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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주산성누리길
행주산성누리길 ⓒ 유혜준

"길, 너무 좋다. 한강이 보여서 더 좋다."

걷는 내내 뒤에서 감탄이 들려왔다. 발밑에서는 낙엽이 밟혔다. 진강정부터 길은 흙길이었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지난밤에 비가 내렸나? 일부 구간의 낙엽은 촉촉이 젖었다. 시선이 저절로 길 앞으로 빨려들어 간다. 한강이 보이고, 행주대교가 보였다. 행주대교는 옅은 안개에 싸여있었다. 한강 위에도 옅은 안개가 감돌아 물빛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에 강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16일, 행주산성누리길 개통을 기념하는 걷기 행사 '행주산성누리길 가족사랑 걷기 축제'가 열렸다. 행주산성누리길은 고양시 시정연수원에서 시작돼 행주산성 주변을 한강을 조망하면서 걸을 수 있는 길로 전체 길이는 3.7km. 이 길은 지난 2012년 4월 19일, 한강변의 철책선이 제거되면서 만들어졌다.

 행주산성누리길
행주산성누리길 ⓒ 유혜준

무장공비의 침투를 막기 위해 설치되었던 한강 철책선은 지난 2012년 4월부터 본격적인 철거에 들어갔다. 그 때문에 한 때는 금단의 땅이었던 곳이 일반에게 공개될 수 있었고, 고양시는 그 땅을 더 많이 사람들이 찾아와 걸을 수 있도록 '행주산성누리길'을 조성했다.

16일, 그 길의 개통을 기념하기 위해 '행주산성누리길'에서 처음으로 걷기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날 걷기의 출발지는 행주산성 입구. 아무래도 사람들이 찾아오기에는 시정연수원보다는 행주산성 입구가 편하기 때문이다. 걷기 축제 참가자들은 행주산성 입구에서 출발해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행주산성 토성 길을 걸은 뒤 '행주대첩비'를 둘러보고, 시정연수원까지 걸을 예정이었다.

'행주산성누리길'이 지금까지 고양시에서 만든 7개의 '고양누리길' 가운데 가장 전망이 좋은 길이라는 소문이 난 때문이지, 많은 시민들이 이 길을 걷기 위해 찾아왔다. 고양시 녹지과는 인터넷으로 참가신청을 받았는데 1500여 명이 신청을 했다며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걱정을 하기도 했다.

 행주산성누리길
행주산성누리길 ⓒ 유혜준

행주산성 누리길 일부 구간은 폭이 좁고 또 전망이 아름다워 걸음을 멈추고 전망을 보느라 길이 사람들로 혼잡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걷기 행사에 앞서 9시경, 고양시 시정연수원에서는 작은 행사가 열렸다. 시정연수원 옆에는 철책선 제거를 기념하는 공원이 조성되었다. 그곳의 일부 철책선은 철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일부러 남겨둔 것. 한때는 흉물로 여겨져 철거 대상이었지만 철책선이 제거되면서 이제는 분단을 상징하는 '유물'로 환원되었기 때문이다.

 최성 고양시장의 소원글
최성 고양시장의 소원글 ⓒ 유혜준

철책선은 이제 통일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발길을 머물고 그 의미를 되새겨봐야 하는 '분단의 유물'로 승화되었다. 때문에 고양시 녹지과에선 이 철책선에 '소원글'을 다는 행사를 마련했던 것. '평화 통일을 염원'하는 글을 써서 단다면 철책선의 존재 의미는 좀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

소원글 달기 행사에 참여한 최성 고양시장은 "분단의 철조망을 걷어버리고 '평화통일 특별시' 고양의 길로 꽃보다 아름다운 시민들과 함께 힘차게 걷자'는 내용의 소원글을 작성, 철조망에 매달았다. 소원글 달기는 예상외로 많은 시민들이 참여, 다양한 내용의 소원을 적어 철조망에 매달았다.

 행주산성누리길
행주산성누리길 ⓒ 유혜준

본격적인 걷기 행사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됐다. 행주산성 안으로 들어간 걷기축제 참여자들은 권율 장군 동상 앞에서 행주산성에 얽힌 이야기를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위원에게 들은 뒤, 걷기 시작했다.

진강정에서 시정연수원으로 가는 길은 늦가을의 절정을 이루고 있었다. 숲길은 혼자 걷기 적당한 폭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고, 참가자들은 아름다운 숲길에 감탄사를 터뜨리기에 바빴다. 시정연수원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행주산성 쪽에서 출발하는 길이 더 한강 전망을 조망하기 좋은 것 같다. 길도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많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행주산성누리길
행주산성누리길 ⓒ 유혜준

 행주산성누리길
행주산성누리길 ⓒ 유혜준

전체구간이 3.7km이므로 너무 조금 걸었다고 생각된다면 온 길을 다시 되짚어 가도 되리라. 고양시 녹지과는 이 길을 기존에 조성한 '고양행주누리길'과 연결해 이어서 걸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현재 그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게 이태형 녹지과장의 귀띔이다.

그렇게 된다면 원당역에서 출발해 행주누리길을 걸은 뒤 행주산성누리길을 함께 걸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양시정연수원 앞에서 열린 콘서트
고양시정연수원 앞에서 열린 콘서트 ⓒ 유혜준

1시간여 동안의 걷기가 끝난 뒤 고양시 시정연수원에서는 행주산성누리길 개통과 철책 철거부지 공원 조성을 축하하는 '고양 평화울림 콘서트'가 이어졌다. 걷기를 마친 많은 시민들은 콘서트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음악을 들으면서 늦가을을 즐겼다. 


#행주산성누리길#고양시#한강철책선#최성 고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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