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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태도 마을  선착장에서 한 눈에 보인다.
중태도 마을 선착장에서 한 눈에 보인다. ⓒ 이재언

중태도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20km 떨어진 하태도와 상태도 사이에 있는 섬이다. 목포에서 가거도 가는 쾌속선을 타고 끝없는 망망대해를 지나 흑산도를 경유하여 3시간이 지나면 푸르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바다 한가운데 외롭게 떠 있는 섬들이 보인다. 중태도는 가거도행 여객선이 지나쳐 가는데 아마도 이 섬에 발을 디딘 사람은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쉽게 갈 수 없는 외로운 섬이다.

흑산도와 가거도 사이에 있는 섬이 상태도, 가운데 섬이 중태도 그리고 가거도 쪽에 섬이 하태도이다. 육지에서 너무 멀고 비용도 많이 들고 바람이 불면 파도가 높아 사람들의 접근이 어렵다. 그런 덕분에 중태도의 자연은 원시적 상태로 남아있다.

중태도 북쪽의 절경  상태도와 가까운 곳에 있는 경관
중태도 북쪽의 절경 상태도와 가까운 곳에 있는 경관 ⓒ 이재언

홍도와 가거도 사이에 있는 섬 상태도에서 하선하여 종선으로 바꾸어 타고 들어간다. 교통편이 나쁜 편이어서 인구가 적은 것인지, 상태도나 하태도의 주민수가 더 많아서 여객선이 멈추질 않은 것인지…. 여하튼 다른 두 태도에 비해 소수의 인구가 살고 있는 중태도에는 여객선이 경유하지 않는다.

세 쌍둥이 섬으로 이루어진 태도군도는 지도에 표기된 이름이다. 섬이름이 태도인 것도 김(苔)이 많이 나는 섬이라는 뜻이다. 태도의 중간섬인 중태도는 면적 1.02㎢, 해안선 길이 13.5㎞에 이른다. 섬크기로 보아 상태도나 하태도와 엇비슷하다. 입도시기는 1800년경 하태도에 살았던 조씨가 처음 들어와 살았다 한다.

1973년 내무부에서 펴낸 1400쪽 짜리 <도서지>에 보면 전국의 섬은 3418개로 그 중에 유인도서가 705개로 되어 있는데 지금은 259개나 줄어든 446개로 나타나 있다. 이 도서지를 보면 1973년 당시 중태도에는 37가구 270명이 살고 있다고 나와 있다. 분교생은 43명으로 중태의 전성기를 말해 주고 있다. 흑산면의 11개 섬 중에서 가장 열악한 조건을 가진 중태도는 주민들의 수가 작다보니 상태도나 하태도 보다 중태도 사람들이 얻는 자연의 혜택이 더 많아서 좀 더 여유롭게 생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난류가 근해를 통과하기 때문에 어종은 풍부하지만, 인근해역은 남해와 동해가 만나는 곳이라 수심도 깊고 물살이 세서 양식을 할 수가 없다. 대신, 자연산 돌김들이 섬 둘레 갯바위에 발에 채일 만큼 많이 자란다. 돌김뿐만 아니라 미역, 전복, 문어 등 해초와 생선, 조개들이 풍부하게 있어서 해녀들이 많은 것 같다. 이들은 물이 빠진 썰물때에는 돌김과 돌미역, 톳을 뜯는다. 해녀들의 물질과 해초채취가 섬 수입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뭍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심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아 중태도의 자연은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태고적 신비로움은 중태도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이다.

중태도는 흑산면 11개 섬 중에서 교통과 의료, 교육이나 문화혜택을 기본마저 누리지 못해 몹시 불편한 섬이다. 뭍과 멀수록 고립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환경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고 섬사람들이 덜 소외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곳이다. 그래도 이 섬을 지키며 살아가는 섬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전하고 싶다.

중태도 둘러보기

멸치로 액젖 만들기  불로 끊여서 맛있게 만든다.
멸치로 액젖 만들기 불로 끊여서 맛있게 만든다. ⓒ 이재언

2010년 봄에 홍성권 작가와 여객선을 타고 흑산면에 들어와 중태도를 둘러보고 상태도에 있는 도선을 불러서 타고 일박하면서 흑산도 섬들을 답사한 적이 있다. 2년 후에 다시 한 번 탐사선 등대호를 타고 흑산면의 11개 섬들을 3박4일 동안 둘러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만난 사람이 중태도의 어촌계장인 조대걸씨이다. 조씨 아버지가 중태도에서 오랫동안 이장일을 맡아 일하였고 이제 그 아들이 대를 이어서 중태도를 이끌어 갈 제목으로 자라고 있었다.

