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 그림속에서 나오는 물로 손을 씻는 친구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나 손씻는다" 조용히 걷던 친구의 느닷없는 말에 "갑자기 손은 어디에서 씻어?" 하며  모두 그를 쳐다보았다. 그를 본순간 폭소가 절로 나왔다. 그림 속에서 나오는 바닷물로 손을 씻는 그의 모습이 마치 진짜처럼 실감이 났다. 어둠이 짙어가는 것도 잊은 채 우리 일행은 동피랑마을의 정겨움에 푹 빠졌다.

지난 10월 마지막날에 2박3일 일정으로 친구 10명과 거제, 통영 보리암 등 남쪽으로 가을여행을 떠났다. 통영에 도착하니 해가 뉘엇 뉘엇 넘어가고 있었다. 어둠이 일찍 찾아오는 계절이니 오후 6시도 안 되었는데 주변에 어둑어둑 해지기 시작했다.

..
▲ 여기 동피랑!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통영에 도착하자 친구들은 내일 새벽에 동피랑마을을 갈 것인지, 아님 도착한 다음 바로 갈 것인지로 의견이 나뉘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에 가는 것은 일정상 조금은 힘들 거란 생각에 저녁 밥도 잠시 미루고 동피랑마을부터 가기로 했다. "통영에 왔는데 동피랑마을은 갔다와야 하는 거 아냐?" 하는 의견에 모두 일치한 것이다.

동피랑마을은 패키지 일정에 없으므로 우리끼리 가야 했다. 그 근처 수산시장에서 길을 물어보니 15분 정도면 갈 수 있다고 했지만, 거리가 그 이상으로 멀게만 느껴졌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동피랑마을의 정자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듯했다.

중간에 택시를 타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여기에서 택시를 탈 것 같았으면 아예 처음에 타자고 했을 때 타야지, 얼마 안 남았으니 그냥 걸어가자"라는 의견이 맞는 것 같았다. 부지런히 걸으니 촉촉히 땀이 나기도 했다.

...
▲ 강아지와 산책중인 할머니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뉘엿뉘역 해가 넘어가고 어둠이 깔린 동피랑마을에 들어섰다. 입구에서 부터 괜스레 마음이 들뜨는 듯 했다. TV에서만 봐오던 바로 그 장소에 왔다는 생각에서 였을까? 어쨌든 입구에 있는 벽부터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그림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할머니 한 분이 강아지와 산책하는 풍경도 정겹다. 산책길에 강아지가 실례를 하니 할머니는 미리 준비해 온 비닐봉투에 처리한 변을 담는다. 그렇게 작은 실천 한 가지 한 가지가 마을을 깨끗하게 만들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마을 길은 휴지 하나 담배 꽁초 하나 없었다.

...
▲ 천사의 날개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천사의 날개가 있는 그림에서는 친구들이 사진을 찍느라 아주 바쁜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더욱 재미를 느끼는듯했다. 서로 찍어 전송을 해주는 재미 역시 쏠쏠한 모양이다. 연신 "깔깔, 하하 호호~"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 시계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
▲ 동네 전체가 커다란 화실같았다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
▲ 동피랑마을에서 40년을 살고 계시는 김할머니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이리로 빨리와 봐. 여기 정말 예쁘다" 친구의 말에 그곳으로 향했다. 정신없이 올라가고 있는데 대문이 삐걱 열리더니 할머니 한 분이 "어디에서 이렇게 늦게 왔어요?" 하며 묻는다.

"네 좀 늦었지요. 할머니 여기에서 오래 사셨어요?"
"내가 38살 때 이곳으로 이사 왔으니깐 꼭 40년 살았지."
"그렇게 오래 사셨어요?"
"여긴 오래 산 사람들이 많아요."
"좋은 데 사시네요."
"좋은 데 같아요? 여름엔 시원하고 공기도 좋은데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다니기가 힘들지."

우린 할머니의 건강을 빌면서 그곳을 떠났다. 그림마다 개성이 있고 다른 종류의 그림들이 그곳을 쉽사리 떠나지 못하게 한다.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그림들을 본 친구들은 한결같이 "오늘 정말 잘 왔다, 안 왔으면 후회할 뻔 했다"고 말했다.

..
▲ 동화속으로 풍덩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
▲ 개구장이와 개의 익살스러운 그림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
▲ 컴컴한 골목길에도 아기자기한 그림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
▲ 몽마르다 언덕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
▲ 동피랑마을 정상에서 내려다 본 통영의 야경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
▲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소설이다 ..
ⓒ 정현순

관련사진보기


동피랑마을 정상에서 통영의 야경을 보고 내려가는 길이었다. 앞서 내려간 친구가

"이 그림은 그 그림인가보다. 누군가가 밥 한 번 주면 고맙다는 말을 잘하면서 몇 십년 동안 맛있는 밥을 정성스럽게 해주신 엄마한테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 했다는…."
"응 맞는 것 같다."

우리 일행은 '어머니전'이란 제목의 그림 앞에서 한동안 말없이 서있었다.

"이 그림을 보니깐 엄마 생각난다."
"그래 엄마 생각난다."

나이가 60살을 넘겨도 엄마란 이름 앞에서는 그리움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잠시 숙연해지는 마음을 뒤로 하고 동피랑마을을 내려왔다.

"배고프다 얼른 내려가서 저녁 밥먹자."
"오지게 운동해서 맛있겠다."


태그:#동피랑마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