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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7일 낮 12시 45분]

 김진태 검찰총장 내정자.
국정원 사건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검찰조직을 수습할 새로운 수장으로 김진태 전 대검차장(62, 사법연수원 14기)이 내정됐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7일 "새 검찰총장 내정자에 김진태 전 대검찰청 차장 검사를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채동욱 전 총장과 같은 기수인 김 내정자는 경남 사천 출신으로 진주고를 다니다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학과를 나왔다, 그는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1997년 한보그룹 비리 사건,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 사건 등 굵직한 정재계 사건을 처리해 이름을 알린 '특수통'이다.

김 내정자는 대검 범죄정보 2담당관, 대검 중수2과장, 대검 형사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대구지검장, 대전고검장, 서울고검장을 지냈다. 대검 차장으로 있던 지난해 12월, 한상대 당시 총장이 검란(檢亂)으로 퇴임한 뒤에는 4개월여 동안 총장대행으로 검찰 조직을 이끌기도 했다. 그는 당초 박근혜정부 첫 검찰총장 최종 후보 세 명에 올랐으나 동기인 채 전 총장이 낙점되자 퇴임했고, 지난 8월부터 법무법인 인 고문변호사로 지내왔다.

이정현 수석은 김 내정자가 "검찰총장 권한 대행, 서울 고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경험과 경륜이 풍부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검찰 내 신망이 두터운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등 국민적 이목이 집중됐던 사건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처리했다"며 "검찰총장의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덧붙였다.

새 검찰총장 시급한 과제는 국정원 사건·검찰 조직 수습

신임 검찰총장의 가장 큰 과제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등 주요 현안 수사를 마무리짓고 검찰 조직을 추스르는 일이다.

지난 6월,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기소 여부를 두고 법무부와 갈등을 겪었다. 9월 들어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 논란이 불거지자 검찰의 국정원 사건 수사 상황을 탐탁찮게 여기는 청와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는 유례없는 '검찰총장 감찰'을 진행했고, 채 전 총장은 결국 물러났다.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은 이후 윤석열 팀장(여주지청장)의 업무 배제를 감수하고 10월 17일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을 긴급 체포했으며 이튿날에는 원세훈 전 원장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국정원이 트위터에서도 불법 대선 개입·정치관여 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추가한 것이었다.

하지만 윤 팀장이 공소장 변경 때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승인을 받았느냐를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21일 서울고검·지검 국정감사장에서 윤 전 팀장은 "검사장(조영곤 지검장)이 구두로 네 번이나 승인했다"고 말했고, 조 전 지검장은 "변경한 공소장을 보지도 못했다, 승인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을 일컬어 '국정원 사건이 검찰의 무덤'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검찰 조직 수습에 가장 중요한 변수도 국정원 사건 수사로 꼽히고 있다. 이정현 수석도 이날 발표 첫머리에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조직을 하루 빨리 정상화하고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사건들을 공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마무리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을 만들기 위해 오늘 김 전 대검차장을 내정했다"고 말했다.

국회는 늦어도 11월 중순까지는 김진태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임명하는 데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진 않다. 그럼에도 여야 합의 없이 검찰총장 임명을 감행하는 것은 청와대에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여 "좋은 인사, 검찰 조직 수습 기대" - 야 "국정원 사건 은폐 우려"

여야는 김 내정자의 청문회에서 또 다시 팽팽하게 맞설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그의 내정이 "철저한 김기춘 비서실장의 인사"라며 강도 높은 검증을 예고한 반면 새누리당은 적극 환영하는 모습이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내정자가 김기춘 비서실장의 측근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김 비서실장이 대리인을 총장으로 보내서 조직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이번 인선과정에선 '국정철학 일치도'가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는데,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과 일치하는 사람을 뽑았다는 얘기"라며 "국정원 사건의 진실을 어떻게든 덮으려고 하는 청와대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총장이 되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번 검찰총장 인사는 좋은 인사로 청와대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반겼다. 유일호 대변인은 "김 전 차장은 검찰 내에서 능력과 자질을 인정받은 분"이라며 "김 전 차장이 현재 위기에 빠져 흐트러진 검찰조직을 추스르길 기대한다,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엄정히 수사해 국민 앞에 수사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야당은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정치공세를 펼쳐선 안 된다"고 했다.


태그:#김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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