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 30분, 은평 문화예술회관에서는 법륜 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이 열렸다. 강연장에 들어서자 1000여 명의 청중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었다. 자리가 없어 무대 위에 앉아서 강연을 들어야 하는 청중들도 있었다. 법륜 스님의 소개 영상이 끝나고 스님이 무대 위에 올라서자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법륜 스님은 청중의 환영에 대한 답례와 더불어 강연을 시작하며 이렇게 인사말을 했다.
"고통 속에 처해 봐야 진리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 무엇이든지 내 마음대로 될 때는 세상 물정도 모르고 교만에 빠지기 쉽습니다. 어려움을 피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 어려움이 어쩌면 내 인생에 큰 복이 될 수 있습니다. 옛말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어려운 고비를 지혜롭게 잘 넘기면 내 능력이 업그레이드됩니다. 우리는 사물의 한 면만 보지 전모를 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고생을 많이 하면 앞만 보던 것을 뒤도 볼 수 있습니다. 위만 보던 것을 아래도 볼 수 있게 됩니다. 실패가 상처로 남지 않으면 한 번 실패하고 두 번 실패할수록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실패를 경험으로 간직해서 재산으로 삼으면 실패를 거듭할수록 능력이 늘어나게 됩니다."사는 게 많이 힘들다고 하지만 이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소중한 경험으로 삼으면 장애가 곧 복이 되는 이치를 거듭 강조했다. 청중들도 스님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며 집중했다. 모두 12명이 법륜 스님에게 질문하려고 손을 들었는데, 마지막엔 시간이 부족해서 2명은 답을 해주지 못했다.
이중에서 청중의 호응이 아주 컸던 첫 번째 질문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자세히 소개한다. 고등학생 딸을 둔 어머니가 이렇게 질문했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부정적인 고1 딸과 함께 인도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스님께서 예전에 학생들을 가르칠 때 야간 등산을 하셨다가 다리를 일부러 다쳐 난관에 부딪혀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학생 스스로 헤쳐 나가게 해서 그 아이가 잘 성장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저는 일부러 다리를 다칠 수가 없어서 고1 딸과 함께 고생스럽게 인도 여행을 하면서 책임감 있는 아이로 키우는 기회로 삼고 싶습니다. 딸이 가려고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설득해서 얼마 동안 다녀와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법륜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
"자꾸 자기 식대로 아이를 만들려고 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저항감을 가져옵니다. 내 식대로 아이를 만들려고 하지 말고 먼저 아이에 대해 연구를 좀 해야 돼요. 아이들이 요즘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놀고 있는지 연구를 해서 그에 맞게 일을 해야 돼요. 고1이면 여자든 남자든 성적으로 이미 어른으로 성숙되어 가는 중이잖아요. 이성에 대한 관심도 많겠죠. 아이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생각만 갖고 하려고 하면 안돼요. 아이가 무기력하다고 아이의 자립심을 키우기 위해 엄마가 간섭을 하면 그건 자립이 아니지요. 그건 삼성전자가 '야, 지금 새로운 제품 창조해!' 하는 것과 같아요. 창조라는 건 이렇게 되는 게 아닙니다. 온갖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창조가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아이에게 기회를 주어야 자립심이 생기는 것이지 지금까지 가둬놓고 엄마 식대로 키워놓고 가만히 보니 좀 자립심이 없는 것 같다 이래서 또 자립심도 엄마가 주려고 한다, 이런 사고방식으로 접근을 하면 안 됩니다. 애들이 엄마 말을 안 들으면 '얘가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 하나' 이렇게 생각을 하셔야 되요. 너무 틀에 넣어 가두려고 하지 마세요. 4가지만 말뚝을 치고 내버려 두세요. 첫째, 남을 때리거나 죽이는 것. 둘째, 남의 물건 훔치거나 뺏는 것. 셋째, 성추행 하거나 성폭행하는 것. 넷째, 욕설하고 사기치는 것. 이것 빼고는 놔두어야 됩니다. 이 4가지는 나쁜 짓이에요. 이건 딱 바로 잡아야 됩니다. 성적이 떨어졌다, 이건 4가지에 들어갑니까? 안 들어가요. 이건 오히려 다른 아이들 성적을 올려주었죠. 