김대걸 어촌계장과 필자  낚시와 스쿠버 다이버를 위한 최적의 섬
김대걸 어촌계장과 필자 낚시와 스쿠버 다이버를 위한 최적의 섬 ⓒ 이재언

조대걸씨는 청정 해역에서 스쿠버다이버를 하면서 피싱과 작살로 돌돔과 광어, 전복 등을 잡기 때문에 육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오고 있다. 산소통이 51개나 준비되어 있고 해산물이 어느 지역 보다 풍부하여 한적한 이곳에서 멋있는 휴가를 즐길 수 있어 필자의 발걸음 유혹하였지만 일정 때문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 
 
중태도는 섬 전체가 산지이며 급경사면이 해안까지 이르러 높은 해식애(海蝕崖)로 둘러싸여 있다. 상태도와 마찬가지로 산 능선이 유일한 교통로이다. 이곳 방파제는 약간 꺾인 경사제 형태인데 오래 되었고 길이도 짧다. 방파제 옆 물양장(物揚場)에는 크레인이 서 있다. 크레인은 미역철에 분주하다 하니, 중태도 주수입원이 양질의 미역인 것이 틀림없다.

멸치 액젖 통들  육지의 농사 처럼 멸치 액젖을 만들어 도시로 내다 판다.
멸치 액젖 통들 육지의 농사 처럼 멸치 액젖을 만들어 도시로 내다 판다. ⓒ 이재언

물양장 동쪽 모서리에 콘크리트로 된 시설물이 있고 멸치 젓갈통이 주변에 한가득이다. 물양장 안쪽에는 작은 배 두 척이 있는데 멸치잡이 배라고 한다. 이곳 역시 상태도 주민들처럼 4~5월에는 돌김을, 6~7월에는 미역과 톳을, 9월에는 다시마를 채취하며 살아간다. 해조류 채취가 가능한 3월에서 10월까지는 전 주민이 이곳에 거주하지만, 11월에서 2월까지는 소일거리가 없어 목포 등 인근도시로 나가 다른 일에 종사하며 생활한다.

 고기 말리기  멀리 보이는 섬이 상태도
고기 말리기 멀리 보이는 섬이 상태도 ⓒ 이재언

고기와 미역 말리기  스라브로 된 집 옥상에서
고기와 미역 말리기 스라브로 된 집 옥상에서 ⓒ 이재언

중태도의 동쪽 해안에는 평지가 있어 밭과 마을이 모여 있으며 이곳 역시 돌담들이 많다. 돌담이 생각보다 커서 마치 성벽을 쌓아놓은 듯한데 돌담 안의 집은 작고 밭이 넓은 구조다. 이런 집이 꽤 높은 데까지 들어서 있지만 빈 집이 적지 않다.

마을로 올라가는 가파른 길을 몇 번 꺾어 들어가니 넓은 마당을 가진 학교터가 있다. 운동장으로 사용된 공간은 잡초가 무성하고 스탠드 위에 세워진 네 칸짜리 교사는 유리창이 깨진 채 방치되어 있었다. 1959년 사라호 태풍으로 학교 건물이 파괴되어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다. 하지만 마을의 상단에 위치해 있어 앞바다가 훤히 보이고 상태도도 마주 보인다.

완성된 멸치 액젖 육지로 나가려고 선창가에 쌓여 있다.
완성된 멸치 액젖육지로 나가려고 선창가에 쌓여 있다. ⓒ 이재언

마을도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곳이다. 학교터 앞으로 난 좁은 시멘트 계단길을 따라 갔더니 멸치통과 솥 등 멸치액젓 만드는 시설이 어지럽게 널러져 있다. 사람이 사는 집은 문이 열려 있고 빨랫줄에 생선을 말리고 있었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집들은 부서진 문과 잡초만 무성했다.

마을의 숲길을 따라간 섬의 북쪽 개활지에는 상태도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철탑이 들어서 있다. 그곳은 주위가 온통 높게 깎아지른 듯한 바위절벽이라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경관이었다. 육지와 가까운 곳에 있다면 좋은 관광지가 될 곳인데 너무나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낚시 천국 중태도

중태도가 낚시 천국이라는 사실은 몇몇 낚시 마니아들만 아는 일이다. 서해와 남해의 고기들이 다 모여드는 천혜의 낚시터 중태도는 섬 전체가 포인트이다. 7월~10월까지 돔, 농어, 추석 전후에는 열기, 우럭이 잡힌다. 11월부터 3월에는 감성돔이 잘 잡히기 때문에 갯바위 낚시나 선상낚시 모두 대형급 감성돔이 잡히는 우리나라 최고의 낚시터이다. 이곳 주민들은 섬에서 200m 내에서는 어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멀리 원정을 간 낚시꾼들은 수지가 맞는 곳이다.

중태도 지리
중태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으로, 태도군도의 중앙에 있다.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약 120㎞ 지점에 있으며, 중태도․하태도와 함께 태도군도를 이룬다. 동경 125°17′, 북위 34°25′에 위치하며 면적 1.04㎢, 해안선 길이 4.5㎞, 인구는 11가구 25명뿐이다.

중태도 가는 길
남해스타호,  목포―상태도 행, 1일 1회, 3시간 20분 소요
목포 8시 출발, 상태도 11시 20분 도착하여 종선으로 갈아탄다.

덧붙이는 글 | 전남일보 계재



#중태도 #스쿠버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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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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