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주례 없는 결혼식 사회자로 약 5년간 활동해오고 있다. 나름 긴 시간 동안 결혼식 사회자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신랑·신부를 만났고 그만큼 다양한 에피소드를 봐왔다. 최근 결혼식 시즌이 맞물려 주례 없는 결혼식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예비 신랑·신부가 궁금해 할만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궁금해요①] 부모님이 싫어하지는 않을까요?주례 없는 결혼식에 대해 문의를 주시는 분 중 약 20~30%는 이런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이는 '부모님이 보시기에 주례가 없으면 예식 본연의 의미를 퇴색시키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에서 비롯된 일종의 선입견일 뿐이다.
하지만 실제 주례 없는 결혼식을 보면 으레 주례자가 있는 자리를 빈자리로 두지 않는다. 이 자리에서 신랑·신부가 혼인서약서를 읽고, 양가 부모님 중 한 분께서 성혼선언문과 덕담 등을 하곤 한다. 예식 본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사전에 준비된 대본을 그대로 낭독하는 주례로 인해 예식 본연의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따져봐도 결혼식에 주례 문화가 있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궁금해요②] 유명한 사회자면 무조건 성공?기본 예식은 전문 사회자보다는 지인이 사회자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례 없는 결혼식의 사회자는 정해진 대본 외에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과 이벤트 진행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비용을 조금 더 들여서라도 유명한 개그맨·아나운서·성우·이벤트MC를 섭외하려고 한다.
하지만, 유명 사회자를 섭외했다고 해서 무조건 결혼식이 성황리에 마무리될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개그콘서트>를 본다고 해서 백이면 백 다 재미있어 하지 않는 것처럼 주례 없는 결혼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날고기는 사회자라고 해도 고객의 유형 분석 및 판단을 고려하지 않은 채 멘트나 이벤트를 진행한다면, 그날 찾은 하객은 모르겠지만, 신랑·신부와 양가 부모님은 매우 불편하게 결혼식을 치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름값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전 미팅이 중요한 것이다.
[궁금해요③] 사전미팅시 주의할 점은?
아무리 유명한 맛집도 자신이 가보면 맛이 없을 수도 있는 것처럼 인터넷 광고만 믿고 사회자를 찾아간다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추가로, 사회자의 프로필은 경우에 따라서 조작하는 사람도 있으니 프로필을 100% 신뢰하지는 말자. 차라리 실제로 진행했던 영상이나 식순등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자의 진행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도록 일정을 맞추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경험이 없는 사회자는 결혼식에 대해 준비된 이야기만을 할뿐. 신랑·신부에게 샘플 진행 멘트나 노하우조차 전달해주지 않는다. 이는, 식장에 마련된 고정된 멘트만 보고 읽을 뿐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결혼식은 일생 일대 단 한 번뿐(일 수도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주례 없는 결혼식을 성황리에 마치기 위해서는 보다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