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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정부세종청사. 멀리 고층건물 건설용 크레인이 보인다.
 16일 정부세종청사. 멀리 고층건물 건설용 크레인이 보인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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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베리아'. 넓은 벌판에 정부 청사가 덩그러니 놓인 '휑'한 느낌이 러시아 시베리아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정부 세종청사의 별명이다.

국토교통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다수의 국회 상임위원회들이 지난 14일부터 이곳에서 올해 첫 국정감사를 시작했다.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보좌관은 물론 기자들도 취재차 '세베리아'를 찾았다.

국감 전 몇 달 동안 찾아낸 정부의 실책들을 들춰내는 의원들의 '공격본능'과 '확인해 보겠습니다', '검토해보겠습니다'로 대응하는 부처 장관들의 '수비본능'은 별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감사 내용 외적인 부분에서는 장소 변화로 인한 몇몇 이색적인 풍경들도 보였다.

세종시 국감... 귀경 기차시각 따라 종료시각 빨라져 

국감장이 세종청사로 바뀌면서 생긴 가장 큰 물리적 변화는 이동시간이다. 서울역에서 세종청사까지는 고속철도(KTX)를 이용해도 최소한 편도 1시간 20분이 걸린다. 자정이 넘으면 새벽 5시까지는 그나마 KTX도 없다.

서울 여의도동에 있는 국회와는 달리 자정까지 이어지는 '심야 국감'이 사실상 쉽지 않은 이유다. 국토교통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이를 감안해 아예 세종시 인근에 위치한 대전 유성에 숙박예약을 잡았다.

국토교통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국감 첫날인 14일 오후 11시까지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를 놓고 '마음껏' 설전을 벌이며 최장시간 감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 주승용 국토교통위원장은 다음날인 15일 열린 국토부 교통분야 국감에서는 "오늘 돌아갈 열차가 오후 9시 20분에 예정되어 있다"면서 오전부터 '시간조절'을 했다.

국토위 이외에도 15일 세종청사에서 진행됐던 정부부처 국감들은 대부분 평년에 비해 이른 시각에 감사를 마쳤다. 환경노동위원회가 오후 7시 40분, 농림축산식품해양위는 오후 8시까지 감사를 진행했다.

예외도 있다. 기획재정위원회는 16일 기재부 감사가 시간에 쫓기자 통상 1시간 30분 가량 진행하던 저녁 식사시간을 30분으로 쪼개면서 밤 10시 30분까지 감사를 강행해 완료했다. 다음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국회에서 감사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부세종청사 건물. 도로위로 보이는 것이 각 부처 건물들을 연결하는 통로.
 정부세종청사 건물. 도로위로 보이는 것이 각 부처 건물들을 연결하는 통로.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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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택시도 안 다녀...자가차량 없으면 곤란"

16일까지 세종청사 국감을 취재할 예정이었던 기자는 회사에 "15일에는 청사 부근에서 숙박을 하겠다"고 보고했다. 첫날(14일) 밤 10시가 넘도록 끝날 기미가 없던 국토위의 열정적인 감사 분위기를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취재 후 서울로 돌아가봐야 다음날 세종시로 내려오는 KTX를 타려면 몇 시간 못 잔다는 실리적인 계산도 작용했다.

국토부에 대한 감사가 일단락된 15일 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세종청사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자는 보고한대로 인근 숙박업소를 뒤졌다. 그러나 숙박도 아무나 쉽게 할 수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주변 입주가 활발하지 않은 세종청사 부근에는 숙박업소가 없다.

가까스로 구한 숙소는 청사에서 버스로 20분 여 떨어진 조치원역 부근에 있었다. 청사에서는 가장 가까운 '시내'지만 해당 구간을 운행하는 601번의 배차간격은 20분. 자가차량이 없는 기자가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가을비가 내린 벌판을 타고 칼바람이 불어왔다.

세종청사로 다수의 정부 부처들이 이전한 이후로 주요 일간지들은 대부분 '세종시 상주 기자'를 두고 있다. 출퇴근이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다. 세종청사 상주 취재를 맡고 있는 한 일간지 기자는 "세종시는 밤에는 택시도 안 다닌다"면서 "자가 차량 없으면 곤란한 게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
 정부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식당을 이용하고 있다 .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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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미리 기사 쓰고 퇴근시간 맞춰 '칼퇴근'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불편한 점은 있지만 정부 세종청사는 생각보다 각별한 불편함을 주는 취재처는 아니었다. 매년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의원들을 쫓아 피감기관을 따라다니는 기자 입장에서는 서울에서 벗어난 출장 취재처 중 하나 정도일 뿐이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국정감사의 핵심인 의원들의 질의와 공무원들의 답변은 오히려 예년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국토교통부 등 피감기관들은 국회의원들이 요구한 자료를 국감 당일까지도 제출하지 않아 질타를 받았다. 자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의원들은 차별성 없는 '밋밋한' 질의를 던졌다.

서울에서 일일 취재를 온 기자들은 감사를 지켜보다가 대부분 통근버스 시간에 맞춰 국정감사 중간에 '칼퇴근'을 했다. 의원들이 오전에 그날 발언할 내용을 대부분 보도자료로 미리 배포하는 탓이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통근버스 시간이 지나도 기자실에 남아있던 일부 기자들은 해가 질 무렵이면 조용히 "(더 이상) 쓸 게 없다"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1박 2일 취재'를 포함해 3일 동안 세종청사 국정감사를 취재하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어느 국회의원의 질의가 아니라 이곳의 구내식당이었다. 매일 양질의 고기류 반찬이 나오는 이곳의 구내식당 식대는 3500원이다.


#정부세종청사#국정감사#국감#세종시#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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