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J씨가 소액결제 피해를 입은 웹하드 서비스 제공 업체 누리집 갈무리
 J씨가 소액결제 피해를 입은 웹하드 서비스 제공 업체 누리집 갈무리
ⓒ 누리집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J씨(여, 52)는 얼마 전 핸드폰 결제 내역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명세서 확인을 잘 안 하는 성격인데다 핸드폰을 이용한 소액결제는 평소 이용하지 않는 터여서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9월 2일자로 1만6500원이 자신도 모르게 소액결제된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것이다. J씨는 혹시나 싶어 과거 몇 개월의 명세서를 확인해보고는 더욱 놀랐다.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1만6500원씩 모두 4차례에 걸쳐 총 6만6000원이 결제된 것이다.

통신사에 확인한 결과 모두 영화나 드라마, 운세정보 등을 볼 수 있다는 사이트에서 자동 연장 방식으로 결제가 이루어진 것임을 알았다. 그제서야 문득 머리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평소 일본어에 관심이 많던 J씨는 일본어 공부를 하기 위해 일본 드라마 등을 보면 도움이 된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한 사이트에 가입한 것이 기억났다. 그러나 당시 J씨가 해당 사이트에 가입할 때는 110원에 원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안내만 있었을 뿐, 결제된 월 1만6500원의 이용료나 자동 연장 등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었다.

"전 평소 핸드폰 소액결제는 이용하지 않거든요. 요즘같이 어려울 때 단돈 1만 원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1만6500원이라는 이용료를 내면서까지 콘텐츠를 이용하지는 않죠. 더욱이 그 사이트는 실제 회원 가입 후 들어가 보니 영화나 드라마 등의 시청을 전혀 할 수가 없었어요. 원하는 내용을 선택해도 무반응인 사이트였죠."

소액 결제 사기, 교묘한 수법

J씨가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사이트에서 제공한다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것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핸드폰에서 소액결제가 이루어진 사이트가 매번 달랐다는 점이다. 자신은 A 사이트에 가입했는데 이후 결제가 이루어진 사이트는 A와 B와 C 사이트였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보니 각 회사들은 사업자등록번호도 달랐고 사무실 소재지도 서울 종로구, 강남구, 서초구 등 다양했다. 이 중 C는 "종로1가 교보빌딩 15층"이라고 사업자 주소지가 명시되어 있었으나 실제 확인해보니 교보빌딩에 해당 업체는 입주해 있지 않았다.

그런데 A, B, C 세 사이트에 소개된 회사의 고객상담 전화번호는 모두 같았다. J씨는 해당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 환불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웹하드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라며 "고객님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회원 가입을 하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므로 환불을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J씨는 또 "왜 내가 처음 회원 가입한 사이트와 나중에 결제된 업체가 다르냐?"는 항의에 업체는 "사업자 이전으로 인해 그렇게 된 것"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J씨가 당한 업체의 소액결제 사기 수법을 정리해보면, 첫째, 마치 운세정보나 영화, 드라마시청 등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속이고 무료 또는 이벤트로 회원을 가입하게 한다. 둘째, 이 과정에서 '성인인증' 또는 '본인인증'을 한다며 핸드폰 소액 결제에 필요한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셋째, 소액결제의 명세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일반 사용자들에게 매달 지속적으로 1만5000원(부가세 포함 1만6500원)을 지속적으로 결제 청구를 한다. 넷째, 나중에 피해자들이 항의하면 "자신들은 영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웹하드를 제공하는 업체다"라고 변명하고 "피해 당사자가 직접 회원가입을 했다"거나 "분명히 약관에서 이러한 사실을 공개했다"며 환불을 거절한다.

또한, 이들 업체들은 같은 회사가 여러 개로 사업자 등록과 도메인 등록을 하고 한 개의 사이트가 적발되면 다른 사이트로 이전하거나 결제 대행업체를 바꾸어 청구하는 등 교묘하고 지속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피해자 중 일부 강력하게 항의하거나 관계당국에 진정하는 등의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피해자들에 한하여 항의를 무마할 목적으로 일부금액만을 환불하기도 한다.

