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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제보 상류에 떠오른 죽은 물고기.
백제보 상류에 떠오른 죽은 물고기. ⓒ 김종술

충남도 금강 물고기 집단폐사 민관합동 조사단의 공동조사 보고서가 21일 공개됐다. 충남도와 환경단체,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단에 따르면, 백제보 상류의 물고기 폐사는 4대강 사업으로 정체수역이 된 금강에서 유기물이 퇴적해 용존산소가 부족해진 분강나루 일대에서 시작됐다.

또한 물고기 사체의 확산 방지책을 마련하지 않고 사고를 감추기 위해 수거에만 의존해 백제보 하류의 2차 오염을 불러온 것으로 확인됐다(관련 기사: 부여~강경 30km..물고기 썩는 냄새 진동).

1년 만에 나온 금강 어류 집단폐사 원인 보고서... 새로운 건 없었다

 지난해 10월 22일, 충남 부여대교 좌안에 죽은 물고기가 널려 있다.
지난해 10월 22일, 충남 부여대교 좌안에 죽은 물고기가 널려 있다. ⓒ 김종술

올해 초 충남도는 지난해 10월 금강 백제보에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사고에 대해 민관합동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 소식을 듣고 사고 발생 8일 만에야 현장에 나타났던 충남도가 떠올라, 또 뒷북인가 싶었다.

(관련 기사:
13일간의 떼죽음,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때늦은 충남도 "안희정 지사 현장방문 추진"
충남도 "금강 물고기떼죽음, 규명 나서겠다")

집단 폐사 당시에는 뒷짐을 지고 있던 충남도가 새삼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낸 것이 의아했지만, 환경부와 시민단체의 공동조사가 논의 끝에 무산돼 물고기 집단폐사의 원인에 대한 공식 규명이 되지 않았던 터라 다소 기대도 했다.

그러던 중 충남도 민관합동조사단 내에서 결과 해석과 결론에 대해 갈등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아 취재를 시도했지만 관계자들이 함구해 실제 갈등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7월에 결과를 내놓겠다던 것과는 다르게 사고 발생 1년 만에 추모를 하듯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 새로운 건 없었다. 사고 직후 시민단체나 일부 전문가들이 추정한 '용존산소 부족으로 인한 폐사'와 '초동대응 미흡에 따른 폐사 규모 확대'라는 판단과 달라지거나 진전된 내용을 발견할 수 없었다. 원인 규명에 도움을 줄 폐사 직전 물고기나 사체, 사고발생 현장이 사라진 상황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관련 기사:
10만 마리 담긴 포대... 금강 물고기 씨 마르나
만 마리씩 죽어가는 물고기... "환경부는 뭐하나")

다만, 이번 보고서는 국립환경과학원의 '어류폐사 원인규명을 위한 조사지침서(국립환경과학원, 2005)'와 환경부의 '수질오염사고 예방·방제 매뉴얼(환경부, 2009)'를 근거로 시민단체 등의 추정에 객관성과 과학성을 보태줬을 뿐이다.

 포대에 죽은 물고기가 가득 담겨 있다.
포대에 죽은 물고기가 가득 담겨 있다. ⓒ 김종술

대응 매뉴얼 안 따른 환경부-충남도-부여군 책임 왜 안 묻나

하지만 민관합동조사단은 국립환경과학원이나 환경부가 2005년 또는 2009년부터 물고기 집단폐사 대응매뉴얼을 갖고 있었음에도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책임도 명확히 지적하지 않았다.

환경부 대응매뉴얼에 따르면, 충남도와 부여군도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이를 따르지 않은 책임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단지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이라고만 언급하고 넘어갔다.

지난해 사고 직후 대응 매뉴얼 부재에 대한 비판이 거셌던 점을 상기해 보자. 당시 오마이뉴스 기사에 따라 수거 방향이 바뀌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응매뉴얼의 존재를 밝히지 않은 환경부와 충남도는 그 책임이 더욱 무겁다고 생각된다. 사고에 대한 원인규명 의지보다는 은폐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또, 민관합동조사단은 '원인 모를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했을 때 주민에게 경고하고 낚시 등을 금하고 물고기 섭취를 하지 않도록 경고했어야 했다'고 언급하면서도 주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환경부나 충남도, 부여군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체 지적하지 않았다(관련기사: 썩은 물고기 천지... '젓갈 국물'로 변해버린 금강).

4대강 사업 탓에 물고기 집단 폐사 사태가 벌어졌고, 이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하면서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똑같은 문제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에게서 녹봉을 받는 공무원과 국민의 세금으로 조사를 하는 조사단이 책임을 다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물고기 떼죽음#민관합동조사단#백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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