 그러니 어찌 마다할까….

오전에 집을 보고 오후에 계약서를 썼다. 갑자기 집을 팔게 된 주인은 그 집에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고 투자를 했는지 열변을 토해냈다. 그럴수록 우리는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그런데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서 곰곰이 생각하니 단독주택에서 꼭 봐야 할 것들을 안 보고 덜컥 계약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 학교와 거리는? 밤에는 조용할까? 이웃들은 좋은가? 수도는 새지 않나? 겨울에 춥지 않을까? 난방비는 많이 드나? 담도 없으니 보안은 괜찮을까? 습하지는 않을까? 슈퍼는 가깝게 있나? 아, 우리는 그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다. 실례를 무릅쓰고 우리 부부는 다음날 다시 그 집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꼼꼼히 챙겨보리라.

집 주인에게 이것저것 꼼꼼하게 캐묻고, 구석구석 사진도 찍어왔다. 그런데 그날 밤 또 걱정이 생겼다. 도배는 해야 할까? 싱크대는 괜찮은가? 장판은? 전기는 문제없나? 세탁기 놓을 자리는? 아파트라면 그런 걱정 별로 안 해도 처음 지을 때부터 입주민이 쓰기 편리하도록 다 되어 있겠지만, 단독주택은 하나에서 열까지 본인이 직접 관리를 해야 하다 보니 챙겨봐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또 방문했다. 그렇게 이사하기까지 여러 차례를 다시 가봐야 했다. 다행히 주인아주머니가 마음씨가 좋아서 갈 때마다 따뜻하게 맞아주고 자세히 설명도 해주셨다.

그런데 아주머니의 한마디가 내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그런데 말예요. 왜 아파트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와요? 그것도 젊은 사람들이?"
"여기 사는 사람들 소원이 아파트 한 번 살아봤으면 하는 거예요…."

흐흐흐… 그러게요. 우리는 왜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 하는 걸까요?

단독주택 이사하기, 웃돈이라도 줘야 하나?

 우리집 내부 모습.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2층에 두개의 방이 있다. 1층에는 거실과 보조거실, 그리고 부엌, 안방. 또 다른 방(예전에 세를 주기위해 별도의 출입구와 외부 화장실이 있는)이 있다.
우리집 내부 모습.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2층에 두개의 방이 있다. 1층에는 거실과 보조거실, 그리고 부엌, 안방. 또 다른 방(예전에 세를 주기위해 별도의 출입구와 외부 화장실이 있는)이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단독주택은 이사도 힘들었다. 사다리차를 통해 짐을 실어 나르던 아파트와는 달리 모든 짐을 일일이 등에 지고 계단을 오르는 이삿짐센터 인부들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집에 들어와서 내부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갈 때는 웃돈을 주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들었다.

겨우 겨우 이사를 마쳤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이사가 절반도 채 끝나지 않았다. 잔금을 미리 줄 수 없어서 이사 당일 전세금을 빼고 대출을 받아서 잔금을 처리하다보니 일단 이삿짐을 넣은 후 집수리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예산이 별로 없어서 도배하고 싱크대 교체만 하기로 마음먹었고, 이사 다음 날 도배를 했다. 도배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이삿짐을 제대로 풀지도 못하고 모든 짐을 대충 내려놓기만 했다. 그랬더니 도배 인부들이 와서는 거의 대부분의 짐을 집 밖으로 들어냈다. 이럴 거면 왜 이삿짐센터에 돈을 줬을까? 한탄을 하면서 도배를 마쳤다. 인부들이 가고 나서 청소를 하고 짐을 나르니 온몸이 말이 아니었다. 이사를 두 번 한 느낌이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다음 날에는 타일 공사가 있었다. 부엌의 싱크대를 뜯고 보니 타일이 엉망이어서 타일 교체를 급하게 잡았다. 하루 종일 먼지가 날리더니 타일 공사가 끝났다. 우리는 또 다시 청소를 해야 했다. 그 다음 날에는 전기공사가, 그 다음 날에는 싱크대가 들어왔다. 그때마다 청소를 해야 했고, 겨우 겨우 정리를 마치고 나니 6일이 걸렸다.

이삿짐센터 인부, 도배 인부, 타일 인부, 전기공사 인부, 싱크대 공사 인부들 모두 모두 와서 한 소리씩 하고 간다.

"왜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셨어요? 겨울에 춥고, 습하고 안 좋아요~."
"ㅠㅠ!"

정말 단독주택 살기는 그렇게 어려운 걸까? 정말 단점이 그렇게 많은 걸까?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정말 가장 이상적인 주거형태란 말인가? 앞으로 단독주택에 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단독주택의 장단점을 소개해볼까 한다. 나와 같이 단독주택 살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을 테니까….

참, 우리 집에는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커다란 대추나무가 있다. 올해는 특히 풍년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동네에서 우리 집은 '대추나무집'으로 통한다.


#단독주택#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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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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