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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위헌적인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의결 전면무효 시민사회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박근혜 정부의 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정희 대표 "정당 해산심판 전면무효"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위헌적인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의결 전면무효 시민사회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박근혜 정부의 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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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호칭에 굉장히 민감하다. 호칭이 그 사람 '격'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한 번 총리이면 죽을 때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총리'로 불러주고, 장관도 마찬가지다. '가카새끼 짬뽕'으로 잘 알려진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오마이TV> [이털남2-464] '이정렬 전 판사, 사법현실을 말하다'에 출연해 대법관이 퇴임 후 변호사를 개업해도 '000 변호사'가 아니라 '000 대법관'으로 부른다고 말했다. 영원한 대법관인 셈이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불러 논란이 뜨겁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심판·국정원 해체·공안탄압 분쇄 5차 민주찾기 토요행진'에서 "과연 누가 민주주의자이고 누가 독재자냐,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검찰총장까지 잘라내는 '박근혜씨'가 바로 독재자 아니냐"라고 불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란 호칭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발끈했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공당의 대표는 그에 맞는 격이 필요한데 스스로의 분노와 울분을 참지 못하겠다고 해서 국가지도자에게 막말을 뱉어내는 것은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줄 모르는 통진당의 현실"이라며 "국기문란·내란음모에 휘말린 것만 가지고도 이정희 대표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며 이 대표를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이 통진당의 해산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이정희 대표의 어리석은 막말 본색은 통진당이 국민에게 더욱 외면받도록 만들 뿐"이라며 "이 대표는 통진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엔 부적격자"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누리꾼들도 '무례하다'며 이 대표를 비판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별 문제 될 것이 없다', '당연하다'고 호응하고 있다.

@Presi******는 "'박근혜씨'라니... 이정희씨가 잘못했네. 누가 '이완용씨', '김일성씨'라꼬 부르나? 어법 공부 쫌 해야겠네"라고 지적했다. @choi***** 역시 "이정희, 朴대통령 '박근혜씨'로 지칭해 '눈살' 검·경·기무사·국정원 모든 공권력은 도대체 멀하는지요? 모든 국채 사업 반대에는 통진당이 있고 김정은은 꼬빡꼬박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부르며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드는데도?"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js80*****는 "새누리가 박근혜씨라고 했다고 이정희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모른다고 맹공을 퍼부었다"면서 "자신들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할 때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당신들이 이정희에게 사과를 요구할 자격을 가지려면 먼저 노무현 대통령에게 줬던 모욕부터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_ek***도 "이정희가 박근혜를 박근혜라 했다해서 그게 무슨 문제야? 정말 분노할 일은 유권자를 무시하고 표를 이리저리 뒤엉켜놓고 표도둑질한 사실"이라며 "전세계 앞에서 이것은 정말 개망신입니다, 권력의 모체인 주권자를 모욕하고 나라망신 시킨것들이 입뚫렸다고 감히"라고 진짜 문제는 국정원 부정선거라고 질타했다. @Schin******도  "이정희 의원의 '박근혜씨' 과거 한나라당과 박근혜의 노무현 대통령을 풍자한 '환생경제'를 생각한다면 이정희 의원의 발언은 양반에 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워터리안들이 지적한 '환생경제'는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 24명이 지난 2004년 8월 '환생경제'라는 연극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육XX놈', 'X잡놈', 'X알 달 자격도 없는 놈'이라는 극언한 것을 말한다. 당시 박근혜 대표는 그 자리에 있어면서 연극을 웃는 모습으로 지켜봤다. 한나라당은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을 '개구리'에 비유했다.

"올챙이 적 시절 생각 못한다."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
"가끔 슬피 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생긴 게 똑같다."
- 2003.08.22 <오마이뉴스> '개구리 비유 파문, 4자회담 불투명'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노무현 어디갔냐", "무현 그 자식"이라고 하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원님들 최병렬이 어디갔어요? 병렬이요!"라며 직격탄을 날린 것이 회자된다. '막말달인'으로 잘 알려진 전여옥 전 한나라당 대변인은 지난 2004년 3월 한 방송 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운 뒤에 나와야지"라고 했다. 노 대통령을 '미숙아'에 비유한 것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앞둔 김무성 의원도 지난 2003년 9월 3일 의원총회에서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이 여섯 달 후 한나라당은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했다.

김무성 의원은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진구 서면 합동유세에서 "제가 말한 기가막힌 내용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노무현이가 북한의 김정일이한테 가서 한 말이다, 기가 막히지 않나, 너무나 북받쳐서 제대로 못 읽었다, 대한민국이 이래서 되겠나"라며 "이때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문재인이가 노무현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서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2013.06.26 <뷰스앤뉴스> 속보] 김무성, 부산유세때 '남북대화록' 실제 읽었다)

박근혜 후보 유세 현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노무현', 문재인 후보를 '문재인'으로 불렀다. 새누리당은 아예 '씨'자도 붙이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한나라당 시절 노무현 대통령을 모독한 것은 수없이 많다. 캄보디아 '폴포트 정권'에 비유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치매 걸린 노인'으로 모독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을 박근혜씨라 불렀다고, 석고대죄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다. 물론 원내 3당 대표가 공식 자리에서 대통령을 붙이지 않은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것이 석고대죄할 정도로 큰 잘못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정희, #박근혜, #새누리당, #한나라당,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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