피해자 속출하는데 업체에 환불만 사정해야 하나

 국민신문고 누리집 갈무리
 국민신문고 누리집 갈무리
ⓒ 국민신문고

관련사진보기


J씨는 자신이 입은 피해를 구제할 방법을 알아보았다. 우선 통신사에도 문의를 했고 결제 대행업체의 고객센터에도 확인해보았다. 그런데 결과는 어이가 없었다. 통신사나 결제 대행회사 모두 '해당서비스 제공 업체에 의뢰하여 환불을 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겠다'라는 답변만 할 뿐이었다.

결제 대행업체의 고객상담부서 팀장은 "현행 제도상 결제를 청구한 업체에 대하여 환불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해당 업체의 피해자들이 많아 향후 해당 업체가 운영하는 사이트는 결제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차단한 상태지만, 이미 입은 피해를 보상할 방법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 부처도 마찬가지다. 현재 J씨처럼 핸드폰 소액결제 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정부 기관은 국민고충처리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이다. 국민신문고에 피해구제 신청을 하면 해당 민원은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 이관되며, 미래부는 이를 다시 결제대행업체협회로 이관하여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결제대행업체협회가 운영하는 '휴대폰/ARS결제 중재센터'(www.spayment.org)에서도 "원칙적으로는 해당 사이트 업체에서 환불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J씨는 이에 대하여 "해당 사이트들은 아예 사기를 치려고 작정하고 여러 개의 회사와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거짓으로 회원을 가입하게 하는 등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데 강제력이 없는 권고 사항으로 환불을 유도한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공정위,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 개정안 마련... 그나마 '다행'

J씨는 이번 피해를 겪고 며칠 동안 아무 일도 못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 결과, J씨가 피해 보상을 받은 것은 겨우 3만3000원이었다. 그것도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와 며칠간의 실랑이를 통해 겨우겨우 얻었다.

J씨는 "제가 처음 가입한 곳과 나중에 청구된 곳이 모두 달랐던 점을 계속 항의하자 업체에서는 선심 쓰듯 '그럼 가입한 사이트 말고 다른 사이트에서 결제된 금액만 환불해주면 되겠냐'며 환불을 해주더라고요. 그동안 신경 쓴 거, 며칠 동안 전화에 매달리고 이리저리 발품 판 거 생각하면 피해액뿐만 아니라 정신적, 시간적으로 입은 손해배상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지만 방법이 없어 허무해요"라며 한숨을 토했다.

J씨의 사례를 보며 제도의 허술함이 이런 사기 범죄를 양산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1차적으로 통신사나 결제 대행업체는 보다 꼼꼼한 모니터링을 통하여 유해 사이트에 대한 차단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업체 간 정보 교류를 통해 사기 행위가 의심되는 사이트나 사업자의 정보를 공유해야 할 것이다. 또한 피해자들이 보다 쉽게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 2일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는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 개정(안)'에 대한  행정 예고를 통해 J씨와 같은 피해자가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소액결제 피해 등과 관련해 "사업자가 소비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무료 콘텐츠를 유료로 전환하여 요금을 받아간 경우 또는 사업자가 이용요금을 자동으로 결제하면서 결제될 내역을 소비자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경우 사업자는 이용 요금 전액을 소비자에게 환급해 주도록 하였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늦게나마 소액결제 피해자의 구제 방안이 마련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J씨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소비자보호원, 국민신문고, 미래창조과학부, 핸드폰 결제 중재 센터, 사이버경찰청, 통신사, 결제 대행업체 등 수많은 기관이나 단체에 문의를 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쉽게 도움을 받을 수는 없었다. 공정위의 소비자 분쟁 해결기준 개정안의 빠르고 실질적인 시행과 함께 소비자들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일한 창구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핸드폰 소액 결재#소액결재 사기#결재대행#16500원 사기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