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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기대회 출발에 앞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습니다.
걷기대회 출발에 앞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습니다. ⓒ 변창기

 운동회 가는 길
운동회 가는 길 ⓒ 변창기

지난 12일(토) 오전 9시 30분부터 울산 동구에 있는 한 운동장에서 '동구민 화합한마당 대춘전'이란 이름으로 운동회를 했습니다. 동구지역 온 동네 큰 길마다 현수막이 붙어 있어 알게 되었습니다. '다함께 걷고 즐기고 하나되고'란 구호로 동구청과 체육관련 단체가 함께 진행하는 큰 행사였습니다. 저는 운동회보다 그날 함께 걷기대회가 있어 가보게 되었습니다. 2천 원 참가비를 내니 걷기대회 글이 적힌 하얀색 반팔 옷을 주었습니다. 그 옷을 입고 걸어야 행운권 하나를 준다고 했습니다. 저는 걷기도 해보고 혹시나 행운권에 당첨될까 싶어서 참여했습니다.

시간이 되자 마을 단위로 많이 참석했습니다. 남목동,전하동,화정동,방어동,일산동,대송동 등 모든 마을에서 왔습니다. 어르신도 많이 오고 가족도 많이 왔습니다. 10시가 되자 개회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식전행사로 농악대가 힘차게 사물을 치며 공연을 했습니다. 이어 울산에 있는 군부대 악단이 운동장을 돌며 연주를 했습니다. 그 후 개회식이 시작되었습니다. 평소 못보던 정치인들이 모두 왔습니다.

동구지역 국회의원, 울산시 교육감, 시의원, 구의원. 그들은 귀빈으로 소개되었고 환영사,대회사, 격려사, 축사를 돌아가면서 했습니다. 식이 끝나자 걷기대회부터 했습니다. 걷기대회는 사전 예약접수를 받았습니다. 2천 원 참가비를 주어야 자격이 주어졌습니다. 반팔 옷 하나를 주었고 그 옷을 입고 걸으면 절반쯤 가서 행운권을 주었습니다.

 식전행사로 농악대가 공연을 펼쳤습니다.
식전행사로 농악대가 공연을 펼쳤습니다. ⓒ 변창기

 울산시 군부대 군악대 연주회
울산시 군부대 군악대 연주회 ⓒ 변창기

3천여 명이 함께 걸었습니다. 동구엔 큰 호수가 2개 있는데 모두 대기업과 국고 지원을 받아 호수공원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한바퀴 걸어 돌아볼수 있도록 길을 닦고 다리를 놓았습니다. 중간에 쉼터도 만들어 두었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그곳에서 걷기운동을 합니다. 진짜로 중간쯤 걸어가니 생수 한 병과 행운권 한 장을 주었습니다. 대회주권 쪽에서 지급한 옷을 입지 않은 참가자에게는 행운권을 주지 않았습니다.

오후 1시간 10분정도 넘어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 왔습니다. 돌아오니 고급 자전거 20여 대 경품을 놓고 행운권 추첨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당첨되어 기뻐하였고 더 많은 사람들은 부러워했습니다.

"이번에 당첨 안 되었다고 서운해 하지 마시고 기다려 보세요. 오후 3시경 다시 더 많은 경품으로 행운권 추첨이 있으니 기대하세요."

사회자가 그렇게 말하면서 걷기대회는 끝이 났습니다. 걷기대회가 끝나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각 동별로 자리를 찾아 갔습니다. 동별로 마련된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점심시간을 보냈습니다.

점심시간 후 오후 순서가 진행되었습니다. 동대항전으로 단체줄넘기, 이색제기차기, 에어봉릴레이라는 경기를 했고, 어르신 참여경기로 실버낚시, 실버돼지몰이, 고무신멀리차기, 정핑볼레이스라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운동회 마무리 행사
운동회 마무리 행사 ⓒ 변창기

어르신 경기, 가족 경기, 개별 경기. 다양한 운동경기가 있었지만 제가 참여할 운동경기는 별로 없었습니다. 주변엔 다른 행사도 많았습니다.

추억의 뻥튀기를 무료로 나눠주는 곳도 있었고, 도로명주소홍보관, 경찰서 홍보관, 다문화체험관, 건강생활실천홍보. 줄을 서서 간단하게 뭘 작성하면 기념품을 주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곳엔 모두 어르신이 줄을 지어 서있었습니다. 기념품이라도 하나 챙겨 가려는 어르신들의 노력이 참으로 가상하게 여겨졌습니다. 저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줄을 서있었습니다. 그렇게 이것저것 여러가지 물품을 받아 챙겼습니다. 빈손으로 집에 들어가면 아내가 뭐하다 왔냐고 할 것 같아서 기념품이라도 챙겨가기로 했습니다.

 참가 사은품 하나 받으려고 줄 선 어르신들
참가 사은품 하나 받으려고 줄 선 어르신들 ⓒ 변창기

개인전도 있어 참가했으나 그냥 참가 기념품만 챙기는 수준이었습니다. 운동을 잘하거나 젊은 사람들을 따라 갈 수가 없었습니다. 오후 3시가 넘으니 모두 동별로 운동장에 모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행운권 한 장씩 나눠 주었습니다. 200여가지 경품 중에 하나는 안 걸릴까? 기대하고 기다렸습니다.

휴지, 밥통, 믹서기, 청소기... 별로 값이 안나가는 경품에서 위로 갈수록 값이 나가는 경품으로 변하면서 당첨자 수도 줄어 들었습니다. 폰, 컴퓨터, 자전거, 대형냉장고, 세탁기, 벽걸이티브이... 끝 번 하나만 걸려도 작은 경품은 받을 수 있었는데 그 하나도 받지 못했고, 1등까지 당첨자가 나왔으나 제가 가지고 있던 행운권 번호는 끝끝내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3천여 명 넘게 모인 참가자 중 200여 개의 경품. 당첨된 사람들은 무척이나 기뻐했으나 당첨되지 않은 사람들은 서운해 했습니다.

저는 참가상품과 기념품만 가지고 집으로 왔습니다. 동구민 운동회가 있기 일주일전 동구청에선 동구지역 노동자 운동회를 진행했었습니다. 지난 10월 6일(일) 같은 장소에서 했는데 200여 명이 참석했던 것 같습니다. 그조차도 정규직은 별로 없고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로 채워져 운동회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날도 정치인들이 여러명 왔었습니다. 그러나 비가 오락가락해서 행사 진행이 어수선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12일(토) 진행된 구민 운동회는 날씨도 화창하고 대성황을 이룬 운동회였습니다. 참 비교되는 두 운동회를 경험한 한 주 였습니다.

 기념품으로 받은 여러가지 행사 물품
기념품으로 받은 여러가지 행사 물품 ⓒ 변창기



#울산시 동구#체육대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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