좋은 일을 한 거예요. (청중 웃음) 수업 시간에 잔다, 이건 4가지에 들어갑니까? 안 들어가요. 수업 시간에 떠든다, 이건 네 가지에 들어가요?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수업시간에 떠들면 나쁜 행위에 속해요. 안 고쳐지면 격리를 해줘야 해요. 그러나 수업 시간에 자는 것은 선생님 개인이 기분 나쁜 일이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아니에요. 그러나 자기가 손해를 보는 어리석은 짓이니까 엄마로서는 깨우쳐줘야 하지요. 깨우쳐줘야 하지 야단치면 안 됩니다. 무조건 인도 데려 간다, 고생을 시킨다, 스님 얘기 들으니까 어떻게 했다더라, 이건 다 모방이에요. 모방은 함부로 하면 안돼요. 모방하기 전에 아이의 상태를 점검해 보세요. 내 마음에는 안 들지만 큰 틀에서 봤을 때 문제가 없고 다만 약간 기운이 없는 정도라면 아이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야단치는 것이 아니고요. 아이에게 기회를 주는 방법이 인도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이 가자 해서 고생을 좀 하는 겁니다. 굶어 죽는 애들도 보고 길거리에서 자는 사람도 보고 고생하는 걸 보면 대부분 다 처음에는 저항을 하지만 그런 속에서 아이들이 깨우침을 얻을 수 있어요. 그러나 인도에 가면 반드시 좋아진다, 이런 생각을 하면 안돼요. 내가 아이를 위해서 기회를 제공해주지만 단박에 된다고 생각하면 안돼요. 맹자 어머니도 세 번을 이사 갔어요. 자기 정도면 인도로 이사 가는 것을 세 번 해야 되니까, 인도로 여행 가는 정도면 삼십 번을 할 각오를 해야 됩니다. 그렇게 안 하면, 한 달 다녀와서 아이가 안 변하면 애를 더 나쁘게 생각하게 돼요. 그렇게 되면 자기 자식을 엄마가 더 불신하게 되고 아이는 더 나빠져요. 아이에게 기회를 주려면 충분히 줘야지 한번 딱 주고 안 된다 이러면 안 됩니다. 이번 방학 때 간다면 처음에는 꼬셔서 데려가야겠죠. 그래서 일단 캘커타 공항에 떨어져야 합니다. 그러면 기차도 연착되고 매일 매일 피난 다니는 것처럼 다녀야 합니다. 잃어버릴 각오도 해야 합니다. 울고불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그런 각오를 해야 자립이 되지요. 거기까지 데리고 가서도 엄마가 전전긍긍하면 자립심은 커지지 않습니다. 좋은 일을 하든 나쁜 일을 하든 자기가 선택하도록 해야 자립심이 형성되지, 간섭을 해서는 자립심이 형성되는 게 아닙니다. 인도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부모가 간섭을 안 하고 큰 울타리만 쳐놓고 아이가 수도 없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걸 지켜보는 힘이 있어야 자립심이 생깁니다. 자립심을 내가 키워준다 이렇게 생각하면 잘못된 생각이에요. 여러분들은 자녀를 욕망의 도구로 쓰고 있지 자녀를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아이의 상태를 먼저 살펴서 어떻게 아이에게 도움이 될거냐 생각해야지, 내 좋아하는 거 입히고 내 좋아하는 거 먹이고 이렇게만 하잖아요. 그래서 애는 많이 쓰는데 자녀교육에는 실패하는 겁니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는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고 합니다. 스스로 해보는 과정을 거쳐야 자립심이 생기고 어른이 되는 겁니다. 아이에 대해서 너무 엄마 중심으로 하려고 하지 말고 아이를 좀 살펴서 하는 게 좋겠습니다."스님의 답변을 다 듣고 질문한 어머니는 "네, 잘 알았습니다" 하며 환하게 웃었다. 법륜 스님도 질문자의 웃는 모습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특히 자녀를 욕망의 도구로 쓰지 말라는 이야기에 많은 청중들이 공감하는 듯했다. 그리고 공부 못하는 것은 다른 아이들 성적을 올려준 것이기에 야단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에 청중들 모두가 크게 웃었다. 공부를 안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기에 야단칠 것이 아니라 깨우쳐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많은 부모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외에도 2시간 동안 10명이 더 질문을 했다. 청중들은 자신의 고민들을 서슴없이 물었고, 법륜 스님은 명쾌하게 답변을 해나갔다. 어떤 질문에도 법륜 스님은 막힘이 없었다. 재치 있는 답변에 강연장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즉문즉설을 들으려고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강연을 마치니 요즘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5주째 하고 있는 <인생 수업> 책 사인회가 열렸다. 법륜 스님은 한 명 한 명에게 정성껏 인사하며 책에 사인을 해주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스님에게 사인을 받으려 기다리고 있었다. 카메라 셔터를 여기저기서 누르는 사람들을 보니 법륜 스님의 요즘 인기를 정말 실감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