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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생각〉
▲ 첵겉그림 〈신의 생각〉
ⓒ 푸르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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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지나면 들판에 눈이 내린다. 들판에 내리는 수억 개의 눈꽃송이가 과연 어떤 구조던가? 모두가 6각 기둥 구조다. 5각 기둥이나 7각 기둥의 눈꽃은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은 창가에 놓여 있는 데이지의 꽃잎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예쁜 꽃잎들도 모두 5장, 8장, 13장이 다다. 결코 10장이거나 11장인 꽃잎은 없다. 하늘이 두 쪽 나도 그런 꽃잎은 이 세상에 나올 리가 없다.

뭘까? 그만큼 사물에는 '의도된 질서'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 질문이 가능한 법일까? 이 세상 만물들은 어떤 '마술사'가 그 사물들의 결정체에 관여했다는 것 말이다. 다시 말해 미리 계획된 '구상'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주의 '생성원리' 같은 것 말이다.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수학자들이 머리를 싸맨 지 2천 년이 지났다. 하지만 인류가 알아낸 것이라곤- 물론 이것도 아주 대단한 발견이긴 하지만-고작 꽃잎의 장수가 결코 무작위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정도다! 세상의 모든 꽃이 다른 수가 아닌 바로 지금과 같은 수의 꽃잎을 가지게 된 것은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어떤 수학 법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고르 보그다노프·그리슈카 보그다노프의 <신의 생각>(푸르메)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책을 쓴 프랑스의 쌍둥이 물리학자 이고르와 그리슈카는 이 우주가 신에 의해 계획되었음을 주장한다. 그것을 '수'와 관계된 여러 '과학자들'의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다.

가령 중성자 질량만 봐도 '예정조화'를 알 수 있단다. 중성자 질량은 정확히 939.565MeV(메가전자볼트)라고 한다. 그런데 프랑수아 바누치에 따르면, 중성자의 질량이 그보다 조금 낮은 939MeV였다면 중성자 분해 시간은 평상시보다 885초쯤 더 늦어졌다고 한다. 그랬다면 빅뱅의 순간에 입자들의 미묘한 균형도 깨졌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그 반대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중성자가 940MeV로 조금 더 무거웠다면 분해속도는 수십 초라도 더 빨라졌을 것이라고 한다. 그랬다면 그 경우도 갓 태어난 신생우주는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우주의 밀도를 제어하는 '우주상수'와 같은 게 있다는 뜻이다.

이고르와 그리슈카 형제는 과학적 이성을 갖고 초월적 존재를 좇아가기 위해 현대 정수론에서부터 빅뱅 우주까지 추적한다. 파이에서부터 힉스 입자까지 현대 수학과 물리학을 관통하는 과학이론들을 해박한 전문지식으로 설명한다.  물론 그 바탕은 오늘날 물리학의 근간인 상대성 이론과 양자이론을 탄생시킨 독일의 괴팅엔 대학에 두고 있다.

그런 토대 위에서 신의 생각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 여러 천재 과학자들을 추적한다. 그중에서도 4차원의 시공간 개념을 확립한 '헤르만 민코프스키', 노벨상 후보로 81차례나 거명된 '아르놀트 조머펠트', 상대성 이론의 아버지 '아인슈타인' 등의 업적을 중점적으로 조명한다.

이 책이 좋은 게 있다. 나처럼 수학이나 물리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조차도 옛날이야기를 전해 듣듯이 쉽게 빠져들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마치 어느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흥미진진하게 몰입케 된다는 점이다.


신의 생각 - 과학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이고르 보그다노프 & 그리슈카 보그다노프 지음, 허보미 옮김, 푸르메(2013)


태그:#눈꽃송이, #이고르 보그다노프·그리슈카 보그다노프, #신의 생각, #우주상수, #생성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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