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 단장면 동화전마을(이장 양윤기) 주민들이 한국전력공사(한전)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건설과 보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동안 반대 활동을 해온 상당수 주민들은 계속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25일 한전과 동화전마을에 따르면, 이 마을 66가구의 주민들이 서명한 합의서가 지난 24일 한전에 제출됐다. 동화전마을은 주민등록상 110가구인데, 90가구가 실제 거주한다. 주민 대표 5명이 서명을 받는 작업을 벌였다.
동화전마을에는 송전선로 93~97번 철탑이 지나가는데, 한전은 지난 2일부터 95번 철탑 현장에서 공사를 벌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96번 철탑 현장에 움막을 만들어 놓고 농성하면서 구덩이를 파놓기도 했다.
66가구의 서명은 절반 이상이다. 한전은 전체 가구에서 절반 이상이 서명하면 합의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은 지금까지 송전선로가 지나는 밀양 4개면(부북·상동·산외·단장면) 30개 마을 가운데 19개 마을이 보상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윤기 이장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송전탑 반대 활동으로 말미암아 주민 희생을 막고자 보상안에 합의했고, 앞으로 마을 단위의 반대 투쟁은 하지 않을 것이며, 개인적인 반대 활동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화전마을에는 마을 단위로 '송전탑 반대 대책위'가 구성돼 있었고, 김정회(42) 위원장이 맡아 왔다. 동화전마을에서 송전탑 반대대책위 활동을 해온 주민 몇 명이 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아 있는 동화전마을 송전탑 반대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회 위원장은 지난 3일부터 15일간 서울에서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한 뒤, 지금은 하동에서 건강회복 요양 중이다.
김 위원장은 "송전탑 반대 활동을 하던 몇 명이 한전 쪽으로 넘어간 것 같고, 원래 송전탑 반대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았던 사람들이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은 것 같다"며 "반대대책위에는 40여명이 모여 활동해 왔는데, 몇 명이 빠져나갔다고 해서 그만 둘 수 없고, 곧 몸을 회복해서 반대 주민들과 함께 싸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은 한 주민은 "난감하다"며 "할머니들 개인 집으로 다니면서 도장을 받았고, 한 할머니는 도장을 받아가는 사람이 '서명을 해야 구속된 박아무개(용회마을)씨가 풀려난다고 해서 도장을 찍어 주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3명의 주민들이 96번 철탑 현장 농성장에 갔다가 집안에 제사가 있어 내려오기도 했다"며 "우리는 끝까지 송전탑 공사 반대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명을 받으면서 구속된 박아무개씨를 언급했다는 주장에 대해, 양윤기 마을이장은 "박아무개씨하고 우리 동네는 관계가 없고, 주민 대표 5명이 서명을 받았다"며 부인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동화전마을의 서명에 대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동화전마을 주민들은 송전탑 공사에 협조를 해주고, 한전은 마을에 소득증대사업과 개별지급하는 것에 대해 검토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마을에 대해서도 협의 중에 있고, 조만간 자료를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