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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원내 투쟁을 선언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에서 '민주당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 현판식을 하고 있다.
강력한 원내 투쟁을 선언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지난달 24일 오후 국회에서 '민주당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 현판식을 하고 있다. ⓒ 남소연

10일 오후 8시 30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심야의원총회.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의원들의 국정감사(아래 국감) 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날로 세 번째 열린 심야의원총회에는 민주당 의원 127명 중 절반 정도만 참석했다. 많은 의원들이 의원총회가 진행되는 도중 졸음을 이기지 못했다. 원내지도부는 '불금' 11일에도 심야의원총회를 열려고 했지만, 의원들의 만류로 열리지 않았다.

'전 국회의원의 24시간 국회 대기' 역시 이탈자가 늘어나면서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의원회관이 아닌 술집으로 향하는 의원도 있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처음에는 라꾸라꾸 침대를 마련해 의원실에서 잤다"면서 "춥고 힘들어서 요즘에는 집에서 자고 온다"고 귀띔했다. 한 3선 의원은 "의원회관에서 자고 나니 공기도 나쁘고 허리만 아프다"면서 '침낭 투쟁'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민주당의 국감 전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도부가 실질적인 국감 준비보다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집중한다는 내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여기에 집권 1년차 국감은 이전 정권에 대한 국감이 될 수밖에 없는 한계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이관 논란 등 각종 현안으로 김빠진 국정감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국민 기 살리기'로 이름붙인 국정감사 출정식에서 "민주주의와 민생 회복을 이뤄내겠다"면서 "민심을 얻는 자가 이긴다, 민주당은 앞으로 3주간 진행될 민심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외 투쟁 실패와 각종 현안에 대한 전략 부재로 지지율 정체를 겪고 있는 민주당이 1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정국 반전의 카드로 삼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MB정권 국감'에 대화록 논란까지... 김빠진 국감 '우려'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민주주의·민생 후퇴와 공약 파기 등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켜 민심을 얻는 기회로 삼을 예정이지만, '이명박 정부 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목표 달성은 쉽지 않아 보인다. 유의미한 통계가 최소한 1년 기준임을 감안하면 집권 8개월차인 박근혜 정부에 대한 각종 통계를 준비하기 어렵다. 결국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아닌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진상규명을 강조한 4대강 사업·원전·자원외교 비리 문제 역시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맞물려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를 타깃으로 해 국감을 준비하고 있지만, 집권 1년차에 이뤄지는 국감인 탓에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관한 것을 주로 다룰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것 역시 민주당으로서는 달갑지 않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화록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공세에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화록 문제는 1년 넘게 지루한 공방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사골 국물' 다 빠진 문제를 꺼내지 말고 할 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뜻과 달리 당내 친노 그룹에서 대화록 문제에 대응하면서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 의원이 지난 10일 침묵을 깨고 검찰을 비판하면서 "나를 소환하라"는 입장을 밝히자, 새누리당이 비판 논평을 내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검찰 조사가 마무리된 다음에 대응해도 된다"면서 "문재인 의원이 국감을 앞두고 보수언론이나 새누리당이 달려들 것을 알면서도, 대화록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은 전략적이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장외 투쟁은 국정감사 준비 부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를 앞둔 8월 1일 '서울광장 천막당사'를 차렸다. 의원들은 천막과 지역구를 전전하며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대국민 홍보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장외투쟁 54일 째인 9월 23일 빈손으로 국회 등원을 결정했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국회에 복귀해 국감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짧았다, 예년보다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국감 비협조 역시 민주당의 국감 전략에 차질을 주고 있다. 정부는 야당 의원의 자료 요구에 인색하고, 새누리당은 핵심 증인 채택을 거부한다. 우편향·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가 다뤄지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가 대표적이다.

민주당 교문위 소속 유은혜 의원은 10일 국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국회에서조차 검정 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인할 기회를 원천 봉쇄당했다"면서 "교육부는 일체의 자료요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검정기준에 따라 심의한 채점표와 누가 어떻게 수정 보완하고 있는지도 비밀에 부쳤다"고 비판했다. 또한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막무가내로 국감증인 채택을 거부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여의도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무분별한 폭로전과 정치공세로 국민을 짜증나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혹시 있을지 모를 야당의 무분별한 정치공세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사건과 기초연금 '정조준'... '24시간 비상국회' 성과 낼까

'침낭 투쟁' 나선 전병헌 강력한 원내 투쟁을 선언한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국회에 '민주당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를 설치했다. 본부장인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부터 원내대표실에 침낭을 갖다놓고 24시간 비상체제를 진두지휘하는 '침낭 투쟁'에 나섰다.
'침낭 투쟁' 나선 전병헌강력한 원내 투쟁을 선언한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국회에 '민주당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를 설치했다. 본부장인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부터 원내대표실에 침낭을 갖다놓고 24시간 비상체제를 진두지휘하는 '침낭 투쟁'에 나섰다. ⓒ 남소연

전병헌 원내대표는 국감을 하루 앞둔 13일 네 건의 국감 자료를 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그는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부문 영업이익이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을 넘어섰다며 휴대전화의 가격 인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감을 지휘하는 원내대표가 하루 네 건의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병헌 원내대표 쪽 관계자는 "솔선수범해서 24시간 비상국회를 통해 국감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감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논란이 거센 기초연금과 복지공약 후퇴 문제를 적극 따질 예정이다. 복지위 소속 이언주 의원은 "지역구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복지공약 후퇴 문제 등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국감에서 부각시키면 국민의 분노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황교안 법무부장관 떡값 의혹, 감사원의 4대강 조사 결과 등이 다뤄진다. 법사위 소속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원 국정감사 때처럼 새로운 내용이 밝혀지기는 어렵다"면서도 "11일 감사원 조사 결과에 대한 문서검증을 통해 공정위의 '4대강 담합 조사 고의적 지연' 문건 파기 사실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위에서는 4대강 사업이 다뤄진다. 이번 국감에서는 정종환·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등 이명박 정부 인사들과 허창수 GS그룹 회장, 김중겸 현대건설 전 사장 등 건설사 관계자들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어서 열띤 공방이 예상된다. 우편향 논란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다룰 교문위 국감도 민주당 의원들의 활약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호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권력기관 개혁을 통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복지공약 후퇴와 부자감세의 철회를 관철해내겠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을의 눈물을 닦아드리겠다"면서 "4대강, 자원외교 비리 등 권력형 부패를 규명하고 언론자유와 공정성을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8개월 동안의 난맥상을 파헤치고 대한민국의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에게 희망을 일구는 새로운 국정감사의 전형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국감에서 성과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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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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