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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거래소가 2003년 전력계통운용시스템(EMS) 미활용 문제를 알고도 조직적으로 은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정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1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기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건중 위원장(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전정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1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기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김건중 위원장(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 남소연

한국전력거래소가 10년 전 '전력계통운용시스템(EMS)' 미활용 문제를 알고도 조직적으로 은폐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아울러 당시 내부 제보로 감사원이 감사까지 벌였지만 문제점을 확인하고도 따로 주의 처분을 하지 않아 지금까지 EMS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정희 민주당 의원은 30일 지난 2003년 당시 전력거래소 기획전무였던 김영창 아주대 에너지학과 겸임교수가 제출한 내부 자료와 당시 감사원 감사 자료를 근거로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2003년 내부 문건 "EMS 도입 2년, 현장설비 응동 안하는 건 직무유기"

김영창 교수는 지난 25일 전력기관 국정감사에서도 "2003년 도매경쟁시장 도입을 앞두고 EM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당시 전력거래소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내부 감사를 받고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고 밝혔다.

EMS는 복잡한 전력 계통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자동 관리시스템으로, 전력거래소는 지난 2001년 미국 알스톰사에서 220억 원을 들여 도입했다. 하지만 김 교수가 제출한 전력거래소 내부 문건에는 EMS 미활용 실태가 속속들이 드러나 있다.

2003년 2월쯤 전력거래소 내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문건에는 "도매전력시장 설계의 가장 기본은 자동발전제어(AGC)를 적용한다는 것"이라면서 "EMS가 도입되어 운영한 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현장 설비가 응동을 안 한다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현 발전제어기능(AGC)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MOS(전력시장운영시스템)에서 수립한 5분 급전 계획이 정상적으로 현장까지 전달되지 못함으로써 시장의 혼란을 초래함은 물론 전기 품질의 이상 현상까지 초래하게 됨"이라고 밝혔다.

또 그해 5월 전력거래소 도매경쟁시스템 설계실에서 만든 '차세대 EMS(NEMS)의 활용도 제고방안'이라는 문건에도 "NEMS의 문제점은 AGC나 SCADA(송변전자동화시스템) 등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적인 문제가 아니라 NEMS의 각종 기능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의 결핍으로 대변되는 계통 운영 관행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NEMS 기능 정상화 및 계통운영 관행 변화가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MOS와 NEMS가 함께 운영되는 경우에 문제점 발생시 그 원인 파악이 곤란할 가능성이 있고 전력계통 운영의 비효율로 인해 시장 개설 후 일정기간 도매전력시장 운영 효율성 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EMS 기능 미활용-자료 신뢰성" 지적... 주의 처분은 안해

 2003년 11월 21일 전력거래소가 감사원에 제출한 '급전자동화시스템 도입·운영 실태에 관한 사항'이란 제목의 확인서. EMS 기능이 일부 제한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자료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2003년 11월 21일 전력거래소가 감사원에 제출한 '급전자동화시스템 도입·운영 실태에 관한 사항'이란 제목의 확인서. EMS 기능이 일부 제한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자료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 전정희 의원

이에 따라 그해 11월 감사원에서 전력거래소를 대상으로 현장 감사를 진행해 EMS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확인서와 질의답변서를 받았다. 2003년 11월 21일 전력거래소가 감사원에 제출한 '급전자동화시스템 도입·운영 실태에 관한 사항'이란 제목의 확인서에는 "한국전력공사와 발전사들이 설치 관리하고 있는 SCADA 및 RTU(원격터미널장치)로부터 취득되고 있는 자료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하여 종합적 체계적으로 검토된 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감사 시 현재 계통해석기능 중 최적조류계산기능은 DB 구축에 방대한 시간이 소요되는 등의 사유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경제급전기능과 자동출력제어기능이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고" ," EMS가 MSO에 전달하는 자료들의 정확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계통해석기능에서 MOS로 보내는 자료(상정고장목록, 휴전계획)의 신뢰성도 제고되어야 함"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김영준 전력거래소 이사장 역시 그해 12월 2일 감사원에 보낸 답변서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대부분 인정하고 "2004년까지 활용도 100%를 목표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이듬해 2월 감사 결과 EMS 문제는 주의 처분 대상에서 빠졌다. 이를 두고 전력거래소에서는 "감사원 EMS 감사 결과 문제가 없었다"며 면죄부로 삼아왔다. 하지만 감사원의 한 감사관은 30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감사 결과 처분이 없었다고 해서 해당 기관 혐의에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다"라면서 "감사 진행 결과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지만 문제를 확인하고도 주의 처분을 할 만한 확증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전력거래소는 오히려 감사원 감사가 마무리된 12월쯤 김영창 교수를 내부 고발자로 지목하고 사내 문서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혐의 등으로 내부 특별 감사를 벌였다. 김 교수는 이후 사퇴 압력에 시달리다 결국 이듬해 4월 사표를 제출했다.

10년째 문제점 해소 안돼... '한국형 EMS'는 표절 의혹

 전정희 민주당 의원(오른쪽 두번째)과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4일 천안 후비 급전소에서 시험운전 중인 한국형 EMS(전력계통운영시스템) 운영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전정희 민주당 의원(오른쪽 두번째)과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4일 천안 후비 급전소에서 시험운전 중인 한국형 EMS(전력계통운영시스템) 운영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 김시연

하지만 10년이 흐른 지난 7월 국회와 산업부가 합동으로 진행한 EMS 기술조사 결과, 전력거래소가 여전히 EMS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자료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전력거래소가 지난 2010년 자력 개발에 성공했다는 '한국형 EMS' 역시 외국 제품 표절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관련기사: 예비력 모자라 전력위기? 전력거래소 '주먹구구' )

전정희 의원은 "2003년 내부에서 EMS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개선 대책을 마련했더라면 지난 10년간 계통 불안을 막을 수 있었다"면서 "전력거래소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외국 회사의 시스템까지 복사하면서 한국형 EMS을 개발하겠다는 대국민 사기극을 펼쳤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다음달 1일 열리는 산업부 국정감사에 맞춰 전·현직 전력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한국형 EMS' 개발에 관여한 전·현직 간부와 개발업체까지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전력거래소#EMS#전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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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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