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친환경 무상급식이 반쪽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강원도교육청은 1일 친환경무상급식과 관련해 도내 18개 시·군 중에서 "(춘천시를 제외한) 나머지 17개 시·군에서 학부모 부담 없이 중학교까지 급식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춘천시에서는 학부모들이 일부 급식비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도교육청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18개 시·군에서 춘천시가 제외돼 일정 부분 학부모들의 부담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춘천시 내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하는 급식비는 초등학교의 경우 4만 3000원이고, 중학교의 경우 4만 6000원이다. 도교육청은 지난 2012년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춘천시는 무상급식을 거부하다 2012년 12월 초 대선을 코앞에 두고 무상급식을 수용했다. 그런데 2013년 말에 와서, 춘천시민이 무상급식비 일부를 직접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진 것은 춘천시가 올해 시·군이 부담해야 할 무상급식 예산 중 일부를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강원도 무상급식에 필요한 예산은 도교육청이 63%를 부담하고, 강원도청이 18.5%를, 그리고 시군에서 나머지 18.5%를 분담하기로 되어 있다. 이 비율은 현재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는 다른 지역에 비해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이 분담 비율에 따르면, 춘천시가 올해 무상급식을 지원하는 데 부담해야 할 예산은 29억 2700여만 원이다.
그런데도 춘천시는 계속해서 시가 부담해야 하는 예산 비율을 줄일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면서 올해는 시가 부담해야 할 예산에서 '급식조리원 인건비'를 제외하고 '식품비와 운영비의 20%'인 19억 7600여만 원만 분담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춘천시는 무상급식을 위해 시에 할당된 예산 중 10억 원 가량의 부담을 거부한 셈이다.
강원도 무상급식 분담 비율은 애초 도교육청이 60%, 강원도청이 20%, 시·군이 20%를 분담하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2013년 초, 일부 시·군이 무상급식 분담 비율을 줄여줄 것을 요구하면서, 현재와 같이 재조정됐다. 전국 시·군의 무상급식 분담 비율은 평균 약 27%다. 낮은 곳은 20%(서울시), 높은 경우에는 40%(경기도 일부 지역)를 넘어서는 곳도 있다.
춘천시, '급식조리원 인건비' 지원 거부... 고등학교 무상급식도 거부급식조리원은 도교육청 소속으로 시·군에서 그들의 인건비를 부담할 이유가 없다는 게 춘천시의 주장이다. 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학교 내 비정규직의 고용을 안정화하기 위해 급식조리원 등의 비정규직을 교육감이 직접 고용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런데 춘천시는 이 제도를 무상급식 분담 비율을 줄이는 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춘천시 무상급식은 전체 급식비 중 일부 급식비를 학부모들이 지불하는 파행을 겪게 됐다. 도교육청은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 난감한 모습이다. 이에 도교육청은 내년에는 우선 인건비를 도교육청이 전액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는 그 외 식품비와 운영비 분담 비율을 시군과 협의해 다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춘천시가 도교육청의 이런 계획에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됐다. 이광준 춘천시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강원도시장군수협의회(이하 시장군수협)가 또 다시 강원도 친환경 무상급식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강원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추진할 계획이었던 고등학교 무상급식도 도교육청의 의지와 달리 실시 여부가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 시군협의회는 최근 평창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강원도교육청이 다음해인 2014년부터 전국 최초로 실시하려던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전면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무상급식 예산 중 현재 시·군이 부담하게 되어 있는 18.5%의 분담 비율 대신, "급식조리원 인건비를 제외한, 식품비와 운영비의 20% 지원안"을 제시할 예정이어서 또 한 번 진통이 예상된다. 시장군수협은 "도내 시·군이 재정상태가 열악한 상태에서 무상급식에 추가 재원을 지출하면 재정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이광준 춘천시장, 대선 직전에 무상급식 수용했지만 딴지는 계속
강원도 친환경무상급식은 실시 초기부터 이광준 춘천시장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다. 강원도는 2012년부터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2013년부터는 중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하지만 춘천시는 초등학교에 무상급식을 실시할 당시부터 무상급식을 거부했다. 도 내 18개 시·군 중에서 유일하게 무상급식을 거부하는 지역으로 남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춘천시장은 무상급식을 거부하는 이유 중에 하나로 주로 예산 부족을 꼽았다. 복지 예산이 부족해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학생들에까지 급식비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에는 예산을 부담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렇지만 춘천시장이 무상급식을 거부하는 데는 무상급식이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민병희 도교육감이 내건 공약이라는 데 더 큰 이유가 있다.
춘천시가 무상급식을 거부하자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그런데도 춘천시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시민단체들은 시에 무상급식에 동참할 것을 종용했지만, 시는 계속해서 '무상급식 실시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심지어 춘천시는 지난해 3월 시청 청사 주차장에서 '무상급식 촉구 기자회견'을 하던 시민단체 회원들을 퇴거불응죄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춘천시가 태도를 바꾼 것은 그해 대선에 임박해서였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지역 여론이 여권에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한 정치권이 춘천시장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라는 압력을 넣었다. 결국 춘천시장은 대선을 치르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4일 겨우 무상급식을 수용했다. 하지만 춘천시장은 무상급식에 동참할 것을 결정하고 나서도, 계속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후 이광준 춘천시장은 시장군수협을 통해서, 도교육청에 시·군이 부담하게 되어 있는 예산 비율을 더 낮출 것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춘천시에서 실시한 무상급식은 반쪽짜리 무상급식으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이렇게 해서 춘천 시민들은 다른 시군과 달리 2년째 계속해서 무상급식 예산의 일부를 자신들이 직접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