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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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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12일 오후 8시 21분]

152석의 다수당이 된 새누리당의 '자기부정'이 시작됐다. 새누리당은 12일 국회선진화법을 손보겠다며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당 지도부가 전면에서 "선진화법은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법"이라며 흠집내기에 나섰고 당 내에 꾸려진 국회선진화법 정상화 태스크포스팀(TF)도 헌법소원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선진화법은 원래 명칭이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쟁점 법안에 대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국회 통과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고질적인 국회 내 몸싸움과 여야 충돌을 막기 위해 고안된 선진화법은 당시 한나라당 황우여·남경필 의원 등이 주도했다. 지난 해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도 "18대 국회에서 꼭 처리됐으면 한다"고 독려한 바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선진화법 통과 직후 "더 이상 폭력적인 국회를 하지 말자는 새로운 국회를 여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여야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폭력 국회라는 오명을 씻어야 한다는 공감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새누리당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할 만큼 총선 전망이 불투명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지난 해 총선에서 민주당에 다수당 자리를 뺏길 수도 있다는 공포가 여당이 앞장서 선진화법을 추진하는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152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후 새누리당의 입장은 변했다. 법 개정 당시 황우여 대표 등 당내 내로라하는 율사 출신 의원들이 참여해 면밀한 검토를 했음에도 1년여 만에 '식물국회법','국회마비법'이라고 깎아내리면서 헌법소원까지 거론하고 있다.

두 얼굴의 새누리당... 1년 만에 선진화법 정반대 입장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시도 때도 없이 국회를 정지시키는데 악용하는 선진화법의 운명에 대해 국민에 길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가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이라는 합리적 야당을 전제로 마련된 선진화법은 막무가내식 야당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맞지 않는 게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어 "마치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를 입증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법을 선진화법이라 부르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은 상황이 돼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 원내대표의 '선진화법' 비판이 쏟아진 후 새누리당 선진화법 TF팀이 긴급회의를 소집해 재개정안 마련에 돌입했다. TF 팀장인 주호영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야당의 허락이 있어야만 법안이나 의안이 통과되는 현행(선진화)법은 야당이 선의를 가지고 대화와 토론을 할 것을 예상하고 만든 법"이라며 "야당이 법을 무기로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적으로 중단하고 법안이나 예산안과도 연계해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는 마당에 (개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말 뒤집기' 논란에 대해서 주 의원은 "제도는 시행하다가 치명적인 결과를 얻으면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며 "이 상태로는 야당 결재 없이는 (법안이나 예산안 통과가) 안 되는데 원리에 맞냐"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선진화법에 대한 위헌심판이나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너무 나갔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여론의 흐름을 보며 여전히 군불을 때고 있다. TF의 공식 입장은 구체적 법리검토를 마친 후 헌법소원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지만 TF팀에 속한 김진태 의원은 "헌법 소원, 법 개정 등 모든 가능한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야당의 비협조를 비난하기 위한 대국민 여론전 성격이 강하지만 만약 새누리당이 실제로 헌법 소원을 제기한다면 선진화법이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2/3 이상 동의' 조항을 위헌 조항으로 꼽고 있다. 헌법 제49조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누워서 침뱉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당론보다는 개별 의원들이 헌법 소원을 청구하고 위헌 판결이 나올 경우 법 개정에 나서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무기력증 근본 원인은 청와대?... 민주당 "선진화법 핑계 안돼"

하지만 새누리당이 꽉 막힌 국회 상황에 대해 선진화법 탓만 하는 것은 원인 진단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무기력증의 근본 원인은 바로 구체적인 대야 협상 전략 없이 청와대만 바라보는 당 지도부의'해바라기 행보' 때문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타협의 정치를 외면하고 '통치'의 유혹에 빠진 청와대를 설득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 나오는 게 무리는 아닌 셈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선진화법으로 바뀐 입법 시스템에 서둘러 적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의 합의가 없이는 일방적으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는 만큼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고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 설득 노력을 다 해달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물론 각 부처 장관들에게 강조했지만 여당과의 당정협의만 이뤄지고 있을 뿐 야당과의 소통은 막혀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선진화법 때리기에 발끈했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지난 해 총선에서 불리할 것 같으니 선진화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만들어놓고 이제는 거추장스러우니까 버리겠다는 발상"이라며 "대단히 극악무도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김 대변인은 "선진화법 때문에 일 못하겠다고 하지 말고, 특검을 수용하면 모든 정국의 교착 상태가 풀린다"며 "'양특(특검과 국정원 개혁 특위)'으로 과거의 잘못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를 털어버리고, 민생으로 돌아갈 것을 다시 한 번 제의한다"고 강조했다.


태그:#국회선진화법, #새누리당, #자기부정, #황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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