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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이 무슨 날이냐고 물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유명 제과회사의 과자를 떠올린다. 상술에 묻힌 이날은 1996년 우루과이라운드(UR)가 타결되면서 농산물 수입자유화에 따른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을 계기로 정부에서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제정했다.

흙토(土)를 풀어쓰면 열십(十)자와 한일(一)자가 된다는 유래에서 만들어진 농업인의 날 이지만, 그날 이후로 우리 농업은 더욱 더 나락의 길로 들어서면서 식량자급률은 23%대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더욱이 내년을 마지막으로 쌀시장은 전면 개방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쌀시장 개방 유예를 조건으로 매년 2만 톤씩 수입량을 늘렸고,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내년에는 40만 톤을 수입해야 한다. 쌀시장을 개방할 경우, 한국농업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쌀 농업의 붕괴가 일어날 것이고 이는 대한민국의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자급할 수 있는 식량을 포기하고 외국 농산물에 국민의 생존을 위탁할 경우, 어떤 위험한 재앙이 닥치는지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2007년 필리핀의 식량위기는 폭동으로 이어졌고, 2010년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자스민 혁명'도 식량주권을 포기하고 식량을 시장경제논리의 정책으로 몰아붙인 결과였다. 한국의 농업정책도 이들 나라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절망적인 농업을 포기할 것인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며,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지속가능한 국민농업을 모색하고 희망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들은 여전하다. 하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는 것도 현실이다.

 농업은 가장 오래된 미래라고 말한다
 농업은 가장 오래된 미래라고 말한다
ⓒ 시대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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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한국현대사>로 널리 알려진 저자 박세길(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이 우리농업의 위기와 대안을 제시하는 책 <우리농업, 희망의 대안>(시대의 창 펴냄)은 한국 농업의 위기가 자본의 주도 아래 농업과 농민을 수탈했던 배경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자본에 의한 농업 지배는 농업 생산에 필요한 공산품과 농업 생산물 사이의 부등가 교환을 통해 자본의 농민 수탈을 구조화 한다. 동시에 지속적인 화학농은 지력을 약화시킴으로써 토지를 수탈한다. 자본에 의해 농민과 토지가 함께 수탈당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이다. 그 결과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농업은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산업이 되고 말았다."
- 본문 중에서

1970년대 산업화로 나아가면서 낙후된 농촌을 근대화시킨다는 구호로 시작된 '새마을 운동' 이후 농지를 바둑판처럼 규격화된 개량을 통해서 규모화된 농업이 시작됐다. 지게와 소가 다닐 만한 좁은 농로는 시멘트로 포장된 넓은 길이 만들어졌고 석유를 쓰는 농기계와 대량의 화학비료, 농약이 살포됐다. 이 과정에서 지주의 땅에 소작을 짓던 농민들은 농토를 잃고 도시의 공장으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값싼 저임금의 노동력과 농산물의 공급이 필요했던 자본에게는 산업화와 새마을운동이 축복이었을것이다.

1990년대 사회주의체제 붕괴로 세계의 농업은 다국적 자본기업들의 독점과 팽창을 낳았다. 이후 농산물은 시장의 상품으로 거래되면서 '식량의 무기화'가 되어 핵무기를 능가하는 위협이 되었다. 그 결정판이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하는 'FTA 괴물'이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궁국적으로는 농업이 자본주의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의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자면 농산물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아우르는 전혀 새로운 시스템을 구상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본문중에서

최근에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으로 대표되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농업분야도 활발하게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농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거대자본에 종속된 구조적인 틀을 벗어나서 상생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저자는 농업의 경제적 가치는 무한하게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6차산업(1,2,3차 산업이 모두존재)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농업벤처기업 육성을 통해서 식량안보와 생물다양성, 안전한 농산물 생산이 이뤄져야 하며 그 가능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가 농업 분야에 과감하게 진출해야 한다고 주문을 한다.


우리 농업, 희망의 대안 -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지속 가능한 국민농업의 모색, 새로운 사회를 여는 지식 캠프 002

박세길 지음, 시대의창(2007)


#국민농업#농업#쌀시장#FTA#농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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