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2012년 1년간의 회의록 정보공개 관련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회의록에 기재된 발언자 등의 인적사항을 제외한 부분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며 패소 판결한 것에 불복하며 항소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당장 정보공개청구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새사회연대 이창수 지도위원은 6일 기자와의 연락에서 "선거가 민주주의 축제가 되려면 선거관리도 투명하고 공정하게 돼야 한다, 그런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석연치 않은 룰을 지난 대선토론 때 적용했다"면서 "법원 판결에도 불복해 회의록 공개를 계속 거부하는 것은 밀행주의 행정이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도위원은 "사실 이번 정보공개청구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 대해서 처음 하는 일인데, 그만큼 권한을 가지면서도 행정감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투명한 행정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와 민주행정이 그만큼 퇴보한다는 느낌"이라고 씁쓸해했다.
그는 또 "이번 재판은 불공정 선거 논란과 관련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고 선관위도 겨냥했다.
새사회연대도 5일 규탄 성명을 통해 "지금껏 아무런 민주적 통제도 받지 않아왔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법원 판결에도 불복해 국민 세금을 낭비하면서 소송을 계속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먼저 이창수 지도위원은 작년 대통령 선거 당시 3차례의 대통령선거 TV토론과 관련해 토론주제 선정 및 토론규칙 등에 대해 국민적 의혹과 비판이 제기된다고 판단, 작년 12월 토론회를 주관하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2012년 1월부터 12월까지의 회의록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거 회의록을 공개할 경우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설치 목적인 각종 토론회의 공정한 주관ㆍ진행 및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하는 위원 개개인의 소신 있는 발언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에 이창수 지도위원과 새사회연대는 "회의록은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해당하더라도 회의록에 기재된 발언내용에 대한 발언자의 인적사항 부분만을 삭제하면 정보공개법의 취지가 달성되므로, 회의록 발언내용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며 지난 2월 소송을 제기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와 행정소송은 이번이 최초여서 더욱 주목을 끌었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반정우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18일 새사회연대 이창수 지도위원이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결정처분취소 소송에서 "회의록에 기재된 발언자 등의 인적사항을 제외한 부분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즉, 이름과 같은 인적사항을 제외하고 회의록을 모두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재판부는 "회의록에 기재된 참석위원, 결석위원, 배석자 명단, 발언 내용에 대한 발언자의 직책 및 이름, 발언내용에 기재된 위원 이름을 제외한 부분만 공개할 경우에는 피고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공직선거법은 피고의 위원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 및 공영방송사가 공정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추천한 사람, 학식과 덕망이 있는 사람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촉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위촉된 위원의 신분이 보장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위원은 직무를 공정하고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고 임기 중 직무상 외부의 어떤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 같은 위원들의 사회적 신분이나 학식, 신분보장 및 독립성에 관한 규정에 비춰 볼 때, 회의 내용이 공개되더라도 위원들의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공개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지난 1일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새사회연대는 성명을 통해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회의록 정보공개청구는 새사회연대가 최초였다. 즉, 선거방송의 기준과 방식을 정하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지금껏 아무런 민주적 통제도 받지 않아왔던 것인데, 법원의 판결에도 불복해 항소한 것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또 "항소기한 마지막날 항소한 것은 시간끌기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고, 게다가 이미 대선이 끝나 회의록 비공개 사유인 의사결정과정이라는 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는데도 굳이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겠다며, 국민 세금을 낭비하면서 소송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새사회연대는 "2012년 3차례 열린 대통령선거 TV토론회 당시에도 토론 주제 선정, 토론 규칙, 토론회 진행 등에 많은 국민적인 비난과 의혹을 산 바 있어, 이번 회의록 공개 판결은 이런 의혹을 해소하는 유일한 길이었음에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항소해 오히려 분란을 자초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이번 항소는 실정법을 어기고서라도 전부 비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적 불신과 의혹만 증폭시키는 일"이라며 "관련 회의록을 은폐하면 할수록 기관의 밀실주의에 대한 더욱 큰 국민적 불신과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사회연대는 "국가기관의 회의와 회의록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와 국정참여권 보장을 위해 필수"라며 "이 과정을 계기로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위법적이고 자의적인 운영을 시정하고, 민주적으로 통제받으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기관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