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세력의 주장과 참 닮았습니다."
충남시민단체와 만난 일본 구마모토현 시민단체 방문단이 한 말이다. '충남-구마모토 시민교류추진위원회' 소속 구마모토현 방문단 4명은 14일 오후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충남을 방문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 충남도평생교육진흥원 주최로 충남평생교육진흥원에서 열린 한일 시민교육세미나(시니어 글로벌네트워크 평생학습사업)에서 교과서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한성준 예산전자공고 역사교사는 '교학사판 한국사교과서의 문제점'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교학사판 한국사 교과서는 식민지 근대화론, 자유민주주의 정통론, 경제성장 제일주의를 기본 성격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한 교사는 "식민지 근대화론은 일본제국주의의 한국 침략이 당시 세계사적 흐름에서 필연적인 부분이 있었고 식민통치를 통해 한국민의 근대의식 발전에 기여했다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구마모토 방문단은 한 목소리로 "일본 우익들의 주장과 같다"고 말했다. 요시다 미즈야 스님은 "그나마 일본은 교과서문제를 교사 등 일부의 문제로 받아들이는데 한국은 온 국민이 나서고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아사 신쥰 스님은 "한국의 교학사 교과서의 시각을 일본 우익 측이 인용해 공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성준 교사는 "한국의 교학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함으로써 역사 왜곡 극우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일본 정부를 비난할 자격도 잃어버리게 됐다"며 "성찰과 반성 대신 오로지 승리한 국가에 대한 자부심만 고취시키는 것을 교육의 목적으로 본다는 점에서 양국의 왜곡 교과서는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든 모임'이 후소샤 교과서를 간행한 적이 있지만 채택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한국의 교학사 교과서를 제2의 후소샤 교과서로 만들어 일본의 시민단체가 했던 것처럼 채택 반대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마모토 역사교육 방문단은 구마모토시민단체와 충남시민단체가 교과서를 매개로 교류를 시작하게 된 역사와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 시민들이 매년 독립기념관 방문하는 이유는?다나카 노부유키씨는 "1996년 구마모토현의회가 중학교 역사교과서에 기술돼 있던 당시 군위안부에 대한 사실을 삭제하려고 했다"며 "충남도와 구마모토현이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데 착안해 충남시민단체에 공동대응을 요청, 군위안부 삭제를 막아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이날의 승리를 기념해 매년 상호 교류를 확대됐고 지금은 교사, 환경, 농민 단체 간 교류 등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다나카씨는 "일본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근현대사를 거의 배우지 않는다"며 "때문에 일본인들의 인식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가가 교류의 중심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마모토 시민단체가 충남을 올 때마다 한국독립기념관을 방문한다"며 "이는 양 지역 시민단체 교류가 역사 인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충남을 방문한 구마모토 역사방문단은 다나카 노부유키(62,교과서넷 구마모토사무국장), 요시다 미즈야(87, 스님), 츠자키 마사시(62, 목수), 유아사 신쥰(47,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 회원) 등 4명이다.
이들은 14일 일정을 시작으로 15일 부여 공주 백제문화 탐방, 16일 독립기념관 주최 역사 연수후 17일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 한국독립기념관에서 벌이는 일본시민 역사연수는 올해로 7년째를 맞는다.
"재판 결과를 낙관하고 있고 그 결과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 시민단체가 구마모토현 교육위원회의 역사왜곡 부교재 채택과 관련한 소송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과서넷 구마모토'(공동대표 호리 고타로 구마모토 대학 교수)는 지난 해 말 구마모토현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현 교육위원회가 지난해부터 현립중학교 3곳에서 역사왜곡이 심한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회'의 흐름을 잇고 있는 이쿠호샤 판을 공민과목 부교재로 채택하자 주민감사청구에 이어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송을 통해 "해당 학교 교사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돼 있는 부교재를 현교육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이쿠호샤판을 사용하도록 강요하였다"며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14일 충남을 방문한 다나카 노부유키(62,교과서넷 구마모토사무국장)씨는 "내달 13일 마지막 심리(10차 공판)가 열린다"며 "늦어도 1심 재판결과가 12월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 교육위원회 위원장과 교육장이 교사들의 권한을 침해해도 되는가 여부가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이라며 "교사들이 선택하도록 돼 있는 부교재를 현교육의원회가 개입해 강요한 만큼 부당개입이라는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결과는 도쿄와 오사카 등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