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물귀신' 작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4일 지난 대선 당시 '법외노조'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운동 의혹을 주장하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안전행정위 국정감사 등에서 이 문제를 처음 거론한 데 이어 당 지도부가 직접 공세에 나선 것이다.
이는 국가정보원·군사이버사령부·국가보훈처 등 국가기관의 총체적인 대선개입 의혹이 국정감사 등으로 새롭게 드러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특검 및 국정조사 요구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도 읽힌다.
"전공노, 댓글 차원 넘는 정치개입 행위... 야당도 수사 협조해야"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 당시 전공노와 일부 공무원들의 선거개입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전공노는 문재인 후보와 정책 협약을 체결하고 공식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정권교체 관련 게시물을 작성하는 등 문재인 후보 지지운동을 펼쳤다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댓글 차원을 넘는 정치개입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속 공무원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고 박근혜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트위터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런 행위는 공무원의 정치활동과 선거운동을 금지한 헌법 7조 2항과 공직선거법, 지방공무원법 등 관련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헌법적 가치와 질서를 엄격히 준수해야 할 '공무원 결사체'인 전공노가 버젓이 특정후보의 선거운동을 벌였다는 것은 큰 일"이라며 "(전공노가) 어떤 거리낌이나 불법행위에 대한 인식도 없이 공개적으로 이런 일을 벌인 건 공무원 신분을 망각하고 노조라는 틀 안에서 치외법권적 인식을 가진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야당을 향해 "야당도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전공노의 불법행위에 대한 철저한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새누리당의 '전공노 대선개입 의혹' 제기에 혐의가 있을 경우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원내대표는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황에 대해서도 "최근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의심을 살 정황으로 정치권이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조직적인지 아닌지 결론은 안 났지만 이런 의심을 받는 것 자체로 큰 문제"라며 이례적으로 쓴 소리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의혹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국민들께 정확히 밝히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물을 것"이라며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에 따른 기류 변화로 보인다.
다만, 그는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전공노 문제를 동일선상에 놨다. 최 원내대표는 "차제에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전공노의 불법 정치활동과 선거운동 등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와 함께 제도적 개선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도 합세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지금 댓글을 문제삼고 있는데 더 심각한 것은 (공무원단체가) 지난 선거에서 지지선언을 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생각한다, 법적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SNS를 통해 (문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드러난) 전공노 조합원이 14명에 이른다"면서 "(국정원의) 심리전단 직원을 문제 삼으면서 (민주당은) 전공노에 같은 당부를 하지 않고 있다, 국민이 어떻게 민주당을 믿고 지지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차제에 이들 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어떻게 선거에 개입했는지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면서 "여당 지지세력과 야당 지지세력 중 누가 댓글 활동을 했는지는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사이버사령부 개혁 생각 않고... 전형적인 물타기 공세"그러나 전공노 측은 이 같은 여당의 문제제기에 대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국정원 대선개입 정국 물타기를 위한 공안탄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전공노는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공무원노조는 지난 18대 대선과정에서 일체의 조직적 대선개입은 없었다"면서 "이후 기자회견을 통하여 제기되는 의혹이 과장되고 계획적으로 의도된 것이라는 것을 자세하게 밝힘과 동시에 공안탄압에 맞서 법적대응은 물론 인권시민사회단체 및 민주노총을 비롯한 전체 민중진영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대선 당시 전공노와 문재인 후보 사이의 '정책협약'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 '자가당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누리당 역시 지난 대선을 앞두고 전공노에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심재철 최고위원은 지난해 10월 ▲ 노조설립신고 쟁취 ▲ 해직자 원직복직 ▲ 공무원·교사 정치표현의 자유 등 6개 과제 등이 내걸린 전공노 총회에 참석, 당시 박근혜 후보의 축사를 대독하기도 했다.
민주당 역시 "자신들의 국기문란 행위를 희석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공무원의 정치적 위반 엄정 대처라는 발언이 국정원 및 군 사이버사령부 개혁으로 연결시키지 않고, 오히려 전공노, 전교조에 대한 터무니없는 비판으로 전형적인 물타기 공세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작금의 대통령 발언과 새누리당 행태는 곧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보장하고 책임자 문책과 재발방지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3일 전의 대국민 다짐을 '대국민 허언'임을 입증하고 있다"면서 "이대로 가면 대통령의 민주주의 인식에 대한 회의와 국민적 분노만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