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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산하 공기업인 부산시설공단이 관리하는 부산시내 주요 공원이 무분별하게 문제 소지가 있는 농약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달 부산시청 광장의 농약 살포 작업 모습.
부산시 산하 공기업인 부산시설공단이 관리하는 부산시내 주요 공원이 무분별하게 문제 소지가 있는 농약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달 부산시청 광장의 농약 살포 작업 모습. ⓒ 정민규

한해 200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인 태종대와 부산 방문의 필수 코스로 손꼽히는 용두산공원, 지역 최대 규모 공원인 어린이대공원 등 부산 시내 주요 공원에서 고독성 농약과 발암물질 농약이 무분별하게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마이뉴스>가 태종대유원지, 용두산공원, 중앙공원, 어린이대공원, 금강공원를 관리하는 부산시 산하 부산시설공단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부산시설공단 농약 사용현황'을 살펴보면 이 공원들의 농약 사용 실태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암물질 농약을 비롯해 가로수와 조경수 등에 부적합한 고독성 농약, 유해성 논란 등으로 생산이 중단된 농약까지도 이들 공원에서는 거리낌 없이 사용되어 왔다. 부산시설공단이 영도구 태종대유원지에 올 3월부터 7월까지 일반병해충방제(살충)를 위해 사용했다고 밝힌 '디디브이티'는 강한 독성 등이 논란이 되어 업체마저 2011년부터 재등록을 포기해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제품이다.

부산 금정구 금강공원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금강공원이 사용하고 있는 살충제 '지오릭스' 역시 2011년 업체가 재등록을 포기해 더 이상 시판되고 있지 않다. 앞서 유엔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 감시위원회는 지오릭스의 주성분이 사람의 신경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사용금지를 권고한 바 있다.

어린이대공원에 발암물질 농약 살포... "많은 시민 이용 공원에 농약 사용 안돼"

 부산진구 초읍동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 부산 어린이회관 등이 위치하고 있어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이용되며 주말이면 수많은 등산객들이 즐겨찾고 있다.
부산진구 초읍동에 위치한 어린이대공원. 부산 어린이회관 등이 위치하고 있어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이용되며 주말이면 수많은 등산객들이 즐겨찾고 있다. ⓒ 부산시설공단

수많은 가족단위 시민과 어린이들의 소풍 장소로 널리 이용되는 어린이대공원의 경우에는 발암물질과 발암의심 물질이 가장 많이 살포됐다. 어린이대공원에서는 고독성 농약으로 분류되는 '포스팜'이 솔껍질깍지벌레를 방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됐다. 포스팜은 미국 환경보호청이 발암의심 물질로 규정한 '포스파미돈'(Phosphamidon)이 유효성분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측에서도 "가로수 방제에 고독성으로 분류된 포스파미돈에 대한 사용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린이대공원에서는 발암물질인 '만코제브'(Mancozeb)를 유효성분으로 하는 '다이센엠 45'도 차량으로 살포했다. 태종대 유원지에서도 지난해 7월까지 다이센엠 45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만코제브를 발암물질 (probable human carcinogen)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어린이대공원이 일반병해충방제를 위해 사용했다고 밝힌 베노밀 역시 미국 환경보호청이 규정한 발암의심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부산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용두산공원과 중앙공원은 생태독성 1급 농약으로 분류되어 많은 지자체가 도심 사용을 자제하고 있는 다니톨을 지난해까지 살포했다. 다이센엠 45와 다니톨은 최근까지 부산시가 시민 왕래가 잦은 청사 주변 조경수에 사용해 물의를 일으킨 농약이기도 하다(관련기사 : <부산시 발암물질 농약 살포... "몰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산시설공단의 무분별한 농약 사용이 인체에 끼치는 악영향을 우려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일권 박사는 "이들 농약을 포유류에 실험했을 경우 (실험대상이) 죽거나 토양 등에 잔류 농약과 독성이 오래 남아있어 문제가 발생한다"며 "고독성 농약과 발암물질 농약을 시민들이 많은 찾는 곳에서 사용해서는 당연히 안 된다"고 말했다.

법까지 위반한 농약사용에도 모두 나 몰라라... 공단 '사후약방문'

 지난달 12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작업자들이 조경수에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모습. 부산시 뿐 아니라 산하 공기업인 부산시설공단도 주요공원에 농약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작업자들이 조경수에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 모습. 부산시 뿐 아니라 산하 공기업인 부산시설공단도 주요공원에 농약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정민규

부산시설공단의 농약 사용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농약은 농약관리법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작물과 적용 병해충을 엄격히 통제받고 있다. 하지만 다이센엠 45와 지오릭스, 아토닉 등 상당수 농약은 '농약 등록현황 및 안전사용기준'에 따라 조경수와 잔디 등에는 사용할 수가 없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농약관리법상 농약 위반 사용에 대해 관할 시장과 군수는 1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리 감독을 해야 할 부산시는 조치를 내리기는커녕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부산시 농축산유통과에서는 "시설공단은 산하 기관이기 때문에 담당 업무는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에 확인해봐야 제대로 된 답변을 받을 수 있다"며 전화를 넘겼다.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다시 "우리에게는 단속 권한이 없다"며 "자치구에서 담당을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부산 태종대가 위치한 부산 영도구청 관계자는 "단속 권한은 모르겠다"고 말했고, 금강공원이 위치한 금정구청 관계자는 "판매소 위주로만 농촌진흥청과 간혹 합동 단속을 할 뿐 시설공단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속을 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곳 모두가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결국 공은 다시 부산시설공단으로 넘어왔다. 부산시설공단은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공단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문제가 있는 부분을 알게 됐고 이에 대해 시정이 필요하다고 개별 사업장에 말을 해놓은 상태"라며 "(농약을) 교체해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인 만큼 안전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농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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