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명 국정원 전 3차장의 이력을 두고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아래 합참)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 댓글'과 관련해 이 전 차장, 사이버사령부 1처장, 사이버사령부 530단장의 '연계설'이 일고 있는 중이라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연계설을 부인하며 이 전 차장의 합참 민군심리전부(아래 민심부)장 취임일을 '2011년 2월 22일'로 발표했다. 반대로 합참 측은 같은 날 국회 국방위원회(위원장 유승민)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이 전 차장의 민심부장 취임일을 '2011년 1월 1일'로 밝혀 국방부와 다른 진술을 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국방부와 합참의 엇갈리는 진술을 지적하며 "사이버사령부 1차장, 530단장, 이 전 차장이 함께 근무한 것을 부정하기 위해 국방부가 이 전 차장의 이력을 조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 의원은 "확인한 결과 이 전 차장은 민심부장에 2011년 1월 1일 임명됐고, 4월 5일까지 근무했다"며 "1처장은 민심부에 2011년 1월 24일까지 근무했으므로 같이 근무한 사실 없다고 한 국방부의 발표는 허위"라고 덧붙였다.
진성준 "연계설 부인하기 위한 조작"앞서 <한겨레>는 지난 18일 '군의 대선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사이버사령부의 기획 책임자인 1처장과 530단장이 군 합참 민심부에 근무한 2011년 당시 이 부서의 부장이 이 전 차장(육사 35기)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 전 차장과 사이버사령부의 연계설은 곧 국정원과 국방부의 밀착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이 전 차장, 1처장, 530단장의 연계설을 부인하며 "3명이 같은 시기에 합참 민군심리전부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착수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나온 말이다. 이 관계자는 "이 전 차장은 2011년 2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합참 민군심리전부장으로 근무했는데 1처장과 530단장은 같은 시기에 근무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같은 날 열린 국감에서 합참 측은 국방부와 다른 답변을 했다. 윤우 합참 군사지원본부장 직무대리(공군 소장)는 진성준 의원이 "민심부가 언제 생기고, 이 전 처장은 언제 민심부장에 임명됐나"라고 묻자 "1월 1일 민심부가 생겼고 1월 1일 부로 (이 전 처장이 민심부장에) 임명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엇갈리는 진술에 진성준 의원은 김광우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국감장에 세워 "국방부가 연계설을 부정하기 위해 이 전 차장의 민심부장 임명일자를 조작하고 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다음은 '엇갈린 진술'을 두고 벌인 진 의원과 김 실장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진성준: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에 의하면 민심부가 2011년 1월 1일에 신설됐다. (같은 날) 부장으로 이 전 차장이 임명됐다. 그런데 국방부 관계자는 왜 2011년 2월 22일에 임명됐다고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하나?"김광우: "사실 관계를 확인해 봐야겠다."진성준: "(국방부, 합참)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거네요."김광우: "오늘 국감 끝나기 전까지 확인하고 말하겠다."국방부 내 진술도 엇갈려... 유승민 위원장 "엉터리 보고"심지어 국방부 안의 진술도 엇갈렸다. 국방부 신경철 국방개혁실 군구조개혁관(육군 준장)은 윤 본부장 직무대리와 마찬가지로 민심부와 이 전 차장의 민심부장 임명일을 "2011년 1월 1일"이라고 국감에서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가 "2011년 2월 22일"이라고 한 것과 다른 진술이다.
또 합참이 진성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는 '2011년 3월 1일'이란 새로운 날짜가 등장했다. 진 의원은 "국감을 준비하며 합참 인사부에 요청해 받은 자료에는 민심부가 2011년 3월 1일에 신설됐다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 지원본부장 직무대리는 "법적인 효력이 발휘되는 것이 실제로 가서 임무수행을 하는 것과 두 달 정도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국방부와 합참의 '난장판 진술'에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도 "(민심부와 이 전 차장의 민심부장 임명을 2월 22일이라고) 엉터리 보고를 받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 의원은 진성준 의원의 질의가 끝난 직후 "방금 질의응답에선 1월 1일이라고 하고, 아까 국방부에선 2월 22일이라고 하는데 어떤 게 맞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 의원은 "국방부가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일주일 동안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2월 22일이라 돼 있는데 국감 증언에선 1월 1일이라고 수정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에 윤 본부장 직무대리는 "방금 (1월 1일이라) 보고한 내용은 조금 전 신경철 국방개혁실 군구조개혁관과 당시 기억을 되살려서 대화를 나눠 본 결과 신 개혁관의 (1월 1일이라는) 기억이 확실한 것 같아 그걸 근거로 해서 말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답변에 유 의원은 "기억으로만 (국감에서) 계속 답변하나"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이종명 전 3차장의 근무 날짜가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공식 명령지에는 발표한 대로 나와 있어서 같이 근무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는데, 실질적으로 같이 근무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