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아버지여! 이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활동하고 있는 기독시민단체 활동가 모임에서 WCC 10차 총회(부산 벡스코,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관람이 있어 지난 4일 벡스코를 찾았습니다. 부산 지하철 2호선 '센텀시티 역' 1번 출구를 나서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기도 소리가 들렸습니다. WCC 10차 총회 반대 집회였습니다.
한국 교회는 그동안 WCC 총회를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WCC 노선이 '용공주의', '종교다원주의' 따위를 주장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필자가 속한 교단도 지난 9월 총회때 WCC 신학 반대 성명을 냈습니다. 저 역시 WCC 신학은 동의하지 않는 보수 목사입니다.
하지만 WCC 총회 개최 자체를 반대하고, 총회 장소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반대 집회를 하는 것은 동의하기 힘듭니다. 무엇보다 WCC를 심지어 '사탄'에 비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반대 집회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마음이 아팠고, 불편했습니다. 아무리 WCC 신학에 문제가 있어도 정죄하고, 단죄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들은 지옥을 향해 가고 있다'는 펼침막 글귀는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펼침막 글귀를 쓴 사람은 지옥가지 않을 자격을 스스로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WCC를 비판하고, 정죄하기 전 우리 자신부터 먼저 회개해야 한다는 사실을 까먹은 것입니다.
벡스코에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펼침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 글귀와 '당신들은 지옥을 향해 가고 있다'는 글귀 중, 과연 어느 글귀가 비기독교인들 마음을 사로잡을까요? 생명과 평화 그리고 정의를 외쳐야 할 교회가 오히려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단죄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행사장 안에 미로를 따라 걸어가면 정중앙에 기도처가 있었습니다. 미로를 들어간 후,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때, 겸손할 수 있습니다. 이 시대 한국교회는 기도로 힘을 달라고 합니다. 7일 수능을 칩니다. 교회가 새벽기도를 합니다. 철야를 합니다. 기도 내용이 좋은 점수를 얻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또 사업에 성공하게 해달라, 좋은 직장 취직하게 해달라고 합니다. 힘과 권력을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기도는 지극히 낮아지는 자리입니다. 가난한 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불의가 심판받고, 정의가 바로 세워지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WCC 총회장 밖에는 여전히 심판자가 되어버린 한국 교회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러시아 정교회 성직자와 저 멀리 아프리카에서 온 이들, 여성 성직자들. 그들의 신학과 교리와는 하나되기 힘든 부분이 많지만, 정의와 공의를 위해. 여성과 약자를 위한 삶을 살아가려는 마음만은 가슴에 새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