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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계속 경찰에 연행·구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획 체포 의혹'과 '과잉 대응'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은 "기획 의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는 지난 2일부터 대규모 공권력을 투입한 가운데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21일 현재까지 송전탑 반대 주민과 탈핵희망버스 참가자 등 총 16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나선 주민들이 계속해서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속에,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1일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기획 체포 의혹과 과잉 대응'이라 주장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나선 주민들이 계속해서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속에,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1일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기획 체포 의혹과 과잉 대응'이라 주장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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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밀양시 단장면 단장리 소재 '송전선로 4공구 공사장비 적치장'에서 펜스를 넘어 들어갔던 이상홍 경주환경연합 사무국장과 16일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트랙터를 몰고 농삿일 하러 가던 박아무개(57)씨는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되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아래 대책위·공동대표 김준한 신부)는 21일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기획 체포 의혹'과 '과잉 대응'을 주장했다.

"주민들은 차량통행 충분히 가능하도록 하고 농성했는데"

대책위는 지난 19일 연행되었던 송아무개(58)씨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주민들은 며칠 전부터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89번 철탑 공사장 진입로인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레미콘차량 출입을 막기 위해 밤샘 노숙농성하고 있다. 처음엔 진입도로에서 농성했던 주민들은 경찰에 밀려 도로 옆 대추밭에서 비닐을 씌워놓고 밤을 지새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 19일 오전 9시께 주민들은 경찰대원들이 너무 가까이 붙어 막고 있어 통행이 불가능하니, 비켜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대책위는 "현장 경찰 지휘관은 (경찰대원들에)'1cm도 움직이지 말라' 했고, 화가 난 할머니들이 도로로 나가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일반 차량 통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책위는 "현장에 있었던 한 시민이 '경찰들과 가깝게 있어 무전 교신 내용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차량이 곧 들어가는데 할머니들이 앉아 있는 쪽으로 가라'고 유도하는 내용이었다'고 밝혔고 실제로 그 차량은 정확히 할머니들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대책위는 "당시 주민들은 당일 경찰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차량 통행을 방해하지 않았다"며 "확성기를 든 경찰관이 도로의 상당 부분까지 들어와서 차량을 주민 쪽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이 통행방해를 했다고 주장할 것이 예상되어 주민들이 차량이 지나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놓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시 주민 송아무개씨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은 송씨가 여성경찰을 발로 찼다며 현행범으로 체포해 연행했고, 송씨는 조사 뒤 풀려났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사지가 들려서 연행되는 과정에서 몸부림을 쳤지만, 경찰은 송씨가 실제로 여경을 폭행하는 정황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법원으로부터 공사방해금지 결정(총 25명)을 받아 놓고 있는데, 대책위는 "당시 함께 들려나갈 때 저항하던 이들 중에서 송씨만 연행한 것은 납득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대책위 "넘어진 의경은 떨어진 신발 뒷굽 때문일 개연성 충분"

아울러 대책위는 16일 바드리마을 도로에서 연행되어 구속된 박아무개(57)씨에 대해서도 경찰의 '과잉대응'이라 주장했다. 대책위 주장에 따르면, 당시 박씨는 트랙터를 몰고 농사일을 하기 위해 가던 중이었다고 한다.

대책위는 "박씨는 경찰의 트랙터 통행 제한에 대해 실랑이를 하면서 오르막길을 느리게 올라가고 있었고, 경찰대원은 뒷걸음질 치던 중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시 오아무개 의경이 트랙터에 부딪혀 넘어졌고, '왼쪽 대퇴부 자상'(전치 2주)을 입었다며, 박씨를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해 연행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나선 주민들이 계속해서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속에,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1일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기획 체포 의혹과 과잉 대응'이라 주장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나선 주민들이 계속해서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속에,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1일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기획 체포 의혹과 과잉 대응'이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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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현장 목격자들에 의하면 오 의경은 천천히 오른쪽으로 넘어졌고, 넘어진 뒤 근처에 있던 경찰들은 오 의경을 일으켜 세우지 않고 박아무개씨한테 몰려들었다"면서 "현장 목격자들이 오 의경한테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을 때 여러 차례 오른쪽 다리를 치면서 '이쪽이다'는 신호를 보냈고, 당시 촬영한 영상도 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당시 오 의경이 트랙터에 살짝 받힌 것은 맞지만, 당시 뒷걸음질 치던 상황에서 덜렁거리는 신발 뒷굽에 걸려 넘어졌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대책위는 "넘어진 의경은 후송되었던 병원 응급실에서 당직 의사로부터 퇴원해도 된다는 권고를 받았으나, 경찰 관계자들이 응급실을 다녀간 뒤 퇴원하지 않은 채 남아 있었고, 이후 전치 2주 진단서가 발부되었다"고 설명했다.

