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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에 따르면 국가 지정 기증제대혈은행 세 곳이 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고 있음에도 이식비용으로 환자들에게 총 2억62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증제대혈은행들은 법적 근거도 없이 이식공급 비용으로 올해 4월까지 800만 원을 받아왔으며 최근 비용을 400~500만 원으로 낮췄으나 이 또한 제대로 된 비용 추계조차 하지 않았다. 의원실에서 환자들에게 이식·공급 비용을 받는 이유를 문의하자 복지부 담당자는 "제대혈은행에서 제대혈(Cord blood)을 보관하기 위해서는 질소탱크 유지비와 냉매 비용 등이 있기 때문에 800만 원을 받는 행위는 적절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복지부에서 기증제대혈은행에 지원한 예산 내용을 검토한 결과, 재료비·인건비·모집·검사·보관 등 필요한 항목을 지원하고 있었으며 제대혈 관리에 따른 비용도 한 유닛당 67만 원에서 84만 원이나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모의 선택은 가족을 위한 제대혈이 대부분

 제대혈은 태아의 태반과 탯줄에 있는 혈액으로 다양한 검사를 통과한 제대혈에 한해 급속냉동시켜 보관해야 한다.
제대혈은 태아의 태반과 탯줄에 있는 혈액으로 다양한 검사를 통과한 제대혈에 한해 급속냉동시켜 보관해야 한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그렇다면 우리는 제대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제대혈은 태아의 태반과 탯줄에 있는 혈액을 말한다. 이를 보관하는 이유는 차후에 악성 빈혈이나 백혈병 등 난치성 혈액질환이나 유전성 질환을 앓게 될 경우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이 정도가 평범한 보통사람들이 알고 있는 지식이며 제대혈을 보관하고자 하는 이들이 처음 접하게 되는 정보다. 대부분 출산을 하는 산부인과 병원에서 소개를 받고 상담이 진행되며, 제대혈 보관을 결심하게 되면 급속냉동보관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종류에 따라 공공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가족 등 일부만 사용하도록 할 것인가를 선택하게 된다.

"제대혈에 대해 상담을 하면 백혈병 같은 경우, 오로지 제대혈로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등 제대혈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제대혈을 사용하면 성공률이 30% 정도밖에 안 되지만, 본인의 것을 사용하면 훨씬 성공률이 높다고 설명하더라고요."

"병원에 있으면 산모들 사이에서도 제대혈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제대혈이 기본 상식인 것처럼. 그리고 제대혈을 보관하지 않으면 부모 노릇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비용이 만만치는 않지만 보통 10년에서 20년 정도 보관되는 것이라 아이의 미래를 위해 보험을 든다는 생각으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그랬고요."

이렇듯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를 위해 보험을 들 듯, 그리고 제대혈 신청을 하고 나면 뭔가 부모 도리를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선택하는 제대혈은 오직 자신의 아이와 가족만을 위한 가족제대혈이 대부분이다.

 한때 제대혈 보관은 연예인들에게도 큰 유행처럼 번졌다.
한때 제대혈 보관은 연예인들에게도 큰 유행처럼 번졌다. ⓒ 네이버뉴스 갈무리

우리나라에서 제대혈을 처음 보관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이며 이후 상업적인 성격을 보이는 제대혈은행이 다수 설립됐다. 제대혈 보관 붐이 일었던 2006년 이후 잠시 주춤하다가 2010년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제대혈 보관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중의 관심은 다시 높아졌다. 이어 2011년 7월 시행된 제대혈보관법에 따라 한 제대혈 보관업체가 국가의 인허가를 받지 못해 부도에 이르면서 다시 한 번 뜨거운 감자가 되기도 했다.

보관해둔 제대혈, 과연 내가 사용할 수 있을까

 국내에는 총 17개의 제대혈은행이 있다.
국내에는 총 17개의 제대혈은행이 있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제대혈을 보관하는 제대혈은행은 기증제대혈은행과 가족제대혈은행 두 가지로 나뉜다. 기증제대혈은행에 보관하는 제대혈은 나의 제대혈을 다른 이들도 사용할 수 있다. 일종의 기부로 운영된다. 반면, 민간제대혈은행이라 불리는 가족제대혈은행의 제대혈은 보관자의 가족만 사용할 수 있다. 기증제대혈은 말 그대로 타인을 위한 기증이기 때문에 일체의 비용이 전혀 들지 않지만 가족제대혈은 업체별로 100만 원대부터 300만 원대까지(업체 누리집 기준) 보관기간·보관 탱크의 종류·부가서비스 등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이 구성돼 있다.

