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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0년 2월 22일 오후 서울교육대 종합문화관에서 열린 초등학교 신임 스포츠 강사 발대식에 참가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일선 초등학교에 배치될 스포츠 강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2월 22일 오후 서울교육대 종합문화관에서 열린 초등학교 신임 스포츠 강사 발대식에 참가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일선 초등학교에 배치될 스포츠 강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초등학교 시절의 바람직한 운동 습관 형성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과제다. 주지과목 중심의 교육 문화, 컴퓨터 문화의 확산, 서구화된 식습관 등은 학생들의 체력저하와 비만 등의 신체적인 문제를 야기하며 학교 폭력과 왕따 등의 사회·정서적 문제로 분출되고 있다.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적 순화를 위해서는 적절한 체육활동이 요구된다. 특히, 학생 상호 관계의 유대,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페어 플레이 정신과 스포츠맨십을 체득할 수 있는 체육활동이 가장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학교체육 활성화의 중요성 인식'과 '체육교육 강화의 필요성'이 사회적 공감과 교육적 필요성으로 깊이 인식되며,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요구와 함께 2008년 9월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 제도가 시행됐다. 초등 스포츠 강사의 역할에 관해 체육과학연구원, 한국교원단체총연합,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만족도 설문조사에서 교장과 교사와 더불어 학부모, 학생들에게까지 90% 이상의 높은 만족감과 호응도로 나타났다.  

2008년 828명으로 시작된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는 매년 채용이 확대돼 현재는 3797명 규모에 이르렀다. 스포츠 강사들은 전국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와 함께 정규 체육수업 지도와 더불어 학교 스포츠 클럽, 방과후 체육 활동 지도, PAPS업무(학생건강체력평가제) 지원 등 초등학교의 체육 활동을 지원한다. 글을 쓰는 나도 전남 영광의 한 초등학교에서 스포츠 강사로 일하고 있다.

10개월짜리 계약직, 초등 스포츠 강사를 아십니까

하지만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들의 직무 환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열악하다. 학교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중 유일하게 '초등 스포츠 강사'만이 1년 계약도 아닌,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계약을 체결한다. 이로 인해 겨울 두 달은 실업수당을 받고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4인가족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130여만 원의 낮은 임금으로, 교통비를 제외하면 실제 100만 원도 손에 들어오지 못한다. 이마저도 6년 동안 한푼도 오르지 않았다. 또 기간제 대상에 포함되어 학교 비정규직 무기직 전환대상자에도 들어가지 못한다. 국민체육진흥법상 '운동부 지도자'의 경우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에서 제외되는데,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도 여기에 속한다. 때문에 스포츠 강사들은 매년 겨울이 되면 내년에 재계약이 될 것인지 하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농산어촌 시·군 지역 스포츠 강사들의 근무 여건은 훨씬 더 열악하다. 스포츠 강사들은 주당 21시간 수업 시간을 준수하기 위해 2개 학교를 순회한다. 하지만 순회수당은 한 푼 받지 못한다. 30분 거리에 있는 순회학교로 이동하기 위해 편하게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또 수업시간을 지키기 위해 위험천만한 곡예운전도 마다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맞춤형 복지 포인트는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해당된다"고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지난 10월경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에게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법 위반"이라며 시정을 지시했지만 개선 움직임은 없다.

먼지 나게 운동장 뛰었는데... 해고라니

 2012년 3월 10일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주5일 수업제 시행과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해 서울지역 초중고교에 스포츠강사가 확대 배치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주5일 수업제 시행에 따른 토요 스포츠데이 운영 등 학교 내 토요 스포츠 강습, 스포츠리그 전개 등을 위한 토요 스포츠강사도 초중고교 614개교에 배치했다. 10일 강서구 수명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토요 스포츠클럽 강습으로 축구를 하고 있다.
2012년 3월 10일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주5일 수업제 시행과 학교체육 활성화를 위해 서울지역 초중고교에 스포츠강사가 확대 배치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주5일 수업제 시행에 따른 토요 스포츠데이 운영 등 학교 내 토요 스포츠 강습, 스포츠리그 전개 등을 위한 토요 스포츠강사도 초중고교 614개교에 배치했다. 10일 강서구 수명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토요 스포츠클럽 강습으로 축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렇게 열악한 처우와 경제적 어려움에도 6년 동안 묵묵히 먼지나는 운동장을 지킨 것은 초등학교 학교 체육 활성화라는 사명감과 체육에 대해 흥미를 보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초등 스포츠 강사들을 모아놓고 "초등학교 체육 활성화를 위해 모든 초등학교에 초등 스포츠 강사를 배치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했다. 하지만 2013년 말 오히려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 723명이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올해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에 대해 '1년 계약(퇴직금 별도), 8% 임금 인상'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10개월 계약, 5% 임금인상'을 골자로 한 예산안을 확정했다. 여기에다 교육부 부담 예산이 70%에서 80%로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는 스포츠 강사 예산 전체가 줄어드는 효과를 낳았다.

일례로 현재 전북교육청은 총 310명의 스포츠 강사 중 210명을 인원 감축하겠다고 나섰으며 서울도 152명 감원을 발표했다. 초등학교 스포츠 강사 연합회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앞으로 총 723명의 스포츠 강사가 해고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 부족의 이유로 초등 스포츠 강사를 대량 해고하겠다는 것은 초등학교 체육 활성화와 아이들의 건강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한때는 무상급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학교체육이라며, 초등 스포츠 강사를 전국 학교에 배치하는 게 더 급선무라던 교육당국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모든 것은 학생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넘어 가게 될 것이다.


#초등 스포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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