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고속도로 비가 내린다. 이 몸 실은 차창가에 부딪혀 흘러 내린다. 경상도길 충청도길 비 내리는 천안 삼거리~ 장대 같이 쏟아지는 비는 떠난 임에 눈물인가......"
가수 배호가 부른 <비 내리는 경부선>의 노래 가사 중 일부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장소가 바로 각종의 커다란 행사가 매년 벌어지고 있는 제 고향 '천안 삼거리'죠. 천안삼거리는 조선시대부터 한양에서 경상도와 전라도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삼거리 대로였습니다.
북쪽으로는 평택과 수원을 거쳐 한양에 이르는 길이고, 남쪽으로는 청주를 거쳐 문경새재를 넘으면 안동과 영주로 연결되었지요. 또한 서쪽으로는 논산시를 거쳐 전라도 땅인 전주시와 광주광역시, 목포시 방향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 삼남대로의 분기점으로도 잘 알려진 곳입니다.
천안삼거리는 6.25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 곳이기도 한데 따라서 천안시는 당시 북한군과 미군의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이곳을 공원으로 지정하고 있죠. 그래서 삼거리 공원은 1950년 7월 8일 이곳에서 전사한 미군 대령의 이름을 따 '마틴 공원'으로도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천안에 이 같이 교통의 요충지인 삼거리 공원이 있다면 충남 공주시 반포면에는 '박정자'라는 삼거리가 있습니다. '박정자라고? 박숙자도 아니고 박영자도 아닌, 박정자라면 대체 누굴 말하는 거야?'
이렇게 의아해하는 분들도 없지 않으실 겁니다. 그래서 서둘러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정자(朴亭子)는 요즘 더욱 각광을 받으며 전국각지서 단풍을 보려고 인파가 몰려들고 있는 충남의 명산인 계룡산을 가자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입니다.
'박정자'라는 명칭은 18세기에 이 마을에 살던 밀양 박 씨들이 심은 많은 느티나무 가운데 행인이 쉴 만한 정자나무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죠. 박정자 삼거리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먹뱅이골, 또는 묵방산이라고 불리는 지역인 계룡산에 속한 장군봉이 있습니다.
그리고 북쪽으로는 공암(충남 공주시 반포면 공암리)으로 가는 길과 금강으로 이어지는 용수천이 있으며, 동쪽으로는 또한 대전광역시 유성구와 인접해 있죠. 지난주에 다녀온 '춘마곡추갑사'의 명소인 공주 갑사는 그래서 박정자 삼거리를 경유해야 했던 것입니다.
오래된 일이지만 과거 제가 영업소장을 하던 시절, 하루는 계룡산에서 직원 전체의 단합대회가 있었지요. 그래서 박정자 삼거리까지 나와 술잔을 기울이던 때의 에피소드입니다.
새로 입사한 직원에게 농담으로 "000씨~ 혹시 박정자라고 알아?"라고 물었죠. 그러자 그 직원은 "아뇨! 박정자라는 여자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유?"라고 하여 직원들 모두를 포복절도하게 하였습니다.
갑사를 나와 다시금 박정자를 지나노라니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가족들과 다시 또 계룡산을 찾았음 하는 미련과 아쉬움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감미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