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육아를 좀 더 쉽게 할 수 있을까?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정답을 알려주지 않으니 부모들로선 답답한 노릇. 트위터와 신문, 방송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육아멘토 서천석(44) 소아정신과 전문의가 전하는 '쉽게 하는 육아의 비밀'에 대해 들어보자.
현재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이자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 한국보육진흥원 아이누리자문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 원장은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계동 한국보육진흥원 교육장에서 한국보육진흥원(원장 이재인)이 마련한 부모교육 특강에 강사로 나서 100여 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현실적인 육아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서 원장은 "세계에서 한국 부모들처럼 육아를 잘 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들도 드물지만 그에 비해 아이들은 별로 행복해하지 않는다, 실제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국가 중 4년 연속 꼴찌"라며 "오히려 부모들이 너무 잘하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 이러한 완벽주의가 아이들에게 굉장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부모에게는 심각한 부담으로 되돌아와 건강한 육아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싶다"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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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행복한아이연구소 원장(한국보육진흥원 아이누리 자문단 위원)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계동 한국보육진흥원 교육장에서 열린 한국보육진흥원(원장 이재인) 주최 부모교육에서 '쉽게 하는 육아의 비밀'이란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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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이를 인정할 것"서 원장은 먼저 나와 아이를 인정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도 문제가 있고 아이도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괜찮다는 것. 서 원장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결함이 없을 수 없다"며 "단점을 고쳐나가려는 노력을 하면 될 뿐, 단점이나 문제를 모두 고쳐야 한다는 마음이나 단점으로 인해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마음은 우리를 굉장히 부담스럽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가락 빠는 버릇을 예로 들었다. 서 원장은 "흔히 어린 아이들이 손가락을 빨면 어떻게든 고치려 한다, 입모양을 나쁘게 하고, 세균감염으로 병이 생긴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또 자라면서 대부분 이런 버릇은 사라진다"며 "애정결핍이 그 원인이라고도 생각하는데 만약 정말 그게 원인이라면 애정을 주면 되는 거다, 눈에 보이는 결과만 사라지게 한다고 원인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들은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왜 생길까, 큰 문제는 아닐까'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자기 불안과 싸우느라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교육의 기회가 왔구나, 조금씩 발전시켜야지' 마음먹고 천천히 해 나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육아를 하다보면 엄마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문제가 있는 건 당연한 인간의 모습이고 엄마가 못났든, 잘났든 아이에겐 지금 엄마가 가장 좋은 엄마다, 문제에 집착하느라 내 에너지를 다 쓸 것이 아니라 '이게 내 약점이야'하고 인정하고 조금씩 발전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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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행복한아이연구소 원장(한국보육진흥원 아이누리 자문단 위원)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계동 한국보육진흥원 교육장에서 열린 한국보육진흥원(원장 이재인) 주최 부모교육에서 '쉽게 하는 육아의 비밀'이란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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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바꾸려는 마음을 버릴 것" 서 원장은 아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너무 조급한 마음을 갖지 말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당장 바꾸려고 하기 때문에 결국 못 바꾸는 게 육아 현실"이라며 "부모는 아이를 당장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결국 바꾸는 사람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아요. 누가 그 사람을 격려하면서 얼마나 오래 끌고 가느냐에 따라서 결국 그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습니다. 내 몸에 밸 때까지 잘못하고 배우고 잘못하고 또 배우면서 내 마음속에서 변화의 순간이 생기게 됩니다. 이 때 당장 바꾸려고 한다면 결국 사이만 나빠지게 돼요."또 서 원장은 "대부분의 부모는 걱정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다, 하나를 선택하면 당연히 못하는 게 있는데 우리의 마음은 완벽한 상태에 대한 기대나 해야겠다는 소망이 있기 때문에 힘들어진다"며 "오지 않을 일이나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을 선택하려고 시간낭비 하지 말고, 당장 아이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 부모로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흔히 부모들은 아이들이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지적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에 대해 서 원장은 생각을 달리했다. 그는 "잘못을 그 자리에서 지적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건 행동수정의 일반 원칙이지 자녀를 양육할 때 쓰기엔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행동수정의 원칙을 이해하는 것과 실천적으로 적용하는 건 다른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가 부모 말을 안 듣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가 지나치게 많은 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지적한다고 하는데 많은 문제들이 생겼다 사라집니다. 문제가 생긴 후 처음에 잘못된 거라고 지적한 후에도 못 고치면 그때그때 메모하거나 사진을 찍어서 한 번에 모아서 아이와 대화를 통해 가르치는 게 좋을 수 있어요. 아이에게 화내고 감정 낭비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나 효과보다 메모해 아이를 이해시키는 게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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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행복한아이연구소 원장(한국보육진흥원 아이누리 자문단 위원)이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계동 한국보육진흥원 교육장에서 열린 한국보육진흥원(원장 이재인) 주최 부모교육에서 '쉽게 하는 육아의 비밀'이란 주제로 특강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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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먼저 쉴 것"서 원장은 특히 "아이보다 부모를 우선할 때 아이가 더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쉴 때도 지친 다음에 쉬는 건 이미 늦고, 지치기 전에 먼저 쉬어야 한다는 것.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자문의인 서 원장은 "출연자 가운데 이휘재씨가 생후 8개월 된 쌍둥이를 48시간 동안 엄마랑 떨어뜨려 놔도 정신적인 충격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냐고 문의를 한 적이 있다"며 "아이가 이틀간 낯선 존재와 있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다른 한 부모가 있는 상황에서 한쪽 부모가 이틀 간 자리를 비운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과 육아에 있어서 모든 걸 완벽하게 하려 한 맞벌이 엄마를 예로 들었다. 상담을 요청해 온 그녀는 일 끝나고 집에 가서 15분간 아이와 놀아주고, 밥을 해 먹이고, 아이 재우고 나면 지쳐 잠이 들고 또 아침이면 반복되는 일상에 너무 힘들어 '내 인생은 뭔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고. 그러다보니 아이가 잠깐이라도 말을 안 들으면 아이에게 짜증내게 됐다는 것.
서 원장은 그녀에게 퇴근 후 집에 들어가기 전에 15분 정도라도 잠깐 앉아 음악을 듣거나 쉬면서 집에 들어가 보라는 처방을 내렸고, 덕분에 그녀는 한결 가볍게 생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서 원장은 "아빠들이 보조자로 집안일을 돕는 것 말고 전적으로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며 "전업주부의 경우 하루 종일 아이 옆에 붙어있다 보면 엄마도 아이에게 짜증이 나게 마련이다, 육아의 질을 좋게 하려면 엄마들이 별도의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 때 너무 멀리 갈 필요는 없다. 집 근처 놀이터든, 휴양지든 어디든 중요하지 않다. 내 몸이 덜 힘들고 지치지 않는 곳을 찾아내 놀면 된다. 아이에겐 그 순간 즐거웠나 안 즐거웠나가 중요할 뿐 어딘지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서 원장은 "부모는 자식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식과 함께 사는 것이다, 자신을 잊고 매달린다면 왜 아이를 사랑하는지 모르고 아이는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지조차 모를 것"이라며 "무엇보다 내 삶을 사랑하고 내 인생을 사는 것이 육아를 쉽게 하는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많은 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서 원장은
트위터에 육아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을 올리고 있으며 9만 명 가량의 팔로어가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트위터 글 등을 다듬어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 외 저서로는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등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