문정선 밀양시의원은 "당시 경찰은 중요한 범죄를 저지른 현장이라면 트랙터가 있었거나 의경이 넘어진 위치를 표시하는 등 현장보존을 해야 하는데, 경찰은 트랙터도 치워버렸으며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책위 "주민들은 경찰이 불상사 유발시킨다고 한다"

지난 3일 '4공구 공사장비 적치장'에서 벌어진 연행 사태에 대해서도 대책위는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한전은 헬기를 동원해 공사자재·장비를 계속 실어 날랐고, 주민들은 헬기 중단 등을 요구하며 도로에 드러눕기도 했다. '탈핵희망버스' 참가자 일부가 적치장 담장 펜스를 넘어 갔고, 이상홍 사무국장도 그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나선 주민들이 계속해서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속에,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1일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기획 체포 의혹과 과잉 대응'이라 주장했다. 사진은 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가 경찰을 향해 발언하는 모습.
 밀양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나선 주민들이 계속해서 경찰에 연행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속에,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21일 밀양시 단장면 바드리마을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기획 체포 의혹과 과잉 대응'이라 주장했다. 사진은 대책위 공동대표인 김준한 신부가 경찰을 향해 발언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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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상황과 관련, 대책위는 "당일 현장 인부가 경찰한테 '이게(펜스)가 부실하고, 이걸(철근) 받쳐놓으면 된다'면서 철근 막대기를 45도 정도 기울여 펜스에 받쳐 놓으려 하였으나, 경찰이 '지금은 괜찮고, 그거 놓을 때가 아니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상홍 국장이 펜스 바로 앞에 있다가 두세 번 정도 흔들며 '헬기를 중단하라'고 외쳤는데, 그 순간 부실했던 펜스가 부숴지며 맨 앞에 있던 이상홍 국장은 뒤쪽에서 밀려온 압력으로 펜스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되었다"며 "당시 안에 있던 경찰은 '들어와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와'라고 소리치며 잡아당기기도 했고, 이 국장 등 6명이 펜스 안으로 들어가자 경찰은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나와 연행해 갔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경찰은 수많은 인권유린 행위로 주민들을 자극하고, 기획 체포의 정황, 과잉 대응으로 주민들을 자극하며, 일부를 연행·구속하면서 주민들의 기를 꺾어 놓으려 하고 있다"며 "애초 경찰이 밝힌 명분은 불상사를 방지하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20일이 지난 지금 밀양 주민에게 경찰은 불상사를 유발하고, 주민들을 자극하여 범법자로 이끌어가는 존재에 다름 아니다"고 밝혔다.

경찰 "기획체포, 과잉대응 주장은 사실 아니다"

하지만 경찰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획체포·과잉대응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밀양경찰서는 지난 19일 송아무개씨 연행 상황과 관련 "차량통행을 방해하기에 도로 밖으로 비켜줄 것을 여섯 차례 이상 고지했지만, 미동도 없어 여경들이 도로 점거 중인 주민들을 도로 밖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밀양경찰서는 "송아무개씨가 여경을 발로 차 넘어뜨려 무릎에 찰과상을 입히고 옷이 찢어지게 하는 등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사실이 있다"며 "당시 승합차량과 승용차가 도로를 진행하려 했으나 통행이 되지 않자 주민들에게 길을 비켜 줄 것을 몇 차례 요구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도로를 점거한 채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였으며, 송씨는 모자를 눌러쓴 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묵비권을 행사함으로써 체포 당시에는 신분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였다"며 "대책위에서 주장하는 기획의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16일 트랙터를 몰고 가던 박아무개(구속)씨 연행과 관련해, 경찰은 "주민들의 도로점거를 막기 위해 도로중앙에서 신호봉을 들고 근무 중이었다, 약 20m 앞에서 오아무개 의경이 신호봉을 들고 트랙터를 멈추라고 정지신호를 4∼5회 보냈으나, 이를 무시하고 트랙터에 장착된 로우더 바가지의 뾰족한 부분으로 충격하여 2주간의 상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경찰관 3명이 미란다 원칙 고지 후 현행범으로 체포하여 경찰차량까지 호송하려 하자 경찰관의 멱살을 잡고 2∼3회 흔들어 폭행하고, 경찰관의 얼굴을 1회 발로 차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라고 덧붙였다.

현장 보존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경찰은 "교통사고가 아니기에 현장 보존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지난 3일 공사장비 적치장의 연행과 관련해, 경찰은 "돌발적으로 일어난 상황이었고, 펜스가 이미 설치돼 있었으며, 경찰이 '들어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태그:#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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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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