2012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제대혈은행은 총 17곳인데, 그중 기증제대혈은행이 5곳, 기증·제대혈은행이 5곳 그리고 가족제대혈은행이 7곳이다. 이 중에서 국가 지정 기증제대혈은행은 서울시제대혈은행,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대구파티마제대혈은행 등 세 곳이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13년 6월까지 보관돼 있는 제대혈의 수는 기증제대혈이 5만2329개이며 가족제대혈이 39만630개다. 이 가운데 이식에 사용된 제대혈의 수는 전체 845개(기증제대혈 667개, 가족제대혈 168개)다. 기증제대혈의 이식수가 월등히 높다.

 기증제대혈이 가족제대혈보다 사용량이 월등히 많다.
기증제대혈이 가족제대혈보다 사용량이 월등히 많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누군가는 '내 자녀와 가족을 위해 내 돈 내고 내가 제대혈을 보관하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내용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유전학도 발달됐다. 유전학은 염색체의 어떤 곳이 이상이 있을 때 어떤 병이 걸리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유전학자들의 연구 결과, 백혈병 등 혈액질환도 염색체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다는 게 밝혀졌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신의 조혈모세포는 소인(素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게 되면 소인을 지니고 있는 같은 염색체를 받게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물론 모든 질환이 유전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사례가 이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자신의 것을 사용하기보다 다양한 검사를 통해 매칭도가 높은 타인의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제대혈을 다시 쓰게 될 확률은 높게는 1/2000에서 적게는 1/20만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문제인 것은 보관된 자신의 제대혈을 사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대부분이 국가 주도의 기증제대혈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제대혈을 어떻게 관리·사용하고 있을까.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가족제대혈은행은 단 한 곳이며 대부분 기증제대혈은행이다. 기증제대혈은행에 보유된 제대혈의 수는 대략 3만 개 정도이며 한 해 1000여개의 제대혈이 사용된다.

영국은 민간단체인 더 챨리티 안토니 놀란(The charity Anthony Nolan)에 의해 제대혈을 기증받아 운영되고 있는 제대혈은행과 NHS(National Health Service)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NHS 제대혈은행(NHS Cord blood Bank), 스코틀랜드 지역의 SNBTS, 북아일랜드 지역의 NIBTS 등 네 곳이 있다. 제대혈 기증의 90% 이상은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NHS 제대혈은행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영국은 가족제대혈의 경우에도 검사 결과 특수한 유전 질환을 가지고 있으면, 산부인과 의사나 소아과 의사의 판단으로 국가의 지원을 받아 무료로 지정제대혈로 보관하게끔 하고 있다. 2006년 발표된 영국 왕립산부인과 학회는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 가족이 지정해서 제대혈을 보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내용의 자료는 냈다.

미국은 이식 가능한 양질의 기증제대혈을 15만 단위로 새로 확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일정 기준과 자격을 갖춘 제대혈은행과 보건성이 계약해 재정을 지원한다. 현재 뉴욕 제대혈 센터 국가 제대혈 프로그램(New York Blood Center National Cord Program) 등 전국 13개 제대혈은행이 이 프로그램의 파트너로 기증제대혈은행을 수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제대혈은행은 제대혈을 수집·보관만 하는 게 아니라 제대혈 기증을 장려하고, 기증된 제대혈이 기관에 등록돼 사용될 수 있도록 조치한다. 또한 기증 동의를 받음으로써 산모의 권리를 보호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줄기세포 치료 계약자에게 제공할 의무를 가진다.

미국 역시 2006년 미국소아과학회 공식저널을 통해 "가족제대혈로만 제대혈을 보관하는 것은 못하도록 말려야" 하며 "되도록 기증제대혈을 통해 혈액기증을 장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의 제대혈은 현재 어떤 과학적 데이터가 없어서, 자신과 가족만을 위해 제대혈을 보관하는 것은 나중에 실효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권고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안기종 대표는 "가족제대혈로 백혈병 환자 본인이 이식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며 "따라서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는 기증제대혈 보관에 대한 국가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혈 보관, 국민들의 의식전환이 시급하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보고 '아, 그럼 제대혈을 보관하는 것이 필요 없구나'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제대혈은 백혈병을 비롯해 다양한 혈액 질환과 유전 질환의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자신과 가족을 위한 가족제대혈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필요에 따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증제대혈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옛말에 '나 먹자니 싫고 남 주자니 아깝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기증제대혈은 남 줘서 아까운 게 아니다. 그것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정말 중요한 생명과 같은 고귀하고 소중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대혈에 관해 상담을 할 때 산부인과 전문의가 나오지 않는다. 산모들은 제대혈 업체에서 파견된 직원들과 상담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왕립산부인과학회나 미국소아과학회처럼 우리나라 전문가들도 제대혈에 대해 올바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 역시 제대혈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제대혈을 보관할 경우에는 자신들이 맡겨둔 제대혈이 과연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엄호식님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기자봉사자입니다.



#제대혈#고소영#장동건 #이영애#백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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