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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대풍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국정원은 기본이고요. 군 사이버 사령부, 국가보훈처가 나서더니 재향군인회·통일부도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국가 기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쯤 되니 지난 대선 국면에서 선거에 개입하지 않은 국가기관을 찾는 게 빠를 지경입니다.

지난 10월 30일에는 재향군인회가 SNS를 통해 대선 개입을 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국가 예산이 지원되고 법적으로 정치 중립을 요구받는 재향군인회가 나서, SNS를 통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선대위 소속 청년 본부 '빨간 운동화' 청년 서포터스 모집 공고를 냈다는군요. 또 재향군인회 청년국 SNS 담당자들이 박 후보 선대위 청년조직에서 활동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기사, 김기식 "국정원 이어 재향군인회도 'SNS 대선' 개입" 에 <오마이뉴스> 독자 '한돌'님은 다음과 같은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사이버사령부, 재향군인회까지... 민주당은 왜 대선댓글에 관여한 기관 수를 늘리려고만 하는가? 국정원 외 기관들의 선거 개입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는 건 이목을 분산시킬 뿐이다."

"한 놈만 패"?... 본질에 대한 수사는 꽉 막혀있다

네, 어떤 뜻인지 알겠습니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는 마당에 다른 기관들에 의한 대선 개입 의혹을 추가하는 것이 되레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말씀인데요. 영화 <넘버 3>에 나온 송강호씨의 명대사 "한 놈만 패, 한 놈만" 정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십니다.

그런데 그 '본질'에 대한 수사가 꽉 막혀 있습니다. 윤석열 여주지청장(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검찰 특별수사팀 팀장)이 국정감사에서 수사 외압을 폭로하자, 검찰은 전격적인 감찰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상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한 검찰팀 전원입니다. 이 때문에 보강 수사는 '일시 정지' 상태입니다.

엎친데 덮친격, 새로운 팀장으로 공안통 이정회 수원지검 형사 1부장이 임명됐습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무죄 만들기를 위한 '2013년식 긴급조치'가 실행되고 있는 것"이라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본질'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한 반면, 각종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은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재향군인회의 선거개입 의혹이 제기된 이날 통일부의 선거개입 의혹도 불거져 나왔는데요, 국가보훈처가 작성한 안보교육 동영상을 통일부가 운영·지원하는 통일관에서 상영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하며 야당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틀었답니다. 대대적으로 문제 삼지 않을 수 없겠죠.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0월 22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정원 선거개입 검찰수사 외압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민주 "검찰수사 외압 중단하라"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 10월 22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정원 선거개입 검찰수사 외압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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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당도 숨이 찹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국정원 대선개입,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국가보훈처의 왜곡된 안보교육 동영상 제작 및 교육, 국가보훈처 산하단체인 재향군인회의 SNS를 통한 야당 후보 비방, 행안부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왜곡된 안보교육 교재 배포까지… 정말 한도 끝도 없어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토로합니다.

허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종 의혹들의 정점에는 여전히 국정원이 서 있습니다. 일단, 재향군인회는 국가보훈처 산하단체입니다. 국가보훈처는 '문제적 안보교육 동영상'을 제작해 대선 직전 수 만 명을 상대로 상영한 것이 문제가 됐죠. 그 동영상을 통일부에서도 틀어 이번에 새롭게 문제가 된 거고요.

그런데, 그 동영상 제작에 소요된 자금 출처가 '국정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협찬자 보호'라는 이유로 자금 출처에 대해 함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2012년 국정원이 안보 관련 동영상을 안전행정부, 국무총리실, 공정위 등에 배포했는데 이 영상이 보훈처에서 제작한 DVD와 일치한다"며 "국정원이 협찬 출처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가보훈처의 대선 개입 의혹을 팠더니 '배후'로 국정원이 튀어나온 건데요. 김관영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이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실이 계속 터지고 있다, 이제는 통일부"라며 "국정원이 콘트롤 타워가 돼서 대북 정책을 다루는 모든 기관에서 총체적으로 문제의 동영상을 상영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모로 가도 국정원으로 가고 있는 셈입니다.


태그:#국정원, #대선개입, #국가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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