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날부터 14일 현재까지 매일 이탈리아 일간지들을 장식하는 뉴스가 있다. 일명 '베이비 콜' 사건으로, 이탈리아 소녀들의 매춘행위와 관련돼 있다. 14세부터 17세 사이의 소녀들이 명품옷과 가방, 스마트폰 구매를 위해 스스럼 없이 매춘과 코카인 흡입을 몇 년간 해 온 사실이 드러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편 12일(현지시각), 미성년자 성매수 사건의 원조격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8)전 총리에게 2008~2009년 어린 여성들을 알선해 준 중개업자와 베를루스코니의 전 동거녀 등이 모두 성매매혐의로 재판에 회부된다는 뉴스가 발표됐다. 이래저래 이탈리아는 미성년자 성스캔들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베이비 콜' 사건의 전말
이번에 문제가 된 '베이비 콜' 사건은 로마 근교에서 발생했다.
마르코 이에니(M.Ieni)와 30-40대 그의 지인들은 디스코텍에서 만난 20여명의 소녀들을 자신의 아파트에 출입하게 해, 몇년 동안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하도록 만들었다. 소녀들은 모두 미성년자들이었다.
그들은 소녀들과의 2시간 미팅에 1인당 300유로(한화 약 45만원)를 기본으로 시간초과시 500유로, 하루 외박에 1000유로 등의 가격을 책정했고, 그 가운데 30%를 소개비로 떼는 식의 성매매사업을 유지시켰다. 그 뿐 아니라 소녀들에게 코카인을 상습적으로 복용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소녀들은 학교를 빈번히 결석하면서까지 매춘에 나섰고, 성매매를 통해 번 돈은 명품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성매매에 참여한 소녀들은 학교 친구들을 설득해 변태성 고객들과 함께하는 난교 파티에 가는 등 탈선행위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이 세상 밖에 알려지게 된 건, 성매매그룹 중에 한 명이던 15세 소녀 엄마의 신고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인터넷에 딸이 올린 광고를 본 엄마는 지난 5월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 엄마는 다른 소녀들의 부모들과 매춘업자로부터 무고죄로 고소돼 기소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뭔가 미심쩍은 것을 느낀 경찰이 이때부터 소녀들 전화를 도청하고 미행해 모든 전모가 드러나게 된 것.
특히 소녀들은 자신들 쇼핑비 지불에 인색한 고정 고객들에게 촬영한 동영상을 보이며 협박을 서슴지 않았으며, 고객들 역시 변태적 만남을 거부하는 소녀들에게 동영상 촬영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로마를 거점으로 인터넷을 통해 고객들을 확보해 피렌체, 볼로냐, 밀라노로 원정매춘에 나서는 등 지난 2년여간 조직적인 방법으로 성매매를 진행해 왔다. 이중 가장 나이가 어린 14, 15세 두 소녀들은 가장 많은 고객들을 확보해 고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4세 소녀의 엄마인 니콜라 산토로(N.Santoro 직업:바리스타)는 매춘업자들에 동조해 딸에게 매춘을 적극 권장했으며, 소녀들 부모 대다수는 매춘 사실을 묵인한 채 업자들이 주는 돈을 받은 것이 드러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14세 소녀의 엄마는 학교에 가던 딸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내 매춘을 하도록 강요한 사실이 드러나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우리에게 돈이 필요해! 돈 벌어야지 지금 거기서 뭐해? 지금 당장 일하러 가!"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자 소녀들과의 관계자료를 은폐하기 위해 BMW승용차에 불을 지른 고정고객 리카르도 스바라(R.Sbarra. 회계사), 소녀들에게 동영상 협박을 한 고정고객 미카엘 마리오 데 콰트로(M.M.De Quattro. 회계사), 눈찌오 피짜칼로(N.Pizzacallo.직업군인), 마르코 갈루쪼(M.Galluzzo . 건축업자) 역시 구속 기소된 상태다. 그러나 구속된 매춘업자는 이들이 미성년자임을 몰랐고, 소녀들이 스스로 찾아와 매춘을 한 것이며, 소녀들 뿐 아니라 자신도 함께 매춘을 했다는 자백을 내놓기도 했다.
담당 수사관들에 따르면 발표된 것들 외에 더 심각한 내용들이 많이 있지만 사회적충격과 그 파장을 고려해 '이 정도만'(!) 언론에 발표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소녀들이 다니던 학교의 교장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감시와 통제가 아니라, 관심이다. 부모들이 관심을 보여달라"고 호소문을 내놓기도 했다.
미성년자 성매매사건의 단골손님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에서 미성년자 성매매사건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5-6년 동안 이탈리아를 뜨겁게 달군 사건들에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꼭 등장한다.
2010년 당시 미성년자이던 모로코 출신 댄서 '루비'와의 성매매와 '붕가붕가' 난잡파티로 그는 현재 징역4년형을 선고 받았고, 성매매 주선자이자 파티 참석자였던 그의 측근들 에밀리오 페데(E.Fede.79. 뉴스앵커), 다리오 렐레 모라(D.Lele Mora.프로듀서), 여성국회의원 니콜 미네티(N.Minetti. 전직 쇼우걸) 역시 불구속기소됐다.
베를루스코니의 미성년자 성매수 스캔들은 2008년에도 발생해, 당시 이탈리아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크게 분노한 교황 베네딕토16세는 성명서를 내기까지 했었다. 베를루스코니의 상대는 17세 연예인 지망생 노에미 레티찌아(Noemi Letizia)였다. 그녀는 베를루스코니의 '베이비 걸그룹' 중 한명이었으며, 그녀의 생일을 맞아 베를루스코니는 디스코텍 카조리아(Casoria)에 다른 소녀들을 초대해 성대하게 파티를 열어줬다. 당시의 난잡한 파티에 대해 베를루스코니의 두번째 부인 베로니카 라리오(V.Lario.배우)는 '정신나간, 끔찍하게 추잡한 모임'이라는 멘트를 날리며 이혼신청을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베를루스코니와 베르니카 라리오는 이혼상태다. 한편 지난 10월 29일 노에미는 나폴리 귀족가문 청년기업가 빅토리오 로마노의 딸을 출산했다.)
이런 가운데 12일 이탈리아 남부도시 바리(Bari)의 암브로지오 마로네(A.Marrone)검사가 베를루스코니가 관련된 2008~2009년 성매매사건을 재판에 회부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에 따라 또다른 성스캔들이 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사건 관련자들은 당시 베를루스코니에게 성매매를 알선했던 쟌빠올로, 클라우디오 타란티니 형제(Tarantini.사업)와 사비나 베가노빅(Sabina Beganovic .보스니아 출신 독일 국적의 이탈리아 배우. 일명 '여왕벌'로 불리며 난잡파티를 주도했던 베를루스코니의 전 동거녀)이다.
주간지 <오쥐(Oggi)>에 의하면 동거기간 중에 사비나가 베를루스코니에게 넘겼던(?) 여성들 숫자는 무려 130명에 이른다고 한다. 사건은 이들에게 성매매알선혐의를 적용함은 물론 성매매혐의자로 여배우 4명, 그 지역 젊은여성들 26명들을 재판에 출석시켜 또다른 성매매수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그후 여왕벌 사비나는 자유국민당 상원의원 이탈로 보끼노(I.Bocchino)와의 동거후 현재 싱글로 돌아왔고, 베를루스코니는 그의 오랜 팬인 프란체스카 파스칼레(F.Pascale. 29)와 동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