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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오후 3시, 밀양 바드리 농성장에서 밀양 어르신들의 송전탑 건설 반대를 지원 나간 한 울산지역 시민단체 회원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10월 20일 오후 3시, 밀양 바드리 농성장에서 밀양 어르신들의 송전탑 건설 반대를 지원 나간 한 울산지역 시민단체 회원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현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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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3·4호기와 관련해 잇따라 비리가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그곳에서 나오는 전기를 실어 나를 밀양 송전탑 건설은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아래 한수원) 납품 비리와 안전장치의 성능 시험성적서 조작에 이어 이번에는 담합 혐의가 드러난 전선업체 8곳의 배당금이 문제되고 있다. 전선업체 8곳이 지난 5년간 대주주 일가에 지급한 배당금이 8백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치 눈먼 돈을 놓고 다투는 경합장과 같다.

이 같은 잇딴 비리로 시행한 제어케이블 부품 성능 재시험조차 불합격 판정을 받아 시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아랑곳 않고 밀양 송전탑 건설을 강행해 밀양 어른신과 어르신들을 돕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일부 밀양 주민과 주민을 돕던 환경운동가가 구속되는 등 사태는 점점 확산되고 있다.

원전 비리와 관련해서 수십 명의 구속자가 나오는 등 그 실체가 드러났지만, 유독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의 제공처인 울산에서는 해당 지자체가 원전 지원금으로 호위호식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민주당 울산시당은 "신고리 3·4호기, 앞으로 추가 건설이 예정된 5·6호기까지 유치하면서 이에 따른 원전지원금 등 각종 특혜라는 열매를 손쉽게 따 먹고 있다"며 "이런 동안, 밀양 5개면 주민들은 수대에 걸쳐 살아온 생명의 터전을 잃지 않기 위해 8년 동안 싸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울산시 울주군은 이 원전 지원금으로 이해되지 않는 토목건설을 남발하면서 "과연 이러려고 원전을 유치했나" 하는 한탄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 6월~7월 한 달간 국가보조사업 집행실태 등에 대한 특정 감사를 벌여 신고리 3·4호기를 유치한 지자체인 울산 울주군에 주의 조치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 지적과 마찬가지로 그 어떤 법적 제재도 받지 않고, 또한 책임지는 사람도 나오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울주군, 납득 안되는 토건사업 남발... 건설업계 "알짜배기 사업"

울산 울주군은 인구 20만8천여 명에 12개 읍·면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농어촌 지역이다. 여기다 산업화 과정에서 석유화학공단이 조성돼 공해도시로도 낙인 찍혔다.

한편 울주군은 해당지역뿐 아니라 인근 부산 기장에 들어선 수기의 원전건설로 막대한 지원금을 받고 있다. 그러나 115만여 명 전체 울산시민뿐 아니라 원전의 영향을 받는 인근 수백만 명의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하는 원전 유치 대가는 너무 허무하게 쓰이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울주군은 원전 지원금으로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9개 읍·면에 11개 운동장을 건설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 운동장 건설에 들어간 돈만도 754억 원에 달한다. 평균 68억여 원이 운동장 한 개 건설에 투입된 것인데, 이 때문에 울주군의 주민 1인당 운동장 면적은 2㎡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울주군 지역이 농어촌 지역이라 노령 인구가 대다수인데, 과연 이 많은 운동장이 주민들에게 어떤 기여를 하기에 우후죽순 건설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 답은 건설업자들의 입에서 나온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운동장 건설은 이 업계에서는 '꿀 사업'으로 통한다. 복잡한 건물을 짓는 것과 달리 장비로 흙을 나르고 다지면 되는 단순한 작업이지만, 그럼에도 예산은 풍부한, 그야말로 알짜배기 사업인 것이다.

감사원이 주의 조치를 내렸지만 환경단체는 물론 많은 울산시민들은 '공사 입찰 과정과 공사 과정에서 과연 공사비 부풀리기나 로비 등 비리가 없었나'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검찰이 이번 원전비리를 들추자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나는 복마전을 똑독히 목격했기 때문이다.

신고리 원전 3·4호기를 유치한 울산 울주군이 지난 2009년 2월 원전지원금 27억 원을 포함해 모두 73억 5000만 원을 들여 대지 9998㎡, 연면적 6421㎡로 건립한 서생면청사. 서생면은 3316가구에 인구가 7530명에 불과해 원전지원금 사용에 대한 논란이 일은 바 있다
 신고리 원전 3·4호기를 유치한 울산 울주군이 지난 2009년 2월 원전지원금 27억 원을 포함해 모두 73억 5000만 원을 들여 대지 9998㎡, 연면적 6421㎡로 건립한 서생면청사. 서생면은 3316가구에 인구가 7530명에 불과해 원전지원금 사용에 대한 논란이 일은 바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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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원전 지원금의 이상한 사용이 이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울주군은 지난 2009년 2월 원전지원금 27억 원을 포함해 모두 73억5000만 원을 들여 대지 9998㎡, 연면적 6421㎡에 3층 건물에 4층 옥상, 5층 전망대까지 갖춘 서생면 청사를 건설했다.

하지만 서생면은 3316가구에 인구가 7530여 명에 불과해 건립 당시에도 호화청사 논란을 일으켰고, 특히 건립한지 2년이 조금 지난 면사무소 건물에 비가 새는 등 부실공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울주군은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것으로 유명한 간절곶의 해맞이공원 일원에 150m 높이의 타워를 건립한다는 계획을 세우다가 반대에 부딪혀 좌초된 일도 있었다. 그런데, 이 건설비 350억 원이 인근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전 1호기의 수명연장과 관련한 보상 차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기도 했었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는 울산시민들의 제보로 원전 지원금 사업을 조사하던 중 이 사업들이 지자체장의 선심성 사업에 사용됐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국민권익위는 "발전소 주변 지원법 시행령에 규정된 한수원의 사업자 지원사업이 자치단체 예산성 사업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자치단체들은 기관장의 선심성 사업, 공약 사업들에 사업자지원사업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민권익위가 발표한 울산 울주군 사례로는 종합운동장 건설(80억 원), 스포츠파크 건설(212억 원) 등 모두 10여 건의 유사사업에 지원금이 지급됐다. 특히 영어마을 조성사업 지원금으로 2007년~2009년 원전지원금 85억 원이 투입됐으나 이 사업이 중단되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의 지적은 그야말로 지적으로 끝나고 있다. 시민들이 제보한 것은 '그 어떤 비리가 있나 파헤져 달라'는 것인데, 이상한 사업에 대한 궁금증은 갈증만 남긴 채 유야무야 사라지는 것이다.

밀양 송전탑 강행과 그 단초인 신고리원전 3·4호기의 비리 복마전. 그리고 밀양 주민들의 고통속에 다른 한 쪽에서는 달콤한 지원금 열매를 따먹는 이 이상한 현상. 시민들은 검찰이 이 부분을 수사해달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태그:#신고리 원전 3·4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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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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