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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 밑그림을 그렸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 밑그림을 그렸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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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대통령들이 성장률을 최고 가치라고 본다. 나는 그래서,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모든 역대 대통령이 박정희 콤플렉스에 걸렸다고 한다. 그 이후에 대통령 모두 "성장률", "성장률" 하지 않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17일 저녁 서울 종로 YMCA 종로포럼의 강연자로 나서 "이런 식의 경제구조로 요새 말하는 창조경제를 이룩할 수 있겠나"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경제민주화 없는 창조경제는 없다고 했듯이 경제와 관련한 제반제도를 조화로운 시스템으로 갖추지 않고서는 경제효율이 절대로 나올 수 없다"고 일갈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역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그가 정부·여당의 경제민주화 후퇴 움직임에 대해 일침을 놓은 셈이다.

"경제민주화 때문에 투자 안 한다? 수익 있다면 규제 있어도 투자하는 게 기업"

김 전 수석은 '박정희 콤플렉스'에 걸린 역대 정부의 경제성장률 집착이 대기업집단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을 우려하며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으로 읽혔다.

그는 "1997년 IMF 사태의 원인은 문민정부"라며 "문민정부는 출범 후 '신(新) 경제 100일 계획'을 내놓았다, 새로 된 대통령께서 성장률에 집착하니 '성장은 재벌 밖에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재벌들은 각종 규제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고 '영토 확장'을 위해 은행에다 마구 돈을 끌어다 썼다"며 "이 때문에 과잉투자가 발생하고 은행은 부실화되면서 IMF 사태가 터진 것이다, 기업의 탐욕이 경제 파탄을 이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8년 발생한 미국 금융위기에 대한 진단 역시 같았다. 그는 "클린턴 정부에서 1930년 대공황 당시 만들었던 금융 관련 규제를 1999년 모두 철폐하면서 탐욕스러운 금융인들이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뿌렸다"면서 "그러다 2007년 서브 프라임 사태가 발생하고 리먼 브러더스가 부도나면서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를 모두 침체국면으로 몰고 갔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수석은 "(재계의 주장대로) 시장경제원리대로 했다면 우리나라 대기업이고 금융기관 모두 존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세금을 갖고 도와준 것"이라며 "이윤이 날 때는 개인이 갖고 손실이 나면 세금으로 메꿔줘야 하는데 막연하게 시장경제원리만 강조할 수 있나, 시장경제원리도 진화의 법칙에 맞춰 시대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투자를 무기삼아 경제민주화를 막아서고 나선 재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계속 이어졌다. 그는 "오늘날의 재벌은 국가의 시혜를 받고 탄생했다"면서 "그 때는 정부가 그들을 위해 시장의 자유를 엄격히 제한했는데, 이제 기업이 크니깐 왜 시장의 자유를 막냐고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사회를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소액주주를 참석시키고 감사위원회를 강화시키자는 상법개정안이 투자와 무슨 상관이냐"며 "(우리 사회가) 법을 지키면서 최대 이윤을 내라고 하지 법 안 지키면서 이윤을 내라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제도를 바꾸면 기업이 과연 투자를 안 하겠느냐, 기업은 돈을 벌 수 있다면 어떤 규제가 있더라도 투자를 할 것"이라며 "지금 (재계는) 돈을 넣어도 수익이 안 나오기 때문에 투자를 안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양극화 해소 방안 전혀 안 나와... '경제민주화' 없던 일로 못할 것"

김 전 수석은 "최근에 와서 의아하게 느끼고 있는 것은 그동안 강조해서 말했던 '양극화'란 말이 없어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안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 가면 일본 젊은이들이 희망이 없고 의기소침해져 활기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처럼 우리도 점점 그런 방향으로 닮아갈 것 같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최근 공약 후퇴 논란을 야기한 기초연금안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내놨다. 그는 "최근 기초연금이 국민연금과 연계하느냐, 연계하지 않느냐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인데 근본적으로 인구구조가 급변해 역삼각형 구조(초고령화)로 변하면 지금 우리나라의 제도는 모두 움직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기초연금뿐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복지설계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최근 경제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인구가 경제에 얼마나 중요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터득하는 것 같다"면서 "미래를 짊어갈 세대의 인구수가 줄어들면 (기존의 복지제도가) 작동할 수 없다, 보육시설, 교육시설 등에 투자하는 것을 복지가 아니라 미래라고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것이라는 신뢰는 철회하지 않았다. 김 전 수석은 "최근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가 의심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지금 경제민주화가 입법과정에 있어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지 예단하긴 힘든 일"이라면서도 "박 대통령은 지난 1년 내내 강도 높게 경제민주화를 부르짖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칙과 신의를 강조하는 박 대통령이 이를 저버리라곤 생각치 않는다"면서 "현재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대 논리가 전개되니 (박 대통령이) 심사숙고하는 상황이 될런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없던 일이라고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국민들의 '역동성'에 대한 신뢰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는 "최근 조사한 여론조사를 봐도 국민의 경제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국민이 (경제민주화를) 방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이 제대로 못하면 국민의 역동성이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박근혜 정부에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단언했다. 김 전 수석은 "누구 말마따나 '토사구팽(兎死狗烹)' 얘기를 듣고 하지만 박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그 밑에서 일하겠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말했다.  


태그:#김종인, #경제민주화, #박근혜,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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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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