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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A급 증인'다웠다.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현재현 회장을 비롯한 동양그룹 증인들은 증언대를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간 넘게 이어진 증인 심문도 모자라, 다른 증인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오후 9시를 넘겨 추가 질문을 이어갔다.

현 회장 등을 'A그룹 증인'으로 분류하고 18일 금융감독원 국감까지 이틀에 걸친 '동양 국감'을 벼른 여야 의원들은 이날 가차 없는 질문을 쏟아냈다.

고개 숙인 현재현 "투자자 피해 최소화하려 법정관리 선택"

"저희를 믿고 투자해주신 분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고 비통한 마음 금한 길 없습니다."

대국민 사과로 운을 뗀 현재현(64) 회장은 이날 하루 종일 고개를 숙인 채 의원들의 질문에 공손한 자세로 임했다. 시종일관 당당한 자세로 답변해 "진짜 책임감을 느끼고 있나"라는 지적까지 받은 정진석 동양증권 대표나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와는 딴판이었다.  

현 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첫 번째 사위로, 이혜경 부회장의 남편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검사로 짧게 재직했고 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기업인을 걸었다. 1983년 동양시멘트 사장, 1986년 동양증권 회장을 거쳐 1989년 동양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당시 매출 6000억 원이던 동양그룹은 그 사이 33개 계열사를 거느린 연매출 9조 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97년 전경련 부회장으로 시작해 2009년 전경련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을 맡는 등 재계에서도 큰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날 검사 출신다운 기백은 없었다.

정호준 민주당 의원이 "내부적으로 법정관리를 검토하면서 밖으로 회사채를 무리하게 발행하는 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형사 처벌도 가능한 범죄"라고 추궁하자, 현 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CP(기업어음) 문제를 해결하려고 여러 번 딜(거래)을 진행했다, 법정관리 신청은 이틀 전에 결정해 밤 새워 서류를 냈다"면서 "한 번도 실패할 거라 생각 못했고 아무 준비 없이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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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잘 아는 현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려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법정 관리는 법원이 관리하는데 그 안에서 경영권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면서 "경영권 등 모두 내려놔 경영권을 좌지우지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부채비율도 낮은 편이고 단기차입금도 많지 않은 동양시멘트까지 법정관리 신청한 데 다른 의도가 있느냐는 지적에 현 회장은 "계열사 3곳을 법정관리 신청하니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도 심각한 상태가 됐다"면서 "전체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법정관리로 회사를 안정화시킨 뒤 가치를 올려 파는 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 동양증권 대여금고에서 금괴로 추정되는 금품을 찾아갔다는 지적에 대해 현 회장은 "마지막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못해 우리 안에서도 엄청 충격이었다"면서 "개인 사무실에 다녀오는 과정에서 대여금고를 찾게 됐고 현금이다 금괴다 하는데 전혀 아니고 개인이 가지고 있던 한복, 비녀, 아이들 돌반지, 팔찌 등이었다"고 적극 해명했다.

동양 계열사 유동성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5월과 9월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에 따라 나선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베트남까지 따라갈 여유가 있었나"라고 꼬집자 "결과적으로 실패해 드릴 말씀이 없지만 다양한 딜을 해 그때마다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이렇게 돼 할 말이 없다"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조 의원이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뜻이 있느냐고 묻자 현 회장은 "지금 전 재산을 회사에 놓고 경영하다 사태가 이렇게 돼 재산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당한 정진석-김철 "대학 안 나오면 사장하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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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와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도 이날 단골손님이었다. 특히 김철 대표는 이날 법원에서 발표한 동양네트웍스 공동관리인에서 빠져 화제가 됐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상 기존관리인유지(DIP) 제도에 따라 기존 대표이사도 공동관리인으로 선임되는 게 관례지만 유독 김철 대표와 현 회장 장남인 현승담 대표만 배제된 것이다.

일부 의원들도 김철 대표가 '그룹 숨은 실세'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시중에는 김철 사장이 이혜경 부회장과 특별한 인연 때문에 들어왔다고 한다"고 지적하자 현 회장은 "젊고 학벌 없는데 일을 많이 하니까 오해를 산 것 같다"면서 "김 대표가 다른 그룹 일을 좌지우지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를 중퇴한 뒤 동양 계열사인 미러스 사장을 거쳐 2010년부터 동양네트웍스 대표를 맡고 있다. 박 의원이 김 대표의 학벌과 젊은 나이 등을 거론하며 "능력만 있다고 30대 사장이 납득되나"라고 꼬집자 김 대표는 "대학 안 나오면 사장 맡으면 안 되나"라고 발끈하기도 했다.
   
동양 계열사 회사채 판매에 부정적이었던 이승국 전 사장 대신 지난 6월 취임한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역시 시종일관 당당했다.

정 사장이 직원들 앞에서 자산담보부기업어음인 '티와이석세스' 판매를 직접 독려했다는 정호준 의원 지적에도 "그런 사실이 없다"면서 "(회사 상황이)실제 상황보다 안 좋게 보도돼 직원들에게 정확한 상황 설명을 위해 자산 매각 계획 등을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과 서울고 동기동창이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지난 9월 초 최 원장을 왜 만나느냐는 질문에서는 "금감원 부원장을 만나러 갔다가 최 원장도 만나게 된 것"이라며 유착설을 경계하기도 했다.

정무위는 이날 금융위 국감에 이어 18일 금융감독원 국감에서도 현재현 회장 등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심문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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