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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월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지정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월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지정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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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다시 '법외노조' 길로 내몰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위원장 김정훈)의 법정싸움이 시작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1일 전교조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심리를 시작했다. 재판부는 당장 전교조 전임자 복귀, 사무실 퇴거 문제 등이 얽혀 있는 상황임을 감안해 11월 중순까지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최근 고용부가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은 박근혜정부 아래 교사와 공무원의 단결권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여주는 방향타가 될 전망이다.

고용부는 지난 24일 전교조에 "교원노조법상의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교원노조법상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자 9명이 전교조에 속해 있는 점을 지적, 시정요구를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전교조는 곧바로 '법외노조 통보는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헌법이 보장하는 단결권을 침해했고, 행정규제기본법 등을 위반했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처분 자체를 취소시키려는 소송도 따로 제기했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전교조는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합법적인 교원노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1일 오전 11시쯤 시작,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재판에서 양쪽이 가장 치열하게 다툰 부분 역시 법적 근거였다. 전교조는 고용부가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로 내세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아래 노조법) 시행령' 제9조 2항은 상위법인 노조법에 기대지 않은 채 임의로 제정된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 측 "위법한 '법외노조 통보'로 피해"

전교조 대구지부는 10월 30일 오후 7시부터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전교조 수호를 다짐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10월 30일 오후 7시부터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전교조 수호를 다짐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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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등 22명이 참여한 전교조 쪽 변호인단은 "옛 노조법 32조 해산명령을 1987년 11월 여야가 만장일치로 삭제했는데, 이듬해 4월 15일 노태우 정부가 국회의원 선거를 열흘 앞두고 국회의원들 모르게 시행령으로 부활시킨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내일신문> 관련 기사도 인용하며 "노동부 차관마저 '현재 시행령만으로 법외노조를 통보하는 건 위헌소지가 있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관련기사 : "법적근거 없는 시행령으로 헌법부정 안돼"). 또 이 법조항은 설립신고서를 낸 경우 조건에 맞지 않으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이지, 이미 세워진 노조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은 전체 조합원 6만 명의 0.015%인 해직자 9명 때문에 전교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다는 것 역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신인수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대법원은 (전체 인원의) 5.8%가 무자격자 조합원이어도 노조 해산명령을 내리면 재량권 남용이고 위법하다고 판시했다"며 "이 사건은 여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어 법외노조 통보로 당장 단체협약이 무효가 되고, 전임자 77명이 당장 현장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량 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이란 칼로 반격했다. 교원노조법이 조합원의 자격을 '현직 교원'에 한하고 있다는 게 핵심요지였다. 고용부 법률대리인으로 나온 정부법무공단 김재학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교원노조 지위와 일반노조 지위는 다르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법내 노조로 인정받은 지 14년이 된 전교조에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대목에는 "설립신고 전후를 불문하고 교원이 아닌 자가 가입하면 교원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법에 나와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 측 "교원노조법에 근거, 전교조 자승자박"

10월 30일 저녁 대전시교육청에서 열린 '전교조 탄압 규탄 대전교육주체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결의문'을 함께 낭독하고 있다.
 10월 30일 저녁 대전시교육청에서 열린 '전교조 탄압 규탄 대전교육주체 결의대회' 참석자들이 '결의문'을 함께 낭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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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노조 통보로 발생하는 '피해'를 바라보는 시각도 크게 엇갈렸다. 전교조 쪽은 당장 조합비 원천징수를 할 수 없고, 전임자들이 업무에 복귀해야 하며 노조 사무실 퇴거 명령을 받앋기 때문에 정상적인 노조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임자 77명이 복귀를 하면 그를 대신했던 기간제 교사들이, 복귀를 거부할 경우엔 전임자들이 대량해고당하는 상황이 빚어진다고도 했다.

반면 고용부 쪽은 "조합비는 다른 방법으로 걷고, 사무실은 새로 구하면 해결되는 문제며 기간제 교사가 설령 해직당한다면 그건 전교조 쪽에서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맞섰다. "법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법의 보호나 지위를 누리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결과고, 이건 신청인(전교조)과 조합원이 스스로 선택한, 자승자박의 결과"라는 요지였다.

고용부 변호인단은 또 "교원은 전문성과 함께 사회적 책임, 윤리 등이 강조되는데 전교조는 법을 지키지 않은 채 법의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며 "선생님들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고 비난했다.

양쪽은 해직자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 전교조 내부 규약을 개정하면, 법내노조로 복귀할 수 있는 여부를 두고도 온도차를 보였다. 고용부 쪽은 "전교조가 (규약을 개정하기로) 마음만 먹으면 3일 이내에 얼마든지 법적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변호인단은 전공노가 고용부 요구에 따라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 인정은 관련 법령에 따른다'고 규약을 개정, 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반려당했던 사례를 들며 "고용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관련기사 : 전공노 "공무원 해고자 원직 복직하고 설립 신고증 교부하라").

곳곳에서 전교조와 고용부 주장이 대립하는 모습이 빚어지자 재판부는 양쪽에 쟁점마다 구체적인 서면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해직자 9명이 언제 어떤 이유로 해직당했는지를 설명하는 자료도 함께 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주까지 양쪽 주장과 관련 자료 등을 검토한 뒤 11월 15일 이내에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태그:#전교조, #법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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